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목공에서 중요한 건 수평, 수직, 간격이다. 세 가지만 맞춘다면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프로다.
만약 내가 한 치 앞을 볼 줄 아는 실력을 가졌더라면 벌써 목수가 되었겠지? 오늘도 불필요한 작업을 하고 있다.
30도가 넘는 날씨지만 밖에 보이는 전망만큼은 더위를 잊게 해 준다. 내가 이 집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 전망!! 미쳤다.
쉽지는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단열까지는 끝났다. 다음 공사는 석고보드다. 석고보드는 사진에서 보이는 나무(목상)에 고정하면 된다. 문제는 석고보드 사이즈와 목상의 간격이 딱!! 맞지 않다.
건축에서 수평, 수직, 간격은 중요하다. 고작 몇 센티 밀렸다고 문제가 되겠어? 할 수도 있겠지만 고작 몇 센티의 차이가 불러오는 문제는 눈덩이 같은 보완 작업을 필요로 하게 된다. 벽에서 받는 지붕의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구조목으로 보강 작업을 했다. 나름 단열재와 석고보드를 고려해서 치수를 계산하고 공사하였다.
계획된 간격으로 작업하면 될 것 같지만 계획된 간격으로 작업할 수 있다면 "프로"다. 나 같은 생초보는 어디에선가 수평, 수직, 간격 중 하나가 틀어지게 된다. 수평, 수직, 간격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틀어지면 모든 게 틀어지게 된다. 그렇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두 개는 맞추고 하나를 포기하게 된다. 구조목으로 목상 작업할 때 포기했던 것이 "간격"이다.
포기하는 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사를 끝내고 보니 얻는 건 고생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수평, 수직, 간격 세 가지 모두를 잃었다. 생초보의 리모델링이라는 게 겉보기에는 "우아!! 대단하다!! 금속이네!!"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하자 투성이다.
조금이라도 칭찬거리를 찾자면 간혹 맞는 곳들이 있다. 수평, 수직이 맞았다면 간격이 좀 틀리고, 수직, 간격이 맞았다면 수평이 좀 안 맞고, 하중을 받는 목상 작업이었다 보니, 그래도 수직은 최선을 다해 맞췄다.
석고보드 시공을 쉽게 하려면 목상의 간격이 석고보드에 맞아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작업이 필요 없고 석고보드를 조각하듯 자르지 않아도 된다.
-"내 취미는 조각이다"-
만약 치수가 하나라도 틀리게 된다면 후공정이 귀찮게 된다. 한곳만 틀리면 다행인데 곳곳이 틀리게 된다면 목수가 아니라 조각가가 되어야 한다. 석고보드를 일일이 간격에 맞춰서 잘라내야 한다. 아-주 귀찮은 작업이다. 시간은 몇 배로 걸린다.
석고보드 작업을 하려면 모든 공간에 목상 작업이 되어 있어야 한다. 빠진 곳이 단 한곳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석고보드를 시공해야 페인트를 칠하든 벽지를 바르든 최종 마감을 끝낼 수 있다. 빠진 곳은 없는지 일일이 찾아 석고보드가 시공될 수 있도록 목상 작업을 했다.
세로만 되어 있던 목상에 가로 바를 시공하였다. 그래야 석고보드가 안정감 있게 시공된다. 가로 바를 빼도 석고보드 시공은 된다. 하지만 벽에 기대기라도 한다면 벽이 힘을 받지 못하고 꿀렁꿀렁 들어갈 수도 있다.
보통 내부 인테리어 목공은 한치각 목재를 사용하는데 남는 두치각 목재가 있어 재활용하였다. 하... 일이 일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