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늘의 하루를 시작했다.

어느새 여린 새잎이 돋아 있었다.

by 김에피

그날, 여김 없이 새벽에 눈을 떴다.
오늘따라 이상하리만큼 가볍게 일어났다.
밤새 이어진 생각들 때문일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작은 희망 하나가 가슴 안을 조용히 두드렸다.


아마 어제의 나 덕분일지도 모른다.
회식 자리에선 술을 마시지 않았고,
음식도 절제했다.
그건 나와의 약속이었으니까.
조금은 낯선 눈초리를 마주했지만,
그 또한 꿋꿋이 견뎠다.


일찍 귀가해 방을 정리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아침의 나는,
조금 자랑스러웠다.


해가 뜨기 전, 분리수거를 했다.
줄어든 일회용품, 사라진 술병,
남은 건 책과 제품의 포장지뿐이었다.
나를 위한 삶의 흔적들.
달라진 나를 위한,
바뀐 삶의 리듬이 고요히 증명되고 있었다.


새소리, 햇살,
살랑이는 나무와 길가의 꽃들.
그 모든 풍경이 오늘따라
새롭게 다가왔다.


며칠 전,
내 마음처럼 모든 꽃잎을 떨구던 벚꽃나무엔
어느새 여린 새잎이 돋아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마치 오늘의 나처럼.
새로운 시작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싹을 틔운다.


그리고, 조용히 아침을 마무리했다.
무언가 다시 시작될 것 같은 기분.
그 기분에,
살짝 기대어본다.


아직은 어색한 다짐일지라도,
오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어제는 마주했고,
오늘은 걸어간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그래서, 오늘의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쉼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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