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여기, 희망 샘솟다.

by rainon 김승진

여기 내 하늘

(스누피의 비행사 놀이)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내 자리는 없다는 것.

난 알고 있어.

난 날고 있어. 그래서,

내가 만든 나만의 하늘 속

아주 조그만 비행기.


눈물 나게 우습지만

눈물 나도록 멋진

여기 내 하늘에

내일도 난 오르겠어.


창공까지 활공


어깨 짓누른 구름 두꺼워

솟구쳐 오를 기운 없다면,

바람 위 미끄러지기만 하자.

보이지 않는 어딘가

잿빛 이불 끝자락 놓치지 않게,

펼친 날개 접지만 말자.


종이비행기


힘차게 날린 헛된 소원

떨어진 자리 가서 보니


하늘보다 더 예쁜 꽃

나를 보며 미소 짓네.


오늘 네가 쥐구멍을 찾았다면


비슷할지는 몰라도 똑같지는 않아.


목숨 하나에서 가지 친, 너라는 사람들.

네 태어나서 죽기까지

뜨는 해만큼 있거든.


망가진 오늘의 너는,

곧 어제의 너로 사라져.

씻어내고 싶은 하루였다면,

찬물 샤워가 좋겠다.


오늘이 떨어져 내려가는 바닥 타일을 잠깐 봐봐.

비슷할지는 몰라도 똑같지는 않잖아.


하나가 깨진다 해도 찾아올

또 다른 하나를

오늘의 파편으로 다치게는 하지 마.


다시 걷다.


더딘 걸음이

소름 끼치도록, 부끄러웠다.


어렵게 땅바닥을 떠나는 발뒤꿈치부터

다리를 지나 허리 위로

볼품없는 누더기가 채 못 감춘

걸레보다 더 초라한 몸뚱이의 느릿함을


쳐다보기 민망하여 고개 돌리는

자괴에 겨워

떼던 발 다시 뒤로 가

모래 위 추한 발자국 마구 비벼 짓이기다


멈춤 속, 영원으로 내버린 시간들

베고 누워 바라본 노을이 뿌예진 것은,


탁한 눈동자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눈에 맺힌 것 털어내려 고개를 드니,

저만치 앞서 가던 내 아닌 것들은 이제

그림자도 안 보여


다시 떨군 시선 끝에.


사마귀에 뜯기다 도망쳤니.

절뚝이는 개미를 움직이는 건,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다...섯......


다시, 서서

걷기 시작하다.


네 것이 아니면 그만


슬퍼도 슬퍼하지 마라.

아파도 아파하지 마라.


슬픔도 아픔도 네 것이 아니면 그만.

네 것이 아니니 그만.

가져도 되지 않는 것들.


그 누구도, 네 품에 던지지 않는 것들.

끌어안지 마라.

젖어들지 마라.


기쁨과 쾌감이 그러하듯,

슬픔도 아픔도

잠깐 뺨을 스치는 바람.


그러하니, 너와 바꾸지 마라.


거울을 깨다.


덮인 먼지 닦아내니

더 선명해진

초라함


민망하구나 고개 돌린

한참의 웅크림도 지칠 무렵


비치는 것이

그대로의 모두는 아니라며


......

거울이 깨지고


파편의 아지랑이 타고

신기루 흩어진 자리에


부끄러울 이유 벗어두고


아무도 모를 혼자 웃음 속

일어서서

걸어간다.


바로 지금 이어야 하는 이유


허름한 구두수선점 앞 삐뚤빼뚤,

재치 만점 주인아저씨의 말.

"파리야 미안해 내일 들어와!"


파리는

끝내 들어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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