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지호 Jun 21. 2023

나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감자탕 속 라면사리처럼


카톡 카톡 카카카톡...
무의미한 알람소리들이 나를 깨운다.
잠시 보고 있던 유튜브세계에서 나와 카카오톡에 들어가 본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가 무색하게도 날 부르는 방은 없다.
모든 단톡방에서 그들끼리 떠드는 대화방일 뿐이다.
그 방들을 하나하나 무음으로 변경한 후 훅 들어오는 이상한 감정에 핸드폰을 침대에 내려놓는다.     


나 잘살고 있는 거 맞나?  왜 나만 혼자인 것 같지?

캘린더를 보면 미리 잡힌 약속들로 일정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하지만 모두 단체약속일뿐 개인적인 약속은 하나도 없다.

그 약속들에는 굳이 내가 없어도 커다란 상관이 없을 것만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아무 이유 없이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평상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다 초등학생부터 가까이 지낸 친구를 추억이 많은 감자탕집으로 불러낸다.
그 친구는 장난기 많고 항상 단체의 중심이 되는 친구이다.     

“K야 너는 나랑 왜 친구 해?”

“너? 너랑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나 어렸을 때 너한테 상담도 많이 받고 도움도 많이 됐는데?”

“나랑 있으면 재밌긴 해? 난 농담도 안 하고 맨날 진지한 이야기만 하지 않아?”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너랑 있으면 진지한 이야기 하는 게 재밌고 다른 얘랑 있으면 농담 따먹기 하는 게 재밌고 결이 다른 느낌이랄까나?”

“그래? 그럼 갑자기 내가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는 거네?”

“당연하지! 네가 부르면 싫어하는 사람 없을걸? 

네가 나한테 사기 친다고 해도 한 번쯤은 사정이 있겠지 하고 기분 좋게 당해줄 거야!”

“그런데 왜? 나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없을까?”

“네가 먼저 다른 사람들한테 개인적으로 연락은 해봤어? 

단체톡방에서도 말 없고, 술 마시는 것도 싫어하고, 클럽 가는 것도 싫어하고 너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바빠 보이고 그래서 그러지 않을까? 

뭐랄까.. 널 보면 그냥 언제나 바른생활 사나이 같은 느낌이야.

마치 오염시키면 안 될 것만 같은 청정수? 

생각해 보면 난 너한테 고민상담도 많이 받고 했는데 너의 고민들을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절제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내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아니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상적인 생각만 가득하였다. 

그래서 언제나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찾아 행동하는 착한 아이였고 가끔씩 엉뚱한 사람이었다. 

그 결과 어느 조직에서나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 단체에서나 잘 속해 있었고 그 소속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가 부재 시 우리 조직이 나의 빈자리를 느끼길 바랐다.

하지만 결국 다 착각이자 욕심이었다.

감자탕 속 사리를 떠먹으며 생각한다. 

나는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감자탕의 라면사리 같은 존재 같다고,

수제비나 우동사리로 대체할 수 있으며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그러한 존재말이다.





    

이제는 문득 “내가 좋은 사람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내가 실제로 좋은 사람이기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일까?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편안한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책잡히지 않기 위하여 내 사람들의 시선마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까? 

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있는 그대로의 ‘나’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원할 것 같은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괜스레 감자탕 속 라면사리를 한 젓가락 크게 떠서 입안에 우겨넣어본다.









                     

이전 06화 나는 감정 쓰레기통인가 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