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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May 09. 2022

벼랑 끝에 나

입사한 지 2달째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나한테 달려드는 느낌과 날 막다른 곳으로 밀어 넣는 느낌으로 2달을 보냈다.

감정 소모가 너무도 컸다. 이전 직장에서 나올 때도 감정 소모가 컸지만 그건 나의 욕심과 상사의 가스 라이팅 그들의 정치 싸움 때문이었지만 이곳에서의 감정 소모는 학부모님을 비롯한 같이 일하는 모든 사람과의 감정 소모 싸움이었다.  

새로 오픈한 곳도 아니고 그전에 누군가가 이뤄 놓은 것을 받아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대가는 나에게 너무도 가혹했다. 어쩜 그전에 원을 그렇게 놓고 나와서 받는 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그쪽원 책임자도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에...

힘든 상황을 다 해결하지 않고 그냥 나왔기에 난 여기서 이렇게 또 벌을 받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일이든 대가는 있기에 누군가 차려놓은 곳에 다시 와서 순조롭게 간다고 하면 그것 또한 어쩌면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하며 나를 위로했지만 난 너무도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빠의 입원, 이 입원이 중환자실로 이어지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지난 2주를 겪으며 난 그 어느 때보다도 너무 감당하기 힘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고 가끔은 내 사무실에서 울다 빌딩 테라스로 나가 울다가 오고 2주 동안 매일 울었다. 누워 있는 아빠가 불쌍해서도 울었고 난 왜 이렇게 힘든가 라는 생각에 울었고 하느님은 대체 날 어디까지 몰고 가시는지에 대한 원망에 매일 밤마다 울었고 그 슬픈 마음은 어떻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슬픔이었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힘든 상황 수치를 측정하는 느낌이었다.           


주말에는 내내 잠만 잤다. 일주일 내내 울고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견디지 못했는지 잠만 쏟아졌다. 지난주에는 왼쪽 눈밑을 시작으로 왼쪽 얼굴에 두드러기 인지 염증인지 모를 것들이 올라와 병원에 갔다. 대상포진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말... 다행히도 접촉성 피부염이었다. 하도 울어서 그 눈물을 마스크와 휴지로 닦아냈던 것이 그렇게 되었던 거 같다. 2주를 그렇게 보냈다... 일을 어떻게 했는지 그 많은 학부모님들의 컴플레인을 어떻게 처리하며 있었는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렇게 정신없이 처리했다.... 낮에는 일 때문에 밤에는 아빠 걱정하며 하느님께 원망하는 기도를 하며...


그러다 대모님인 교수님과 전화를 하게 되었다.... 교수님이 나의 원망스러웠던 맘을 달래 주셨다... 널 하느님이 크게 쓰려고 한다... (난 생각했다... 제발 날 크게 쓰지 마시고 이런 고통도 주시지 말라고.... ) 그리고 간절한 화살기도를 하라고... 하느님의 뜻이 있으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고....   


원망하며 화살기도를 했다. 화살기도 하다 생각했다.. 아빠는 어떠실까?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통 속에 계시는 걸까? 아파서 그 고통이 죽을 만큼 힘들다면 내가 아빠를 붙잡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 하는 와중에 이번 주 목요일 면회는 동생이 갔고 동생은 엄마보다 더 정확하고 이성적으로 아빠의 상황에 대해 말해 주었다. 아빠는 거의 수면 상태로 있고 동생이 갔을 때 아빠가 잠깐 깨서 동생 손을 꼭 잡았다고 의사도 자가 호흡 연습 중이라는 희망적인 말도 해주었다고 하지만 지금 수면 상태를 유지하며 있는 것 이기에 부작용도 있음을 말해 주었다. 이 말 때문인지 아님 교수님과 전화 후 내 생각이 바뀌어서 인지 그래도 며칠 전보다는 마음이 좀 단단해진 것 같았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어 입었던 옷들도 아무렇게나 놓고 겨울  정리도 하다 말고 뭔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모든 것을 늘어놨었다.  입는 옷도 버리고 늘어놨던 책들, 쓰고 제자리에 놓아두지 않았던 모든 물건을 원래 대로 돌려놓고 정리를 했다. 넋을 놓고 있어서는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빠에 대한 생각 때문에 마음에 슬픔이 계속 자리 잡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내는  아닌  같았다. 학원도 하나씩 정리하고 있으니 조금씩 편하게 지낼 날들이 찾아오긴 하겠지... 언제까지  벼랑 위에 서있게 하실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예전  독일 친구가 했던 말대로 하느님은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문을 열어 주신다고 하셨으니 

그 다른 쪽 문으로 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어버이날... 다른 친구들처럼 모든 가족이 맛있는 것도 먹지 못하고 마음에 슬픔이 가득 하지만 그래도 날 이렇게 버티게 사랑으로 키워준 우리 부모님이 있어 감사하다... 뭔가 잘 되겠지... 아빠도... 나도... 엄마도 동생도...



 ' 어떤 결정이든 하늘에 맡기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 밖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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