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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지호 Aug 11. 2023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야

맴..매맴... 맴매.. 맴맴
매미는 오늘도 목청 높여 울어댄다. 마치 여름의 건재함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 같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커피 냄새,
그리고 탁자 위의 컴퓨터를 바라보며 우리는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여름방학 여행지를 정하기 위해서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무더운 여름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A : "아니 그니까 더운데 산을 왜 타냐고 무조건 바다 입수 해야 하는 거 아니야?"

B : "산속 계곡물에 입수는 해봤어? 그 개운함을 소금물과 비교한다고?"

A : "지호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 : "바다도 좋지만 산도 나쁘지 않아."

B : "하나만 골라봐."

나 : "난.. 주변에 놀거리도 많은 바다? (눈치를 살피며) 

하지만 바다는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가깝게 갈 수 있는 산? (눈치를 한번 더 살피며) 

하지만 산은 주변에 놀거리가 없긴 해.."

우리가 모여 이야기하면 당일 결정 나는 내용들은 몇 개 없다. 

조금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차이만 확인한 체 

여행 계획 세우기라는 목적 잃고 그저 놀기 바쁘다.

헤어질 때쯤 되면 다시 원래의 목적이 떠오른다.


A : "그냥 집 가서 투표로 정하는 거다".

B : "오케이, 투표결과로 마음 상하거나 그런 거 없이 무조건 기분 좋게 가는 거다."

나 : "우리 여행 일정은 정해진 거야? 당일치기야? 몇 박 며칠이야?"

A : "몰라ㅋ 이제 정해야 해! 카톡으로 이야기해~"


역시나 오늘도 결국은 카톡으로 결정하자는 중대한 결론을 내린다.


A : "투표 올린다~ 중복 가능이고, 추가 좋은 아이디어는 댓글로 써줘~"


나는 재빠르게 투표로 들어가 지금까지 나온 항목에 모두 체크표시를 한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중립을 유지한다.
나의 선택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항상 피해왔다. 
나의 선택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


내가 늦게 투표하여 결과가 갈린다면 항상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걱정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이 그 결정에 따라 만족하지 못한다면 내가 책임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스스로를 탓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나의 선택은 항상

가장 영향력 없는 선택지 혹은 중복 투표였다.


모든 사람들의 가치관과 개성이 다르기에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투표로써 다수의 의견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투표할 때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나의 선택이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있다.

그래서 나는 투표이야기가 나오면 빠르게 투표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고 대기하고 있는다.


어렸을 적, 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줄곧 하곤 했었다.

그 당시에 내가 내린 결론은 ‘선택하지 않는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였다.
행복은 상대적이기에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택을 하게 되면 비교대상이 생기게 된다.
인간은 비교대상의 좋은 점만을 보고 현재의 나를 불평하기에
이는 결국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선택을 하지 않으면 비교할 대상이 없어지기에 지금의 상황에 충실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상황에 충실하게 된다면 결과는 항상 좋았었다.
그렇게 나는 선택해서 책임지는 것보다는 선택을 피하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것에 만족하였다.
하지만 이런 나를 돌아보며 때때로 답답함을 느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내 투표가 우리의 거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겠는가?

이건 그냥 나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내 투표가 결정을 가른다 하더라도 이거는 우리의 결정이지 나의 결정이 아니다.


과거의 선택을 피했던, 수동적인 나에서 이제는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은 여러 선택사항 중 똑똑한 선택을 하는 지혜를 기르는 중이며,
나의 선택을 믿고 우직하게 행할 수 있는 용기를 키우는 중이다.

어렸을 적 나의 행복의 기준은 ‘선택’을 피함으로써 비교할 대상을 없애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나의 행복의 기준은 ‘똑똑한 선택’을 함으로써,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당당하게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하루가 되고자 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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