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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on Jun 24. 2024

꽃으로 피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도라지꽃이 궁금하여 사무실 옆 좁은 공터에 반줌 씨앗을 뿌렸다. 한 달이 지난 사이비는 예닐곱 번 흙을 적셨고, 햇빛은 스물하고 서너 날이었다. 하지만 도라지 싹은 소식이 없다.


서운하려다 감사하기로 한다. 굶주린 벌레가 갉아먹은 한 끼 식사였다면, 지나가던 새가 파먹은 간식이었다면, 그래도 그래서 더 다행이다. 눈요기보다 배요기가 더 요긴하니까.


그렇게, 씨앗은 벌레의 숨결로 새의 날갯짓으로...... 피어난 것일 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또 다른 살아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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