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유대로 밟은 꿈의 성지
2024년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의 구자욱 선수가 주루 플레이 중 무릎 쪽의 부상으로 인해서 남은 한국시리즈까지의 경기 출전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이에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주축 선수의 이탈에 아쉬움을 표했는데요.
이처럼 한 팀의 주축선수의 이탈은 팀의 수장과 팀원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가 때로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력의 부재로 이어져 팀의 패배로 연결됩니다. 이는 고교야구와 같은 단판 토너먼트에서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각 포지션마다 주전 그리고 보결의 선수로 두 명의 선수를 두지만 20 명으로 제한되는 고교야구의 엔트리 상 선수 한 명의 이탈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함께 싸운 동료를 고시엔에 세우겠다는 집념과 또 그 집념을 믿은 신뢰를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2021년 시마네현 대표 이와미치스이칸의 미야모토 타케키입니다. 미야모토는 시마네현 예선 한 달 전에 있던 연습경기에서 왼손 윗부분에 데드볼을 맞아 예선의 전 경기 출장이 불가했습니다.
올해 고시엔을 보면 몇 명의 선수들이 손등 보호대를 하고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2021년 대회 때는 손등 보호대가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던 시기인지라 저 부분의 부상은 피할 서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다저스의 무키 베츠 선수가 비슷한 부위에 데드볼을 맞아 2개월 가까이 전력에서 제외됐었는데 이를 생각하면 한 번 지면 고교야구가 끝나는 3학년 선수에게 싸울 기회가 눈앞에 있다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너무나도 잔혹한 일일 것입니다.
시마네현은 다른 현들과는 달리 비교적 ‘절대적 강자’가 없는 현에 속합니다. 오사카의 토인, 히로시마의 코료와 같이 강자가 있는 현이라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출전학교를 보았을 때 연속해서 출전한 경우가 2019년, 2021년 딱 한 번 있을 만큼 계속해서 출전교가 바뀌는 지역입니다. 그런 시마네현이기에 직전대회 우승팀이라 하더라도 고시엔 출전의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지역이든 ‘파란’의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더욱 긴장이 되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와미치스이칸의 선수들은 2년 반동안 함께 해온 동료를 고시엔에 세우겠다는 집념으로 뭉쳤습니다. 야구란 스포츠에서 부상자의 존재는 팀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팀을 하나로 모으는 요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와미치 스이칸은 부전승으로 예선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2차전에서 마츠에키타고를 3-1로 이기고 3차전에서 카이세이고교를 만나 1-0 진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후 준준결승과 준결승을 손쉽게 이기며 결승에 올랐습니다. 벤치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동료를 고시엔에 세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오른 결승전, 올해 쾌진격을 일으켰던 학교, 타이샤를 상대로 9-0 승리를 따내며 미야모토를 고시엔으로 데려가는 데에 성공합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끝내 서고야만 꿈의 성지 고시엔에서 맞이한 첫 경기, 미야모토는 마지막 여름의 첫 타석을 고시엔에서 맞았습니다. 8회 말 2-2 동점 상황, 선두 타자 출루와 희생번트로 자신에게 찬스를 연결해 준 팀원에게, 자신을 꿈의 무대로 데려와준 동료들에게 보답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변화구를 걷어올린 미야모토. 데드볼로 인해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던 왼손을 끝까지 휘둘렀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자세는 무너졌지만 마음을 담은 타구는 고시엔의 좌측 스탠드를 넘어가는 결승 투런 홈런이 되었습니다. 이 홈런으로 이와미치스이칸은 2009년 교명 변경 이후 고시엔에서 첫 승이자 교명 변경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3년 이후 18년 만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2003년생 만 18세 선수가 이끈 승리이기도 했습니다.
부상을 당했을 당시에 미야모토는 상실감이 컸지만 감독의 “플레이을 할 수 없어도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을 건내줘“란 말에 미야모토는 벤치에서 동료들을 격려했고 ”힘든 연습을 버텨낸 자신을 믿어 “라 말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이에 예선 결승전 직전 야구부장이었던 타니모토 씨(43)는 “미야모토를 고시엔에 세우자”라 하며 선수들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지역 대회 우승 이후 재개한 연습에서 통증이 있었지만 7번의 경기 순연, 그리고 부전승으로 인한 가장 늦은 경기까지. 하늘이 간절한 야구소년을 돕는 듯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이와미치스이칸은 첫 경기 승리 이후 3차전에서 닛치다이야마가타에 9회 말 기적적인 끝내기 승으로 8강에 올랐습니다. 8강에선 당해 우승팀인 치벤와카야마에 9-1로 패했지만 동료와 함께한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2년 반동안 캐치볼과 스윙으로 쌓아 올린 유대는 더위를 넘고 비를 뚫어 꿈의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믿음에 보답한 한 방, 그해 여름은 동료와 함께한, 잊지 못할 여름이었습니다.
오늘의 고시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