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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on Jul 01. 2024

사라지지 않을 어떤 것들

4살짜리 그림 속 '짙음'을 바라보며

웃음이나 울음이나 그리 단순하지만도 복잡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둘 또는 셋 정도 마음 색의 뒤엉킴. 즐겁고 뿌듯하고 기쁘거나, 슬프고 외롭고 억울하거나. 감정이 터져 나는 그동안의 시시각각 농도도 다를 것. 하루 종일 울어본 이는 아마 알 것이다. 새벽의 눈물과 초저녁의 눈물은 그 염도가 같지 않을 것. 마음에 펼친 도화지그 색이 더욱 짙으며 물감이 겹쳐진 자리의 느낌은 더 오래도록 남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세월만큼 들이마신 공기 속 산소가 종잇장을 조금씩 산화시켜 색을 흐려지게 한다. 슬프고 감사한 일이다. 빛바래며 사라지는 웃음의 자취는 애석하고, 희미하게 흩어지는 눈물의 흔적은 다행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래지 않는 웃음과 여전히 선명한 눈물은 반드시 있다. 아마 자아가 소실되고 나서 다음 생까지 쫓아가지 싶을 정도로 강렬하고 뜨거운, 그런 웃음 또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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