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마시자라는 인사가 자연스러워진 삶을 산다. 이젠 하루도 커피를 빼고선 살아갈 수 없다. 나의 하루의 시작이자 끝을 담당한다면 말 다 하지 않았을까. 나는 바리스타를 꿈꾼다. 카페를 차려 아침마다 느긋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향기에 취하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다. 나에게 커피는 단순히 '차'가 아니라 '문화'다. 커피는 강력한 끌어당김의 법칙을 작용하며, 나에게 스며들고 있다.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단지 마신다에 있지 않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그곳의 분위기에 빠져든다이다. 커피를 마시자는 말은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커피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계속 전개해 나가고 싶은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니 ‘커피 한잔 하자 ‘는 말은 상황 맥락으로 봤을 때 ’ 당신을 좋아합니다 ‘에 해당한다. 커피는 나를 표현하게 만드는 천사의 손짓이고, 악마의 저울을 기울게 하는 신묘한 힘이다. 커피는 삶의 아름다운 면을 더욱 느끼고 깨닫게 하는 심미적 인식을 가지게 한다.
커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삶에 비유해도, 인간관계에 비유해도 어울린다. ‘커피 같은 너’, ‘커피 같은 삶’이라는 문장만으로 이해가 되는 의미가 있다. 커피는 감정의 방점이자, 트리거다.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의 확실한 마무리를 담당하기도 한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 결심을 공고히 할 수 있고, 흔들림 없는 확신을 쌓을 수 있다. 나에게 너는 불면증조차 수용되기에 단점을 찾을 수 없이 완벽하다.
나에게 치명적인 커피는 오늘처럼 비 오는 날 아무도 없는 넓은 카페 한구석에 앉아 갓 나온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커피의 여운과 입안에 남겨진 씁쓸함은 나의 감성을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시킨다. 커피 한 모금에 의식은 먼 미래로 갔다가 되돌아온다. 커피는 그리운 사람을 상상하게 하고, 이해되지 않던 상대의 마음을 짐작케 한다. 짐짓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 같으면 쌉쌀한 끝맛으로 주위를 환기시킨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잘 모르겠다. 어떤 커피가 좋은 건지. 어디 가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어디 가면 분위기가 좋은지 귀동냥으로 들은 정도가 전부다. 그래서 20년 넘게 함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커피 좀 마셨다고 거들먹거릴 형편도 못된다. 하지만 커피를 사랑한다. 너는 내 삶에 아주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감정을 토해내고 싶을 때, 너는 나의 마음과 기분을 헤아려주고, 외로움을 달래준다. 또 어제보다 쌀쌀한 날씨에 시간이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 때면 너는 자연의 위대함을 인식시켜 주며 겸손하라고 말한다.
커피 잔은 비워지고 차갑게 식었다. 반면, 나는 채워지고 따뜻해졌다. 너를 마심으로써 너의 숭고한 마음이 나에게 전해졌다. 익숙한 그리움이 밀려오지만 가볍게 넘길 것이다. 그러면서 너와 함께 할 내일을 기다릴 것이다. 너는 내일도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길 것이고, 나는 그런 너에게 수줍은 사랑을 고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