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홧불을 놓다
어여 불 당겨라
변방에 바람 인다.
파발마 발굽보다 먼저 가닿으려면
서둘러 홰를 올리고
마을 몇쯤 겅중 넘어라.
잔가지 툭툭 치며
시계를 여는 나절
임진년 피워 올린 급보를 받아들고
사르다 남은 불씨를
여직 안은 봉수대여.
멧부리서 멧부리로
점점을 잇댄 길은
반천 년 빈터인데
민들레는 왜 홰를 드나
봉홧불 산을 내려와
들불로 번진 광장.
- 김진길의 정형시 '봉홧불을 놓다' 전문.
엊그제 제13회 천강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2023년 1월 31일은 문학상 공모 마감일이자 필자가 군문을 나서는 날(전역일)이었다.
공교롭게도 마감일에 맞춰 응모한 작품이 필자의 군복 입은 마지막 프로필 사진과 함께 이 문학상 수상집에 올랐다. 문학을 하는 군인이었던 필자에겐 영광스럽고,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겉으로는 평온한 듯하지만,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위기가 감지된다.
이 좋은 나라를 후대에 길이 물려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변방으로부터 급보를 전하는 봉수대의 릴레이를 의식 속에서 이어가야 할 것이다.
봉홧불과 민초(민들레), 그리고 이어지는 들불의 힘을 기억하고자
'봉홧불을 놓다'를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