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inon Jul 11. 2021

화려하지 않은 풀꽃들의 미소

두릅나무 꽃 피려 할 때     


늦은 장마 살짝 틈새로

두근두근 조심스레

피어날까 망설임     


언제 쏟아질지 모를 후드득

빗방울에 놀라 수줍게

혹여 도로 숨어버릴까 봐     


언니 두릅 잎 고운 마음

은빛 햇살 머금은

초록 우산 펼쳤다.     


은초롱     


태양을 우러러

창공 향해 한껏 펼치는

욕망들

치솟으려 앞다툴 때     


그런 세상의 뒤안길에

너 있어서

다행이다. 참.     


햇빛도 모르는 낮은 곳

기어야 하는 운명 짊어진

조그만 풀벌레들 위하여, 향하여     


겸손히 고개 숙여 피어난

착한 마음씨.     


너 있어서,

세상은 다 그렇지만은 않아

다행이다. 참.          


고개 든 산과 물     


산과 물

두 마음 모여

빚어낸 향기

깨끗하게 맺혀     


바람의 노래 사이로

여기 고개 들다.

산.수.국. (山.水.菊.)

꽃.     


작지 않아. 너.     


이름 있어야

아름다운 것은 아니리.     


이름 없어도

예쁜 너는,

이름이 아닌 

네가 예쁜 너.     


흔드는 바람 이기고

기지개 켜는 이 땅 위에,     


누구도 모를 이름 감추고

아무도 모를 침묵으로 하늘 마시는

들꽃. 너, 있어

세상은 사랑스러워라.     


마음, 잎사귀로 맺히다.     


간밤의 뒤척임은

그리움에 부대낀 몸부림이었나.     


불면의 밤을 건너고 헤매다

놓쳐버린 아침 고요를     


흩뜨리는 한낮.

뙤약볕이 시린 마음 덮어 덥힐 때,     


저민 가슴 생채기 틈새로 피어난

홀로 찬란한 애틋함이 줄기 타고 자라다     


일요일 오후, 여기

땅 끝에 매달려 솟아난     


수줍어서 조그만

그래도 그대로인, 풀빛 그리움.

풀빛 하트 잎사귀.     


별이 적신 브런치     


별빛 향기에 취한 나비.     


밤의 끝에 닿으면

그 황홀한 심연과 만날 수 있을 거야

기다리다 만난 새벽

안개가 부르는     


잔잔한 자장가 베고 달달한 늦잠

깨어나 마시는

달콤한 아점.     


... 여기 내려 스민 거였어!     


결국에 만난, 맛난 풀꽃 꿀에 담긴 

어젯밤 별빛의 절정.     


6월 아침의 두릅이 건네는 말     


저를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같은 한 뿌리에서 솟구친 줄기 타고 돋아난

다섯 개 초록빛을 알아채셨겠죠.

아! 하나가 아직은 잘 안보이죠?

아마 이 비 그치면

맨 나중 치솟은 순이 어린잎을 펼치겠네요.     


당신도 그래요.

멈춰 있지 않아요. 계속 샘솟고 있어요.

제일 짙은 어제의 초록이 그대를 지탱하는 동안에

또 이렇게 오늘의 녹색이 커가면서 지켜줄

연둣빛 새순은 새로이 태어날

그대의 내일입니다.     


나날이

싹트고 자라서 진해지는 향기로

시간 위를 산책하는

이 다섯 색깔 녹색이 바로

당신입니다.     


오늘도 아름답게!

극복해요. 우리.     


밤, 바람을 기다리는 바람

(홀로 남은 민들레홀씨의 기도)     


먼저 날아간 친구들 빈자리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밤을 안고

밤에 앉아 기다리는     


조용한 바람(風)

날개 위 올라

저 들판 달리고픈

조용한 바람(願).     


스포트라이트

(밤 가로등 바로 밑에서 혼자 빛나는 가로수에게)     


보이지 않아도, 빛나는 건

너 하나만 아닐 텐데.     


못지않게 곱고 예쁠 모두가

가로등 저너머에서 웅크린 이 한밤,     


넌 운이 좋구나.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조각을 조각하다. -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