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5월이 지나갔다. 5월 한 달 동안 울지 않은 날을 세는 게 빠를 것이다. 매일 밤마다 퇴근하며 혹은 일하다가 매일 울었다. 일도 힘들고 중환자실에 한 달 넘게 누워 있는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의식 없이 누워있던 아빠의 모습은 내가 그동안 보았던 아빠와는 다른 아빠였기에 이제 아빠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의사는 매주 아빠의 나빠져 가는 상태에 대해 말을 했고 기도 삽관을 뺄 경우 아빠가 위독 해지고 의식을 차릴 수 없으며 아빠와의 이별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었다. 5월 말 우리는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중환자실로 향했고 중환자실로 옮기고 난 후 처음으로 초첨 없이 눈을 뜨고 있는 아빠를 마주 했다. 아빠의 손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나쁜 딸이었다고 엄마도 나도 동생도 저마다 아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의사가 말한 대로 아빠와의 이별 준비를 했다. 기도에 넣었던 관을 빼고 난 후 의사가 우리에게 1시간 정도 병원 근처에 있으라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고 안정이 되면 연락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다음 날 아빠는 일반 병동으로 옮겼고 일반 병동으로 옮긴 아빠를 다시 마주 했을 때 아빠는 천장만 응시하고 계셨지만 뭔가 좋아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의사가 2-3일 정도밖에 견디시지 못할 거라는 말을 했기에 혼자 속단할 수 없어 그렇게 아빠를 만나고 출근을 하였고 그 후 아빠는 천장만 응시하다가 사람을 또렷하게 보기 시작하셨고 손에도 힘이 생겼고 엄마한테는 핸드폰을 가져 다 달라고 안 나오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고 했다. 이때까지도 의사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고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의사인 사촌 오빠가 좋아지고 계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했다. 난 그때부터 희망을 가졌다. 그 이후 말도 못 하고 대답만 겨우 했던 아빠가 오늘은 말도 하시고 경관식으로 코 줄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시더니 기운도 생겨 앉아 계신다. 엄마가 병원에서 아빠와 같이 영상 통화로 아빠 얼굴도 보여 주었고 아빠랑 엄마랑 스피커 폰으로 우리 가족이 같이 이야기하는 정말 행복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엄마랑 아빠랑 전화하며 '아빠랑 말해서 너무 좋다'라고 했고 마음이 편해진 엄마는 저녁으로 라면이 먹고 싶었는데 컵라면을 국물까지 다 먹었다며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빠에게 말씀드렸다. '아빠 얼렁 나아서 우리 맛난 거 먹으러 가요.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라고 말했더니 아빠가 뭐라 말씀하셨는데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못 알아들으니 엄마가 옆에서 아빠가 '한 번만 맛있는 거 사줄 거냐?'라고 아빠가 말한 거였다고 엄마가 말해줬고 나는 크게 웃었다. 아빠에게 '많이 사드릴게요'라고 말했고 아빠는 대답했다. '알겠다'라고.
이 대답을 들으며 생각했다. 5월 한 달 내내 아빠가 없는 우리 가족을 생각했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의사들은 절대 희망적인 말을 하지 않으니까 폐의 상태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라서 마냥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아직도 불안하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나는 아빠가 무슨 상태였는지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른다. 하지만 매일매일 좋아져 가는 아빠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리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빠가 삶의 의지를 보여 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동안 울며 불며 하느님을 원망했던 그 기도들을 하느님이 들어주신 건지, 또 내 주변의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기도가 하느님께 닿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다른 것은 생각하기 싫다. 지금 이 순간 아빠와 대화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나에게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아빠와 함께할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진 엄청난 기회가 왔다. 아빠에게 그동안 못했던 다정한 딸이 되어봐야겠다.
힘을 내주고 계신 아빠에게 감사하고 제 기도를 들어주신 하느님에게 감사하고 주변에서 저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신 수많은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지난 5월 그 한 달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일도 집안일도 어느 하나 편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까지 부모님이 항상 내 옆에 계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빠 엄마에게 최선을 대해 효도하는 예쁜 딸이 되어 보자 결심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질문 100번을 해도 친절하게 말하는 딸이 되자. 시간 날 때마다 전화 하자. 두 분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짜증 내지 말자. 맛있는 거 보면 꼭 부모님도 사드리자.
건강하게 부모님이 함께 계시다는 게 정말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아빠와의 보너스로 주어진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자. 이번 아빠 생신에는 멋진 운동화 한 켤레 사드려야겠다. 그 운동화 신고 아빠랑 같이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시간 갖고 싶다.
2022년 5월 한 달은 지옥과 같은 삶이었지만 그 지옥을 겪고 나니 작은 것 도 감사할 수 있는 내가 되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그 힘겨웠던 1달의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음을....
그만큼 난 한 단계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감사하자...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