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카페인 수혈

내 마음의 양송이수프

by 제제


지난 양송이수프에 이어 커피 타령 예정이다.

아마 전 국민 중 절반.

까지 타이핑 후에 얼른 chat GPT에 물어봤다.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 인구는 몇 퍼센트 정도인지.

올해의 통계는 내년에 확인할 수 있으므로

2023년 기준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05잔으로 세계 2위였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 2위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도

하나의 문화를 넘어 생명수(?)처럼 여기는 일이 쉬워진 것이

어쩐지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루 평균 1.1잔 마신다는 것인데,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정말로 꽤 높은 수치다.


물론 내 주변의 커피 애호가들이

하루 6~8잔을 마시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대한민국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위로 만들고 싶어서

다 함께 캠페인이라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스타벅스 매장 수 역시 세계 2위다.

10명 중 7명은 커피를 마신다고 하니

왜 대기업인지 알 수 있는 사업 수완이다.


최근에는 드립커피, 혹은 홈카페 등

맛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라곤 하지만


여전히 한 잔에 1,500원~2,000원 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출근 시간, 점심시간이 되면

해당 프랜차이즈 매장의 직원들은 쉼 없이 샷을 내린다.


정신없이 일어나서

혹은 밥을 먹고 나른해진 몸을 깨우기 위해

뇌를 각성시키는 활동이다.


나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 중독되다시피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커피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지만

산미가 있다, 없다. 혹은 고소하다.

바디감이 있다 정도는 이해하는 편이었다.


전혀 변할 리 없다고 생각하던 초등학생 입맛도

어느새 달달한 커피를 싫어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커피도 쓰지만,

인생은 그보다 써서 커피가 있어야

하루를 살아내어 글을 쓸 수 있었다.


어느새 '맛있는 커피 vs 맛없는 커피'의 기준까지 생겨버렸다.

이쯤 되면 하루 한 잔씩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 알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커피를 공부했다.

공부랄 것도 없는 것이,

나름의 커피가 맛있다고 하는 카페에 가서 마셔보고

내 취향을 파악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왜 맛이 다른 건지 하는 어쩌면 무용하다 싶은 것들을 들여다보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산미 있는 커피가 싫은 사람'에 속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커피 이야기가 나올 때면

우쭐대며 나름대로 먹고 듣고 배운 것들을 늘어놓았다.


그런 거위의 발장구를 알아챘는지

오래전부터 커피를 좋아했던 내 지인이 내게 말해주었다.


산미를 싫어하는 건 아마

로스팅이 잘못된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마셔서 그럴 수 있다고.

산미 있는 커피에 대한 오해이니

깔끔하고 향기로운 산미를 느껴보라고 말이다.


고집불통인 나는 누군가의 반짝이는 눈만큼은 쉽게 설득되고 만다.

좋은 기회로 커피 클래스를 듣게 되었고

그날부터 내게 신세계가 펼쳐졌다.


실제로 디카페인 원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난생처음 알았다.

그리고 내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려서 먹었더니

그렇게 맛없을 줄도 몰랐다.


세계 대회가 왜 열리는지,

어째서 사람들이 그렇게 그 커피 한 잔 마셔보기 위해

노력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무언가를 배우고 터득하기 위해서는

돈, 시간, 노력이란 빛의 3원색 같은 녀석들이 필요하다.

다만 빛과는 다르게 한 녀석이 부족하면 다른 녀석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대개는 돈으로 대체되는 편이다)


다양한 커피용품과 핸드드립 세트,

예쁜 유리잔까지 사고 싶은 것이 가득했다.

게다가 내가 마시고 싶은 원두는 왜 그렇게 비쌌던 것일까?

보는 눈이 높은 거라 위안 삼으며

다시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경기도에서 삶이 힘들어서 바닷가로 홀연히 떠내려왔다.

그리고 가끔 슬프기도 했다.


인생이 쓰기에 커피 더 이상 쓰지 않은 경지에는 이르렀지만

글은 계속 써야 했기에 충분한 향미가 없으면 금세 지쳤다.


하루에 허락된 카페인의 양은 총 2샷.

그 또한 빨리 먹어서도 안 되지만,

그 이상 마시게 되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공황을 마주해야 했다.


그렇게 디카페인이 맛있는 커피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제목은 '카페인 수혈'이라 해놓고

디카페인 원두를 찾는다니,

브런치북 공모전에 떨어져서

그 충격으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괜히 입맛 고급이 되어서는

웬만한 디카페인 커피에는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고,

늦은 저녁 시간에 작업할 일이 많았던 나는

계속해서 커피를 찾았다.


그러다 인생 디카페인 원두를 만나게 되었고

심지어 드립백 30개입 벌크로

매달 주문해서 마시고 있다.


나라와 원두 종류마다 따져가며 마실 즐거움은 적지만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커피 '향'을 즐기며 새벽에 마셔도 힘들지 않았다.


카페인 수혈이라는 하나의 의식을 치르고 나면

왠지 진정한 커리어우먼이라도 된 것처럼 집중할 수 있었다.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계속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계속 살아갈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일상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연히 감사해야 할 일에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이제는 조금씩 물을 붓는 방법을 다르게 한 달 치

가끔은 정말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카페에 방문해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 달지.


쓰디쓴 글을 쓰고 나서

한 주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니 또다시 카페인 수혈이란 의미를 깊이 새길 수 있었고

하나의 의식에서 습관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참 우습지만 브런치북 공모전이 끝나고 나니

글 쓰는 데 어깨에 힘을 뺄 수 있게 되었다.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쓰며,

저녁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주말엔 내게 보상해 주어야지.


가진 것이 없기에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 마음의 양식인 양송이수프와 커피 한 잔 정도 있으니

어딜 가든 굶어 죽진 않을 거란 굳은 믿음까지 곁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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