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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지호 Jun 26. 2023

노래방에서) 별거인 듯 별거 아닌 별거 같은 너어어어~

“으어 끅! 2차는 노래방으로! 1차 때 나온 술값까지 얹어서 끝까지 가보자고! 나 오늘 핸들 고장 난 8t 트럭이 돼버릴 거니까”


우리 부서에는 서로 잘 통하는 6명의 모임이 있다. 

1차는 평소에 갈 염두를 못 내던 값비싼 횟집을 예약했다. 

아니 이 정도 양에 이 가격 실화야? 

관광지의 횟집이라 상상이상의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맛만 보고 다른 곳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안주값은 비싸도 술값은 2+1의 가격.. 

술을 좋아하는 인원들에게 피할 수 없는 메리트였다.

사장님 매운탕 국물 추가해 주세요! 

매운탕 국물에 소주 한잔.. 

다들 흥이 거하게 올라간다. 

술이 약한 나는 슬슬 자리를 옮기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 자리이동을 제안한다. 


“선배님 이제 2차로 자리 옮기시죠”

“2차? 2차는 무조건 락.ㅎㅠ 노래타운 가는 거 알지?"   


노래방은 눈치 보는 나에게 가장 두려워하는 장소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노래를 부르면서도 주변 눈치를 끊임없이 보기 때문이다. 

음치 박치인 내가 노래 부르면 다들 지루해할 것이 분명하다.

어쩌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일 때는 

다른 이들의 표정을 살피느라 노래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소리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노래 부르는 당사자 스스로도 흥겹지 않은데 

듣는 사람들은 더욱 지루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자리를 피해왔고, 

노래방은 내가 두려워하는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래방 가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바로 회식자리이다.

우리 모임의 회식의 2차는 항상 노래방으로 정해져 있었다.

원래 빠르게 한 곡 눈 딱 감고 부르고 

술 취한 척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 집에 가곤 했다.

하지만 유난히 흥이 거하게 오른 선배님은 

술값을 걸고 팀전 노래내기를 제안하셨다.

     

나의 눈동자는 빠르게 돌아간다..

우리는 6명이고.. 나포함 음치는 2명 

나머지는 다들 노래를 잘하니.. 

자연스럽게 음치끼리 나누어 팀을 나누었다. 

같은 팀의 표정을 살피며 나와 다른 팀을 원했으나 

같은 팀이 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또 신경 쓰였다.


3명이서 한 소절씩 돌아가며 부르기로 하였다.

우리 팀의 노래차례가 시작되었다. 

나- 매번 늦어도 이해할게 누굴 만났니 먼저 묻지 않을게~

팀 1- 눈 비비는 척 눈물 닦아내고 다음약속도 잡을 이유 만들지~

팀 2- 수없이 어긋난대도 기다릴게~ 

나 - 날 밀..

팀 2 - 날 밀어내도 깊어지는 이 사랑을 봐아~

    

대망의 하이라이트 구간 속으로 순서를 되뇌며 

제발 내 차례가 아니기를 빌었지만 

아쉽게도 하이라이트는 내 차례인 것만 같다.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며 소리라도 질러보려는 순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팀원이 치고 들어와 이어 부르기 시작한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멋쩍게 들어 올린 마이크를 다시 조심스렇게 내려놓는다.

아니야 실수일 거야. 술에 취해서 자신도 모르게 뺏어간 게 분명해!


이어서 다음곡을 시작한다.

나- 이별은 만남보다 참 쉬운건가봐~

팀1- 사랑했나봐 잊을 수 없나봐~

팀2- 기억은 계절따라 흩어져 가겠지~

나 - 사랑했..

팀2 - 사랑했나봐 잊을 수 없나봐~


뭐야? 또 그러는 거야? 

내가 하이라이트를 부르면 무조건 질 것이라 생각해고 내 차례를 뺏은 거야? 

끝까지 믿고 싶지 않아 외면했었는데 

더 이상 아닌 척할 변명거리가 없이 현실을 직시한다.     
저건 나를 무시하는 거야..  
기분이 나쁘고 분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애써 웃으며 속으로 삭인다.

아무리 내가 노래방을 싫어하지만, 

하이라이트를 뺏어가는 건 

해서는 안될 3대 악중 하나라는 것은 알고 있다.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을 당했지만 오늘도 
나는 그저 멋쩍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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