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이다. 구직자에게 월요일은 직장인일 때 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한 주가 또 시작되는구나. 나는 또 지난 한 주를 어영부영 보냈구나. 사실 자소서 하나를 쓰느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바쁘게 보냈다. 그리고 그 전 주에 머리를 뜯으며 쓴 자소서 서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일주일간의 고생이 무용지물이 되는 날이다. 쉬는 동안 여행도 좀 다니고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매일 자소서 쓰고, 공부하고, 채용정보 보느라 시간이 장마철 계곡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가슴이 답답해져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한숨을 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너무 오른 외식 물가에 왜 내 노동력 뺀 모든 것이 다 비싼 것인지, 출산율 결혼율이 최악이라는데 내 주변은 나 빼고 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 같은지, 다들 어디서 만나고 무슨 돈으로 결혼을 하는지. 이야기할수록 답답해져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게 된다. 세상 사람들의 성적표에 기재된 과목 중 낙제하지 않은 과목이 없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라도 우울한 이야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애써 다른 주제로 대화를 바꿔본다. ‘긍정적 마음가짐, 긍정적 마음가짐’ 마음속으로 되뇐다. 하지만 몇 마디 나누면, 어떤 주제에 내 일상이나 내 생각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도돌이표처럼 슬프거나 우울한 내용으로 바뀌어 버렸다.
월요일 오후 한적한 버스 안, “한 주의 시작, 활기찬 월요일입니다~” 경쾌한 목소리의 라디오 DJ가 전 직장 상사 K와의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했다.
K가 다른 부서 직원에게 메신저로
"즐거운(X) 월요일(O)입니다."
라고 장난 반 진담 반으로(진담이 100%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보냈다. 그러자 상대방이
"그럼 즐거운 월요일로 만들어보죠^^"
라는 답장을 했다고 한다.
의외의 대답에 다소 놀란 K가 내게 이 대화 내용을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우리도 즐거운 월요일을 만들어보자는 말과 함께. ‘긍정적 사고는 저런 거구나.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센스 있고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짧은 반성의 시간이 지나고 K와 일상적인 잡담이 시작됐다. 주제는 이내 업무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또 어딘가 슬퍼졌다. 반성과 다짐 후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또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그냥 내가 부정적인 인간상의 끝판왕인 건지, 세상이 나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건지 잘 모르겠다. 부정적 기운으로 가득 찬 나의 내면이 채 세 마디를 넘기지 못하고 말을 통해 들통나 버리는 건가.
나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이 현상을 ‘세 마디 이상 나누면 슬퍼지는 매직’이라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