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프로방스 체크

by 이유


아침 6시.

울리는 알람을 끄고 살금살금 1층으로 내려간다. 세수를 하고 부엌으로 간다. 아직 푸르스름한 빛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그 빛이 좋아서 어둔 부엌에 잠시 서있는다. 창문을 연다. 빨간색 잔체크 무늬 커튼이 살랑살랑 잠에서 깬다. 이 무늬를 프로방스 체크라고 부른다. 라디오를 켠다.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익숙해진 프랑스어가 명랑하게 흘러나온다.


물을 찻주전자에 올린다. 쌀을 씻는다. 촤르르, 차가운 쌀알이 손에 감긴다. 씻은 쌀을 밥솥에 안치고 시금치나 양파 따위를 씻고 다듬는다. 된장을 풀고 국을 끓인다. 나무 도마에 야채를 똑똑똑 썬다. 그 소리가 좋아서 조금 더 잘게 썬다. 그 소리가 유독 듣기 좋은 날에는 당근과 파를 잘게 다져서 계란말이를 만든다.

부엌은 온기로 꽉 찬다. 밥솥에서 쌀이 익어가고 된장국이 끓는다.


이제 차를 마실 시간. 마시는 차는 주로 민박집에 머물던 손님들이 선물로 두고 간 것이다. 콩차 (차를 다 우리고 나면 티백을 찢고 익은 콩을 먹는다.), 다즐링 티, 메밀차, 카모마일...... 각각의 차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 차를 닮은 사람들.

모두 잠든 시간에 홀로 부엌을 차지하고 요리하는 호사를 누리고도 남은 또 하나의 행복. 찻잔에 티백을 담고 끓은 물을 따른다. 그 소리가 좋아서 조금 천천히 따른다. 찻잔이 향기를 뿜는다. 나는 멍하니 그 아침을 혼자서 다 가진다.


하나, 둘, 손님들이 일어나 부엌으로 온다.

이제 창밖은 환하다. 붉은 프로방스 체크무늬 커튼이 손을 흔들듯 팔랑 인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서 오셔서 식사하세요."


아침이 준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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