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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11. 2020

[그림책태교25] 나무처럼

자기 속도로 성장하기

[그림책태교25] 나무처럼


 날이 좋으면 외출하고 싶어집니다.

맑고 푸른 날에, 미세먼지가 없이 청명한 하늘이 보이는 날은 공원이나 산책길을 합니다. 따뜻한 햇볕도 쬐고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듯 상쾌한 바깥 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좀 울적한 날은 기분 전환도 할 겸 길을 나섭니다. 커피나 음료를 보온병에 담아 홀짝이면서 걷는 길에서 만나는 다정한 커플만 봐도 사랑스럽고 부럽습니다. 공원이나, 산책길에서 보는 들꽃도 예쁘고, 향기를 맡아 봅니다. 자신 보다 큰 키의 나무를 보면 올려다보고 눈이 부셔 손바닥으로 챙을 만들어 빛을 가리기도 합니다. 걷다가 쉬고 싶을 때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구요. 생각만 해도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나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무가 있나요? 어릴 적 외가 집에 놀러갈 때 마다 할머니가 직접 따서 손주 간식으로 주던 감나무가 생각나신다는 분이 계십니다. 감나무=외가=할머니 사랑으로 자동연결 되어 성인이 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감입니다. 1년에 두 번의 명절 중에서 추석이 기다려지는 분이 계신데요, 전국에 흩어진 친척들이 모여 성묘를 가고 선산이 있는 곳에 밤나무가 많아 떨어진 밤을 줍고, 나무를 흔들어 밤송이를 운동화로 모아 밟아서 밤을 꺼냈던 추억이 밤나무에 있습니다. 밤나무=친척=즐거움 으로 기억되는 이야기 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나무로 자랄 때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요?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나무의 나이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의 나이뿐만 아니라 어느 해에 가뭄이 들었고, 어느 해에 기후가 좋아 잘 자랐는지, 어느 해는 병충해가 들었는지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나이테의 간격과 크기를 보고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나이테가 주는 의미는 나무가 성장하기까지 겪었을 많은 풍파와 자연의 섭리를 볼 수 있습니다. 한 뼘이 자라고, 또 한 뼘이 자라는 동안 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고 봄비와 여름 홍수, 가을 단비, 그리고 겨울의 눈을 맞으며 성장합니다.  

  

산책을 한다고 상상해 볼까요?
진한 흙냄새가 납니다. 연두색 풀 냄새가 납니다. 주변에 노랗고 분홍색 꽃들이 피었습니다. 나비가 날아다닙니다.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토끼 모양의 구름이 보이고,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었습니다. 걷다가 아름드리 나무를 보입니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모아진 발을 까딱까딱이며 장난을 칩니다. 그리고 눈을 감습니다. 어떠세요?


오늘 당신과 함께 할 그림책은 이현주 글, 그림 <나무처럼>입니다.  

어린 은행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담았고 시간의 힘에서 주변의 변화와 나무의 성장을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키 작은 나무가 열 살 때 이사와 앞의 빌라 건물 1층 높이에서 5층까지 높이까지 자라는 과정에서 나무가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수채화 보듯 편안하게 표현된 나무가 자기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적 그림책입니다. ‘창문’을 통해 보는 세상, 평온한 가족, 강아지의 출산, 할머니의 슬픔 등을 보면서 홀로 견뎌내야 했던 시간을 담았습니다.


처음으로 내 모습을 보았어요. 몹시 기쁘고 설렜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내 가지를 다듬을 때면 아파서 기운이 빠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참 신기했어요. 가지를 자를수록 키는 더 쑥쑥 자랐거든요.
나는 어디까지 자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아침이 밝았어요.        


지금 내 모습이 초라하고 지금의 내 자신이 미울 때가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미래에도 성장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걱정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슬플 때도 있구요. 잘 성장하려면 자기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재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 지금 나의 능력을 폄하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셔야 합니다. 현실을 탓하기 전에 미래를 보장 받지 못한다고 불안해하기 전에 꼭이요.    

관계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계적 측면을 외부요인에서 찾기보다 내부에서 자신을 찾을 때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히 연인이나 가까운 배우자 사이에서 더더욱 소홀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일수록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셔야 합니다. 나무가 자신이 은행나무인 것을 처음부터 알기는 하지만 어디까지 자라는지, 자라는 동안에 어떤 일을 보고 느꼈는지를 겪으면서 자신을 ‘은행나무’로 명명하듯요. 또 성장하는 과정에서 잔 가지들을 치고, 얇고 부러질 것 같은 것을 자기 것을 가져가지않고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나무이니까요.    

내가 가진 나의 정체성을 그대로 지탱하려면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면서 예쁘게 보고, 아름답게 느끼고, 달콤하게 맛보는 인생이 참다운 인생입니다. 나무처럼요.

아침이 밝았어요.


#나무처럼 #어른도읽는그림책 #그림책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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