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떨어지는 체력이 문제라고 생각한 지는 꽤 되었다. 한때는 운동에 빠져 살았던 나인데 이제는 운동을 할까 하는 마음만 먹어도 피곤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는 운동을 이제 시작할 거다, 요즘은 러닝이 대세니 러닝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곧잘 했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러닝은 쉽다는 투로.
지난주 B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때도 그랬다. 운동을 안 해서 몸이 너무 무겁다며, 러닝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2~3달 정도 뛰고 러닝대회에도 나가고 싶다고. 늘 그렇지만 말만 하고 또 평소와 같은 날을 반복했다. 머릿속으로는 뛰어볼까,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 볼까 하는 말만 되뇌었다. 참 어려웠다.
"내일 새벽에 운동 시작해 볼까? 생각해 봤는데 혼자 하기는 싫고 같이 하면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나와 대화를 할 때 자신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고 했던 B가 문자를 보내왔다. 운동의 필요하다고 먼저 이야기했던 나지만 정작 문자를 받자 고민이 되었다. 귀찮다, 힘들 것 같다, 다음 주부터 하자고 할까 등의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던가, 운동하고 싶다고. 그렇다고 이렇게 덥석 물지는 몰랐다.
"그래, 몇 시에 볼래?"
모르겠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말을 던졌다. 그랬더니
"5시 어때?"
라는 문자가 떴다. 나는 변명 찾기를 포기하고 운동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기로 했다. 5시 30분으로 정했다가, 3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40분에 보기로 타협을 보았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는 마음은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는 말로 덮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 일찍 자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띠리리링~~"
알람이 울렸다. 5시 30분이다. 간단히 챙기고 만나기로 한 편의점 앞으로 나갔다. 준비운동을 했다. 5시 40분이 되었다. 그런데 B가 오지 않는다. 문자를 보냈는데 읽지 않는다. 낚인 것인가.
어쩔 수 없다. 혼자라도 해야 한다. 나는 뒤돌아 목표지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첫날이니 간단하게 슬로 러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슬금슬금 뛰어보았다. 다리가 가벼운 것이 괜찮은 것도 같았다. 헛둘, 헛둘 속으로 구령을 맞추고, 호흡도 하며 자연스럽게 팔을 휘저었다. 보폭도 좁게 하고, 고개도 살짝 아래를 보았다. 그렇게 러닝을 한다고 주위에서 들은 게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한 5분 뛰었나? 아니다. 체감상 5분이지만 3분도 되지 않았을 시간쯤 숨이 가빠왔다. 몸이 무거워졌다. 무릎이 느껴졌다. 속도를 줄이고 걸었다. 아이쿠, 실전은 정말 다르네. 내가 이렇게 못 뛴다고?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요 근래, 아니 요 몇 달간 숨쉬기 운동만 하고 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못 뛴다고? 너무 한 거 아니야?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다. 러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나도 저런 사람들처럼 러닝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래도 멈추진 않았다. 1시간 운동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목표지점까지는 무조건 간다는 생각이다. 러닝이 안 되면 워킹을 하면 되지. 걸을 수는 있잖아.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러닝은 무슨 워킹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걷다 살살 뛰다를 반복하다 보니 안 느껴지던 골반이 아프기 시작했고, 꼬리뼈도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저질체력임이 드러났다. 세상에, 내가 얼마나 운동을 안 한 거야? 이렇게 체력이 안 되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던 거야? 나이 탓도 해보고, 업무 탓도 해보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내 몸은 그 자리에 머무른 게 아니라 뒤처져있었다. 사람들도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머무르면 나중에는 뒤처진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운동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체력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없어지는 거였다. 현재 체력의 위치를 몸소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래도 멈추진 않았다. 반환점을 돌았다. B의 문자가 왔다.
"미안... 이제 일어났어..."
이런, 운동이 먼저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1일 차로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달아오를 때쯤, 바다 넘어 해가 솟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하다. 러닝은 안 돼도 파워워킹은 하자는 생각에 빠르게 걸었다. 그리고 첫날의 운동은 끝이 났다.
민소매만 입고 뛰는 할아버지가 위대해 보였다.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생각하니 자만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반성이 되었다. 호흡하면서 맡은 풀 내음은 제각각이었다. 뛰면서 듣는 파도 소리는 잔잔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했다. 멀리서 떠오르는 해는 조용히 어둠을 몰아냈다. 글이 안 써진다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고, 감성이 메말랐다고 말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언제부터 타성에 젖었던 것일까. 하루 운동으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날이다. 지금이라도 운동을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 운동 일지를 쓰며 매일 아침 글 쓰는 습관도 길러봐야겠다. 부디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