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08

by rainon 김승진

육교


한 뼘씩 하늘 가까워지며 만나는

거기 또 다른 하루의 걸음들.


저 많은 채소 나물 다듬느라

새벽잠 버렸을 할머니 다디단 졸음 깨우는


다섯 살 배기 울음은

뭐가 그리도 갖고파 저리도 서러울까.


혼내다 어르다 지친 엄마 곁 스치며

학원 수업 늦을까 종종대는 공시생 품 안


문제집 손때를 힘내라 쓰다듬는

은은한 오후 햇빛이 서쪽 구름 사이 잠겨 들면


다시 한 뼘씩 지상을 덮는 땅거미로

잦아드는, 고달픈 하루 어치 삶의 조각들.


낮잠 깬 가로등에게 소곤소곤 들려주며

기억 서랍 열고 고이 담는다.


바람이 흘린 눈물 4


지금 너 흘려야 하는 것들 다

멎는 날 그 아침에


처마 끝 남은 자투리까지

말라 흩어지고 나면,


경쾌한 웃음 갈아 입고

먹구름 틈새 비집고 헤칠


해 맑히는 춤에 깨어나

영롱하게 찾아올


눈 부서져도 좋으니, 세상 제일 예쁜 빛.

나는 기도하며 기다림.


평행선


거기 그냥 서 있는데


만나고 싶은가 보다.

서로가.


추억 속의 재회

<조용필 - 추억 속의 재회>에 더하다.


함께한 시간이

흩어져 사라진

함께한 공간은

온몸을 에인다.


다시

만나고 싶은 너.

그러나


홀로만의 회상 속에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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