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춤, 노래가 어우러지는 국악의 향연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민간의 국악예술을 알아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궁중의 국악예술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크게 아악과 당악계향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악은 사직제례악, 문묘제례악, 그리고 환구제례악이 계승되어 연행되며 당악계향악은 종묘제례악과 경묘궁제례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례악은 제사에 사용하는 음악으로 기리는 대상이 있습니다. 사직은 토지와 곡식의 신을 기리는 곳입니다. 문묘는 공자의 신위를 모신 곳입니다. 환구는 천제 즉 하늘의 황제를 의미합니다. 종묘는 조선의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곳입니다. 경묘궁은 정조의 부모(사도세자, 혜경궁홍씨)를 모신 곳입니다.
아악: 사직제례악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창건한 조선은 농업사회로 농사와 관련된 행사를 통해 왕이 본보기를 보였습니다. 그 예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선농제가 거행되어 서울을 대표하는 서민음식 설렁탕이 탄생하였습니다. 농본주의 국가에서 토지와 곡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고 국가는 사직단(토지, 곡식의 신을 모신 제단)에서 기악과 노래, 그리고 춤을 연행하여 풍요를 기원하였습니다.
이 의식에 사용한 아악이 사직제례악입니다. 사직제례악에서 부르는 노래는 악장이라고 하며 추는 춤은 일무라고 합니다. 일무는 여러 명이 한 줄로 길게 선 것을 뜻하며 8일무, 6일무 등이 있습니다. 8일무는 여덟 명이 한 줄이 되어 여덟 줄을 만드는 것으로 총 64명이 배치됩니다. 6일무는 여덟 명씩 여섯 줄로 48명 혹은 여섯 명씩 여섯 줄로 36명이 출 수 있습니다.
사직제례악은 다섯 악무가 순차적으로 연행되며 순안지악-숙안지악-옹안지악-수안지악-서안지악 순으로 이어집니다. 다섯 악무의 명칭은 '~안지악'으로 불리는데 '잘 다스려지는 세상의 음은 편안하고 즐겁다'라는 예기의 문장을 따른 것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음악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다섯 편의 편안하고 즐거운 악무는 순(도리)-숙(공경)-옹(화목)-수(누림)-서(흩어짐)라는 글자의 의미와 관련된 기악과 노래, 춤을 보여줍니다.
악대(또는 악현)는 둘로 구성되는데 유문(제단 주면의 출입문) 안에 설치한 등가(현악기와 관악기 연주와 노래를 부르는 악대 혹은 그 장소)와 유문 밖 북문 안에 설치된 헌가(또는 궁가, 악대 혹은 그 장소)입니다. 악대의 연주와 노래에 따라 일무가 진행되는데 일무의 갈래인 열문지무와 소무지무를 연행합니다.
열문지무는 문사(문과 관련된 덕과 성정)를 찬양하는 춤으로 무용수는 아악기인 약(단소와 유사한 세로로 부는 목관악기)을 가로로 하여 안쪽으로 잡고 적(막대기 끝에 용의 모앵과 봉황 장신구를 한 도구)은 세로로 하여 바깥쪽으로 잡습니다. 이렇게 약과 적은 잡는 이유는 인과 의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는 것을 표현하고자 함입니다.
소무지무는 무사(무와 관련된 공적)을 찬양하며 무용수는 척(도끼)을 안쪽으로 간(방패)을 바깥쪽으로 들고 추는데 용감함은 안에서 앞장서고 방어는 바깥에서 막는다는 의미입니다. 열문지무와 소무지무는 쌍을 이루는 일무입니다.
자료: 국립국악원 사직제례악을 구성하는 다섯 악장은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서양음악에서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을 떠올리며 비교해봐도 좋겠습니다.
순안지악
영신례(사직신을 맞이하는 의식)에서 연주하며 일무 중 문사와 관련돤 열문지무를 춥니다.
송신례(사직신을 보내는 의식)에서 연주하며 일무는 없습니다.
숙안지악
사직신에게 폐백을 바치는 절차에서 연주하는 음악으로 일무(열문지무)가 수반됩니다.
옹안지악
진찬례(사직신에게 익힌 음식을 바치는 의식) 절차에서 연주하며 일무는 추지 않습니다.
철변두(제사 그릇을 거두는 일) 절차에서 연주하며 일무는 추지 않습니다.
수안지악
초헌례(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 때 등가에서 연주하며 문덕을 칭송하는 열문지무를 춥니다.
아헌례(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 때 헌가에서 연주하며 무공을 기리는 소무지무를 춥니다.
종헌례(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 때 헌가에서 연주하며 무공을 기리는 소무지무를 춥니다.
서안지악
수안지악의 초헌례를 마치고 아헌례가 시작되기 전 열문지무를 연행한 무용수들(문무)이 퇴장하고 소무지무를 연행할 무용수들(무무)이 들어올 때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서안지악은 악장(노랫말)이 없습니다.
사직제례악 영상을 찾아 순서를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문무와 무무가 펼치는 일무 또한 경건함과 위엄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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