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에서 만난 두 명의 선수
애니메이션 [다이아몬드 에이스]는 주인공인 사와무라 에이쥰이 나가노 현에서 도쿄로 야구 유학을 와 세이도의 주전 포수인 미유키 카즈야를 만나 투수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작중에서 미유키는 ‘배터리’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하는 사와무라에게 “피칭은 투수와 포수가 하나 되어 만드는 작품이잖아?”라는 말을 하며 그를 배터리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위 대사와 같이 피칭은 투수와 포수가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그만큼 투수와 포수의 사이는 각별한데요,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신뢰하는 이들이 배터리, 투수와 포수입니다. 이러한 투•포수는 어릴 때부터 함께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어릴 때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이들이 3년 만에 재회한 곳이 꿈의 무대라면 어떨까요? 오늘은 고시엔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다른 팀으로 향한 두 선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이치에서 야구를 하던 우에노 쇼타로와 스즈키 다이치는 아이치 현 대표팀에서 처음 만나 배터리를 이루며 야구의 꿈을 키웠습니다. 현 대표팀에서 합을 맞춘 둘은 함께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같은 중학교에 지원하여 약 3년간 공을 주고 받았고, 주고받은 공은 서로에 대한 유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함께 츄쿄다이츄쿄에 가자는 우에노의 말에 스즈키가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어”란 말과 함께 동도쿄의 강호, 간토이치(관동제일고, 이상 간토이치로 표기)로 야구 유학을 떠나고 우에노는 아이치에 남아 아이치의 강호 츄쿄다이츄쿄(중경대부속고등학교, 이상 츄쿄라 표기)로 진학하며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데요, 이때 둘은 이런 약속을 하게 됩니다. “고시엔에서 만나자”. 동도쿄의 학교와 아이치의 학교가 시합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전국대회밖에 없기에, 이 둘은 서로를 믿고 성장을 이뤄낸 후 고시엔에서 모든 것을 부딪히기로 합니다.
고등학교 야구선수에게 주어지는 고시엔으로의 티켓은 단 5번, 1,2,3학년때의 여름과 2,3, 학년 때의 봄 고시엔입니다. 그러나 이 5번의 티켓은 스즈키와 우에노에게 있어서 잡기 쉽지 않았습니다.
간토이치가 속한 동도쿄의 경우 127개의 팀 중 단 한 팀만이 고시엔으로 향할 수 있고 이 안에 테이쿄라는 동도쿄의 강호가 존재하고 츄쿄가 속한 아이치는 이보다 많은 약 170개의 팀 중 단 한 팀만이 고시엔으로 향할 수 있기에 두 팀 모두 최소 7경기를 연속으로 이겨야만 했습니다. 이 둘의 약속은 1, 2학년 때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간토이치는 2013년과 2014년에 연속으로 동도쿄 4강에서 패퇴했고 츄쿄는 2013년 5회전, 2014년에 준결승에서 패퇴하며 이 둘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을 내걸고 도전한 마지막 여름, 우에노는 아이치 현 결승전에 2회 초에 구원등판하여 7.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을 고시엔으로 이끌었고 스즈키 또한 결승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마지막 여름에 두 명은 약속의 땅, 고시엔으로 향하게 됩니다.
약속을 품에 안고 도착한 약속의 땅에서의 대진, 스즈키와 우에노가 만나는 것은 3회전이었습니다. 서로를 상대하기까지 남은 두 경기, 우에노는 1차전에서 9이닝 1 실점 완투, 2차전에서 9이닝 3 실점 역투를 펼쳤고 스즈키 역시 부전승으로 오른 2차전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3회전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8월의 간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절정의 날씨에 두 선수는 약속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3년 만의 재회는 약속의 땅, 고시엔에서 이루어졌고 두 선수는 이 날을 위해 달려왔던 시간들을 서로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서로를 대면한 첫 타석, 스즈키는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이어진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에노의 142km 직구에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3년 만의 재회에 둘은 전력으로 승부했고 우에노는 자신의 공을 받아주던 파트너에게 최고의 공을 던지며 지난 시간의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7회 말 2사 2,3루의 상황에서 이 둘은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초구는 138km의 직구 파울, 두 번째 공 역시 인코스의 직구가 파울이 되며 우에노가 스즈키를 몰아붙였습니다. 3구는 조금 힘이 들어가 볼, 4구째는 완전히 빠졌으나 스즈키는 이 공을 배트를 던지듯이 쳐내며 커트했습니다.
이어진 슬라이더를 다시 파울로, 이후 승부를 보기 위해 던진 140km의 직구를 다시 한번 커트해 냈습니다. 그리고 몸 쪽의 변화구를 끌어당겨 파울, 이후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골라내며 5구만에 두 번째 볼을 골라낸 스즈키였습니다. 바깥쪽으로 빠지는 유인구를 걸러내어 풀카운트, 과거의 배터리는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모든 신경을 이 상황에 집중시키며 대결에 임했습니다. 이후 두 번 연속으로 들어온 직구를 커트해 내며 11구의 승부로 고시엔을 열광시켰습니다. 이 상황에서 두 사람 간의 거리 18.44m는 웃음과 웃음 간의 거리였습니다. 이때 고시엔은 환호, 브라스밴드의 연주마저 들리지 않는 두 사람만의 웃음의 공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12번째 공, 마음을 담은 우에노의 전력의 140km 직구에 스즈키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며 두 사람의 대결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삼진을 잡아낸 우에노도, 삼진을 당한 스즈키도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이 순간만은 고시엔은 웃음의 땅이었습니다.
이 경기의 결과는 9회 말 1 아웃까지 무실점으로 좋은 피칭을 이어온 우에노의 힘이 다하며 5번 타자 나카시마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스즈키의 간토이치가 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경기 종료 이후 도열에서 스즈키와 우에노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수고했다”, “많이 늘었다”란 말보다 “즐거웠어”라는 두 사람의 진심이 서로에게 닿은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통화를 주고받으며 경기에 대한 소감을 말했고 스즈키는 “지금까지 당한 삼진 중에 제일 기분 좋았어”라며 맞대결의 승패를 떠나 약속의 땅에서 친구를 만난 것에 기쁨을 표했습니다. 간토이치는 4강에서 여름을 마무리했고 이렇게 두 사람의 마지막 여름은 막을 내렸습니다.
여름이 끝난 이후 두 사람은 대학에서 우연히 다시 배터리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두 사람이 원서를 함께 넣은 것과 달리 대학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라고 하며 우연보단 운명이 어울리는 배터리가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두 사람 모두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으며 아직 프로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치와 도쿄의 거리는 약 350km입니다. 그리고 고시엔까지의 거리는 아이치에서 150km, 도쿄에서 500km입니다. 아이치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약속은 350km의 거리에서도 지속되었고 도합 650km를 달려 성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015년 여름, 고시엔은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이상 오늘 고시엔 이야기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