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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지호 Jun 22. 2023

INFP로 극단 적응하기


우연한 기회로 시민극단에 들어갔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철없는 스물여덟 살..

평소 내 감정표현과 자기주장이 부족하기에

연기를 핑계로 쏟아내보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방문하던 날

3주 먼저 시작한 다른 배우들의 연습하는 것을 보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첫 연습이 종료되고

선생님께서 연기를 하려는 이유와 목적을 물으셨다.


지금의 나로 살기 싫다
앞으로 스스로 당당하게 변화하고 싶다
주변 눈치 보느라 나를 잃어버리는 삶이 아닌
나 자체로 순간순간 즐기며 살고 싶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시던 선생님은

연기를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아픔과 이유가 있다며

이곳에서만큼은 편하게 즐기다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이 활동이 끝날 때에는

"이 0발아" 라고 먼저 큰소리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시민극단이다.
각자 개인의 일을 하며 시간을 쪼개어 연습한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모두 각자가 원해서 함께 하는 것
나는 이곳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간다
그리고 어느샌가 이 시간이
나에게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눈치를 보는 내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조차 어색하기에

같은 팀원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하여

연기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배우의 에세이를 읽고

그렇게 배우라는 세계를 간접 경험하게 되었다


배우와 연기에 관련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짧게 이해한 것으로는

배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며

감정을 잘 전하기 위해서는

연기하는 캐릭터와 자신을 일치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슬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무엇 때문에 슬픈 상태인지까지 상상하고 설정하며 행동해야 한다.


'배우의 목소리'라는 배우의 에세이를 읽었다.

책 속의 "배우는 항상 배우는 직업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언제 어떠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지 모르기에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배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조차 안되기에

오늘도 천천히 소리 내어 읽는 것에 집중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공연 1주일 전이다.

연기를 접해보지 않은 시민극단의 기초반 사람들끼리 오르는 무대지만

우리 모두 열정적으로 준비했다.


늦은 시간 연습 종료 후 같은 팀의 누나가 이야기를 했다.


"지호야, 무대는 한번 뿐이자나. 우리가 30분 보여주기 위해서,

이렇게나 많은 시간 노력했지만 결국 무대 오르고 내려오는 그 순간에 모든 게 끝나는 거자나.

그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과정이 중요하지 않아. 그 순간을 보러 온 거야

우리 팀 진짜 잘했으면 좋겠고, 초보들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소리 듣고 싶어.

우리 공연 온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자"


그래 이왕 하는 거 아쉬움은 남되 후회는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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