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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지호 Jul 24. 2023

INFP가 생각하는 사랑이야기

아는 동생과 밥을 먹는다.
동생은 나와 성향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 
더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다.


동생 : "형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 너무 좋더라. 나 너무 공감되잖아.

         형이 올리고 있는 시는 형이 짝사랑했을 때 썼던 시 맞지?"


동생은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다.


동생 : "나 그 사람을 통해서 과거 만났던 인연들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

           지금처럼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

그리고 동생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동생 : "난 그냥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멀리서도 계속 응원할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 맞는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 비록 내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불확실을 기대하는 것, 아니 어쩌면 사실을 외면하는 것

정말 잔인하면서도 행복한 이야기다.


동생 : "형은 지금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라 하면, 그 시절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 "그때처럼 열정적으로는 못하더라도 똑똑하게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때처럼 그 사람에게 부담 주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때처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지금은 서로의 감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로에게 맞는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책임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금 더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어려워진 것 같아"

동생 : "나는 지금에서야 좀 알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해도, 나는 이게 맞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안 보이는 곳에서

          뒤에서만 바라보는 짝사랑이라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나랑 맞는 것 같아."


누군가를 짝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활력소가 생긴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아버린 상태에서의 짝사랑은
서로에게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


짝사랑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시간은 그 사람과의 추억에 멈춰있는데

상대방의 시간은 지속적으로 흐른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상대방은 새로운 추억들로 가득 쌓이고

자신과의 추억은 잊혀 간다는 것,

하지만 자신은 아직도 그 사람과의 추억 속에 살고 있다는 것


짝사랑을 받는 입장에서는

사람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것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사람을 피하게 되는 것

그렇게 서로 긍정적인 관계였다가도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린다는 것


동생 : "형은 짝사랑했던 사람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그리고 언제 그 사람을 잊었어?"


동생의 물음에 옛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짝사랑했던 상대에게 여러 번 마음표현을 했었다.

마음 표현 이후에도 전과 같이 어색해하지 않은 상대의 태도에

나는 상대가 준비가 안된 것이라 착각했었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잘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나 : "나는 그냥 

       너랑 같이 있으면 좋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너와 다니면서 내 음식 취향이 바뀌었고

       새로운 내 모습들을 발견했다.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느낌으로 이야기했었어"

나 : "마음 정리하게 된 계기는

       서로 군부대 배정받고 어느 날

       그 친구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더라고.

       힘든 곳에서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기에..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그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그 친구가 프로필 노래 설정을

       바꾸는데 전 남자친구에 대한 그리움인

       노래가 많은 거야.

       그때 느꼈지.. 이 친구는 준비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마음에 안 찼던 거구나..

       내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사실이었구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음 정리가 되더라"


사랑이란 무엇일까?

어른들은 항상 말씀하신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만나봐야 한다고,
만나봐야 나중에 좋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고


요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의 감정보다 상황에 집중된다라는

말을 이해한다.


문득 다른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친구는 4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친구 : "나는 지금 여자친구와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내가 준비되었을 때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할 것 같아.

          다만, 그 사람이 지금 내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



준비가 안된 상태로 서로의 감정만으로

사랑하기에는 현 사회가 너무나도 잔인한 것 같다.


나의 감정이 요동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현 나의 상황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더 나은 상황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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