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글 May 29. 2023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생애 첫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며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항상 대답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러닝' = 달리기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언제부터 러닝은 제 삶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아 있었습니다. 주말은 물론 퇴근 후에도 러닝을 해야만 하루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맞이한 첫여름부터 러닝을 시작했으니 벌써 러닝도 3년째 꾸준히 하고 있네요. 하루에 보통 6km 정도를 달리곤 하였는데요. 올해는 마라톤 대회를 참여해서 장거리 달리기도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3월에 서울동아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10km를 50분에 완주했었는데요. 막상 해보니 "이거 생각보다 할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 바로 다음 단계인 하프마라톤을 등록했어요.

하프마라톤의 총거리는 전체 마라톤코스에 절반인 약 21.1km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달린 거리가 10km이다 보니 기존 거리보다 약 2배 이상을 더 뛰어야 했는데요. 오늘은 저의 첫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1. 두 시간은 출퇴근시간도 힘든데 달리기는 더 힘들어요.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수도권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시간은 1시간 50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앉거나 서서 타는 버스와 지하철도 2시간은 힘든데 뛰어서 두 시간이라뇨. 출발 전부터 처음 만나게 되는 21km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막상 달리기를 시작해 보니 적당한 햇살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오늘 완주할 수 있겠다는 약간의 자신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보니 제가 기존에 연습하고 익숙했던 10km 지점을 여유 있게 통과했습니다. 과거 10km 완주 경험이 있다 보니 해당 지점까지는 수월했어요. 하지만 어려움은 10km부터 시작됐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0km를 통과한 직후부터 본격적인 스피드를 올리려고 생각했었는데요. 점점 뜨거워지는 햇살과 온도로 인해 몸이 지쳐갔습니다. 발구름을 빠르게 만들면서 달리기 도약을 더 강하게 하려고 생각했지만 몸은 뜻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5분 10초 페이스였던 저의 기록은 11km 지점부터 5분 30초대로 떨어졌고 19km 지점부터는 6분대의 페이스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처음 경험했던 19km 지점에서는 오른쪽 엉덩이 밑에서부터 근육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고 아무 생각도 없이 계속 달리기만 했습니다. 마치 제가 달리고 있는 것인지, 달리는 게 나인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힘들었지만 계속 달렸습니다. 완주 직전에 마지막 체력을 끌어올리며 2시간 안에 완주하였는데요. 다시 생각해도 두 시간 동안의 달리기, 총 거리 21km는 쉽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2. 연습이 답이더라

하프마라톤을 완주하고 난 뒤 제가 느꼈던 것은 연습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제가 자주 연습했고 익숙한 10km 지점까지의 달리기는 어려움 없이 달렸는데요. 확실히 연습해보지 못했고 경험이 부족한 10km 이상의 거리는 낯설었습니다. 페이스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어느 지점에서 제가 체력관리를 해야 하는지 등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연습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프마라톤을 준비할 때 보통 8~10km 정도로 달리기 연습을 하곤 했는데 21km 전체를 경험해 보고 연습해 본 적은 없기에 실제로 해본 것과는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대략적인 생각으로 10km 이후에 속도를 차근차근 올리려고 했던 저의 계획은 연습을 해보지 않았으니 실전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반기에 참가할 하프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는 꼭 21km를 전체로 연습을 하면서 준비해 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실전에서는 조금 더 계획에 맞고 저의 흐름에 맞추어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온도가 높고 햇살이 뜨거운 날에 마라톤을 하다 보니 후반을 갈수록 쓰러지는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톤 용어로 DNF(Did Not Finish)를 뜻하는 것인데요. 구급차가 도착해 이송되는 참가자도 있었고 바닥에 누워있지만 잠깐 응급처치를 통해 회복하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 완주를 하고 싶어 하는 참가자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완주에 대한 참가자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저도 18km 지점부터는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었고 잠깐 멈춰서 걷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동시에 이번에 멈추면 늦춰질 것이고 한 번 쉬게 되면 계속 쉬고 싶어질 것 같은 저의 모습에 두렵기도 했습니다. 달리기 후반부에서는 조금만 더 달리고 쉬어보자, 다음 급수대까지만 일단 가보자는 등 쉬지 않기 위해 저만의 룰을 만들어 조금씩 조금씩 쉬지 않고 달리는 거리는 늘려나갔습니다. 그리고 20km 이후부터는 페이스메이커분의 뒤에 붙어 그분에게 의지하면서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중간에 제가 멈추었거나 쉬었다면 그 순간은 편했을 수 있었겠지만 제가 완주가 가능했을지 가능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때 멈추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끝까지 한 것이 제가 완주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4. 나의 달리기는 계속된다.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하프마라톤 이후에 저는 똑같이 달리고 있습니다. 완주 후 마라톤대회 기사를 보니 이번 대회의 최고령자는 88세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할아버지께서는 신발도 없이 맨발로 완주를 하셨다고 하네요.

이 기사를 보고 저도 할아버지처럼 꾸준히 계속 달리고 싶어 졌습니다. 물론 마라톤 대회가 선사하는 완주의 기쁨과 뿌듯함도 좋아했지만 완주 포인트를 통과했을 때 잠시 느끼고, 앞으로 꾸준히 규치적으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마라톤은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며 대회와는 별개로 저의 달리기는 꾸준히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특별하게 무리하지 않고 오래오래 달릴 수 있도록 몸관리를 잘해야겠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제가 생애 처음으로 완주한 하프마라톤에 대해 이야기드렸습니다. 대회를 참가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지만 완주의 여운은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체력적 힘듦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반면에 완주의 뿌듯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만 글을 마치고 오늘도 달리러 가봐야겠습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러닝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