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조급하지 않았다

by 김에피

한 번의 소개팅이 끝난 뒤,

두 번의 소개팅이 연달아 잡혔다.


사진을 주고받고,
일주일 동안 메시지를 나눴다.
전처럼 정성을 들이지는 못했다.


마음이 덜 정리된 탓도 있었고,
한 번에 두 사람과 대화를 했지만,
내용은 결국 똑같았다.


만나기로 약속한 토요일 아침,
나는 변함없이 산에 올랐다.


누굴 만난다고 해서
하던 걸 바꾸고 싶지 않았다.
괜히 흐트러지고 싶지 않았다.


점심엔 한 사람을 만나고,
커피 한 잔 후,
또 다른 사람과 저녁을 함께했다.


하루에 두 번의 소개팅.
그날 나는 꽤 바빴다.
그리고,
꽤 조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날의 나와는 달랐다.


조급하지 않았고,
불안하지도 않았다.
관심이 없어서였는지,
감정이 없었던 건지,
정확하진 않지만—


편안했다.
담담한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어느새 상대가 편안해지는 게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대화는 자연스러웠고,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흘렀다.


감정은 없었지만,
흔들림도 없었다.
이날의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날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쉼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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