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1. 삐냐-요거트 만들어 먹기

러닝 후유증

by 에스더

2024.12.12. (목)


코스타리카는 세계 최대의 파인애플 수출국이지만 그럼에도 맨날 바나나랑 망고, 파파야만 돌려 사 먹던 이유는 차마 저 파인애플을 손질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플레인 요거트를 사다 여러 과일을 잘라서 넣어 먹는 것에 맛을 들려서 파인애플도 한 번 손질해 두면 아침마다 맛있는 파인애플 요거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아침부터 여러 파인애플 손질 유튜브를 전부 시청한 뒤 파인애플이랑 한바탕 씨름한 끝에 두 개의 락앤락을 파인애플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이어서 아보카도를 으깨서 과카몰리를 만든 뒤 가운데 아보카도 씨를 박아두기까지 했다. 아보카도 씨를 가운데 넣어두면 아보카도가 나 아직 살아있나 봐! 하고 과카몰리가 덜 까매진다고 들었는데 마치 바나나를 옷걸이에 걸어 공중에 띄어 두면 바나나가 나 아직 나무에 달려있나 봐! 하고 천천히 까매진다는 썰이랑 비슷한 정도로 안 믿긴다. 오늘 스페인어 시간에는 특정 직업군에게 요구되는 능력치에 대하여 공부했다. 새로운 부에노스아이레스 선생님도 좋지만 슬슬 기존 프로페소라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산호세 센트럴로 나가서 빛의 페스티벌 (festival de la luz) 퍼레이드 때 입을 한복을 받아오기로 했다. 가게 이름을 찍어주셨는데 구글맵에서 뜨는 위치랑 실제 위치랑 달라서 좀 헤맸다. 그래도 한복과 부채를 잘 받아 들고 오랜만에 센트럴로 나온 김에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 친구랑 함께 가려다 못 간 플리마켓이 떠올라서 그쪽 방향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너무 힘이 들었다. 바로 발길을 돌려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거의 기절해서 밤늦게까지 잠을 잤다. 눈을 떴더니 이미 한밤중이었는데 항상 이렇게 자다가 일어났을 때 시간이 훌쩍 지나 저녁-밤이 되어있으면 괜히 이 세상에 혼자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행히 한국 시간으로 한참 낮이라서 엄마에게 징징거리다 또 금방 다시 잠에 들었다. 어제 너무 오랜만에 뛰었는데 쭉 업힐로 뛰어서 몸이 힘들었는지, 아니면 늦게 잠들었는데 새벽 일찍 일어나서 힘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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