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이 궁금하여 사무실 옆 좁은 공터에 반줌 씨앗을 뿌렸다. 한 달이 지난 사이, 비는 예닐곱 번 흙을 적셨고, 햇빛은 스물하고 서너 날이었다. 하지만 도라지 싹은 소식이 없다.
서운하려다 감사하기로 한다. 굶주린 벌레가 갉아먹은 한 끼 식사였다면, 지나가던 새가 파먹은 간식이었다면, 그래도 그래서 더 다행이다. 눈요기보다 배요기가 더 요긴하니까.
그렇게, 씨앗은 벌레의 숨결로 새의 날갯짓으로...... 피어난 것일 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또 다른 살아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