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요약
- 보도블럭을 공짜로 얻어와 주차장을 깔았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구배를 잡고 보도블럭을 깐 다음 모래를 보도블럭 틈새로 메꿔주면 끝!! 주차장 공사 비용은 대략 30만 원이다.
한국의 거리를 망치는 주된 요인으로는 "자동차"가있다. 도로의 한 칸은 늘 자동차가 줄지어 있다. 이로 인한 사고도 많다.
올해 7월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가 2,470만 대다. 대충 말해 둘 중 한 명은 차가 있다는 말이다. 나라별 보급률을 보면 미국 83%, 이탈리아 69%, 영국 57%, 프랑스 56%, 브라질 35%, 멕시코 29%, 일본 59%, 한국 41%로 보급률이 낮은 편은 아니다.
문제는 땅 크기가 다르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한국보다 3.5배나 크다. 이러한 일본도 차를 사려면 미리 주차장이 확보되어야 한다. 제주도도 이제는 차고지 증명서가 없으면 차를 살 수 없게 된다.
이 집을 샀을 때에만 해도 주차장은 없었다. 이전 주인은 마당을 넓게 쓰는 게 좋았는지 주차장을 만들지 않았다. 이 집뿐만 아니라 옛날에 지은 집들은 대부분 주차장을 만들지 않았다. 차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뿐더러 내 집을 넓게 쓰는 게 좋았을 것이다. 요즘같이 주차공간을 찾기 힘든 시기에 마당을 크게 쓸지 주차장을 만들지 결정이 쉽지는 않다. 주차장을 만들려면 대략 9.8평을 포기해야 했다.
담벼락이 있어 마당까지 프라이빗 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골목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9.8평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대문만이라도 조금 앞으로 뺄까 했지만 과감하게 10평을 포기했다.
이러한 결정은 결정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담벼락 철거하고 바닥을 뜯으려면 철거비가 들 것이고 문을 옮겨야 하니 문을 새로 사거나 새로운 기둥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바닥은 새로 만들어야 하니 그에 대한 비용이 추가될 것이다. 모든 것은 비용이다. 어떤 자재를 쓰느냐에 따라 비용의 차이도 발생한다.
집 뒤에 있는 담벼락은 폐기하지 않고 주차장 자리에 깨부수어 도로와 높이를 맞추어 갔다. 안 믿겠지만 일일이 해머를 들고 손으로 며칠을 했다.
주차 공간이 될 바닥은 뜯어다 놓은 담벼락을 최대한 잘게 부수어 바닥에 다졌다. 중간중간 물도 뿌려서 빈틈을 최대한 없앴다. 그리고 모래도 한차 불러서 평탄작업을 했다.
대문 자리는 벽돌을 사다 조적을 하고 철 기둥을 사와 좌우로 세웠다. 철기둥이 무려 18만 원이다. 대문이 철이다 보니 힘을 받으려면 이 정도 두께는 되어야 할 것 같다.
주차장 바닥재를 사려고 벽돌집으로 갔다. 가격을 불어 보니 10평 정도에 가득 주차장 보도블록을 깔려면 100만 원이 조금 넘게 들 것 같다. 콘크리트를 타설 하는 방법도 있고 아스콘을 까는 방법도 있다. 또는 자갈을 부어 놓아도 되는데 자갈을 부어 놓으면 관리가 쉽지 않다.
고민에 빠져 있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보도블록 공사하는 곳에 가서 폐기하는 보도블록을 공짜로 얻어 올 수 있다" 정말?
마치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집 앞 도로에서 보도블록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이틀 전부터 공사 중이었다. 저기 아래쪽이 공사 중이었는데 어느덧 집 앞을 살짝 지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보도블록 공사하는 곳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물어볼게 있는데 혹시 책임자나 반장님은 어디에 계실까요?" 손가락으로 포클레인 쪽을 향한다. 정말 설마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물어봤다.
"혹시 폐기되는 보도블록 가져갈 수 있을까요?"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어봤는데 된다고 한다. 심지어 차를 끌고 오면 실어 줄 수도 있다고 한다. 왓!!!!!!!!!!!! 공짜에 심지어 실어주신다구욧!! 다만 포클레인으로 막- 파서 실어 주는 것이기에 보도블록에 상처는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일이 보도블록을 캐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어두워지는 밤까지 보도블록을 캐냈다. 집까지는 약 100미터다. 구르마로 실어 나를까? 차 트렁크로 실어 나를까? 실어 나를 양이 아닌듯하여 지게차를 부를 생각으로 근처 텃밭에 있는 팔레트 2개를 빌려다 팔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았다. 두 팔레트 가득 실었다.
그러고는 밤에 지게차를 불렀다. 지게차는 6만 원이다. 아저씨도 놀란다. 바닥에서 일일이 다 캐내서 쌓아놓았다고 하니 "이걸...." 내가 봐도 놀라운 하루였다.
50년이 넘은 집이다 보니 벽 하단이 빗물에 삭아 있었다. 문지르면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많이 삭았다. 그래서 4인치 블럭(100미리*190미리*390미리)을 200장 사다 보강을 했다. 역시나 일이 일을 만든다고 뭔가를 하나 결정만 하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보도블록 시공은 우선 평탄을 잡아 놓은 땅 위에 모래를 깔아서 빗물이 바깥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구배를 잡았다. 모래에는 시멘트를 섞었다. 마치 사모레처럼. 그리고 보도블록을 차곡차곡 깔았다.
"바깥쪽으로 물이 흐르도록 구배를 잡을 것" 그런데!!! 이게 말이라는 게 아주 쉽다. 나 같은 초보가 실제로 해보면 역구배가 생기기도 하고 중간이 숙 들어가기도 하고 말처럼 쉽지가 않다. 주차장에 물이 고여봐야 얼마나 고이겠어라는 생각으로 쭉-진행을 했다. (현재 비가 오면 조금 고이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큰 상관은 없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이 하나 더 있다!! 보도블록을 깔고 보도블록 사이사이는 모레를 뿌려서 채워 주었다. 공사현장에서는 규사를 뿌려주는데 모레로도 가능하다 해서 모레를 뿌려 놓고 좌우로 비질을 여러 번 해서 사이사이를 채웠다. 그래야 보도블록들이 단단하게 결속력을 갖는다. 그리고 단차가 있는 곳은 미장을 했다.
주차장의 절반은 잔디 블록이기에 잔디도 사다 심어 주었다. 초 겨울이었지만 다행히 잔디는 죽지 않고 봄에 파릇파릇하게 자라났다.
이렇게 해서 모든 공사는 끝났다. 딱 봐도 예쁘지는 않다. 그래도 지금까지 튼튼하게 꺼진 곳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거의 공짜로 주차장을 만들게 되어 뿌듯하다. 확인을 해보니 보도블록 공사 때 철거되는 보도블록은 폐기가 원칙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민이 원하면 현장 책임자의 동의를 얻어 가져다 쓸 수 있다고 한다.
혼자 집을 수리하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종일 망치질을 하는 날도 있고 하루 종일 삽질을 하는 날도 있다.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기도 한다. 가까이에 있었던 행복을 너무 멀리서 찾은 건 아닌가 싶다. 참 흔한 말인데 "행복은 가까이 있다" 알기 전에는 이 말이 와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