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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Nov 13. 2023

메가시티보다 오래된 <메트로폴리스>(1927)

영화 속 과학 이야기

요즘 메가시티(Megacity)로 세상이 시끌벅쩍하다. 김포, 고양, 광명, 하남 등을 서울특별시에 편입시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로 키우자는 이야기다(2023년 현재 서울시 인구 940만 명).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을 때의 한양도성과 60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서울을 보면 도시의 인구집중 등으로 서울이 꾸준히 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메가시티의 장점은 생활권을 단일한 행정구역으로 묶어 교통망 확충, 주택공급지 확충 등 편의를 도모하자는 것이고, 단점은 부동산 가격 급등, 수도권 집중의 가속화 등을 들고 있다.


메가시티와 유사한 개념으로 거대한 권역을 차지하는 하나 단위의 도시를 말하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거대도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의 군소 도시들과 함께 마치 하나의 도시와 같은 성격을 나타내는 인구 과밀 지역인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도시권), 둘 이상의 대도시권이 서로 인접하여 생성한 더 큰 범위의 도시 또는 도시권인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초거대도시)가 있다. 메트로폴리스를 메가시티로 부르기도 한다.


최초의 SF 영화로 일컬어지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1927)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독일에서 만들어진 표현주의 무성영화이다. 유대계 프리츠 랑(Fritz Lang, 1890~1976) 감독이 두 번째 부인인 테아 폰 하르보우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했다.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공각기동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많은 SF 영화가 이 영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처음으로 등재된 영상물이다.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디스토피아적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을 그려낸 이 작품은, 영화사에서 무성영화나 SF를 언급할 때 반드시 이야기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하지만 1927년 개봉 당시 배급사에서 상영시간을 줄이기 위해 153분이던 원본을 115분으로 만들어 상영했다. 편집된 분량까지 소재를 확인하지 못하다가 통독 후인 1990년에 찾아 복원하였다. 그 후 2008년 아르헨티나에서 기적적으로 원판을 복사한 16mm 필름이 발견되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복원된 것이 현재 블루레이와 DVD로 판매되고 있다.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고도로 산업화된 미래의 어느 도시가 있다. 높은 건물과 첨단 시설이 있는 지상에는 부유한 자본가들이 예술과 쾌락을 즐기며, 지하에는 빈곤한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지상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기계를 조작하며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도시를 통치하고 있는 조 프레더슨(Joh Fredesen)의 아들 프레더는 어느 날, 지상층으로 노동자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온 노동자의 성녀로 불리는 마리아와 만나게 된다. 이들은 곧 경비원들에게 쫓겨나지만 마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프레더는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지하층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뜻밖에 그곳에서 처음으로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과학자 로트방, 출처: 다음영화


이에 프레더는 아버지에게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고, 반대로 마리아가 주도하는 지하 세계의 집회를 목격한 프레드슨은 과학자 로트방에게 마리아와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 지하세계의 노동자들을 교란시킬 것을 명한다. 마리아를 복제한 로봇은 노동자를 선동하고, 지하세계는 홍수가 나고 공장이 노동자들에 의해 파괴된다. 그러나 마침내 지상세계에 모여든 노동자들은 로봇의 정체를 알게 되고, 프레더의 중재로 프레드슨과 화해하게 된다.


출처: 다음영화
출처: 다음영화

당시로서는 드물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을 그렸으며, 미래의 모습을 CG 없이 특수효과만으로 만들어낸 영상이 지금 봐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을 정도다. 제작비가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라는 510만 마르크가 들어갔으나, 수익은 고작 7만 5천 마르크에 그쳐 아마도 최초로 폭망한 영화가 되었던 것 같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장을 연 영화로 볼 수도 있다.


출처: 다음영화

1929년 4월 30일 조선일보 2면에 소설가 '심훈(1901~1936)'의 감상평이 실렸다. 아마도 그 당시에 국내에서 상영한 듯하다. 프리츠 랑 감독에 대해 기대를 하며 영화 세트의 참신성에 감탄했다고 쓰고 있다. 다만 결론이 노동자와 자본가의 협조로 끝난다는 것에 실망했다고 평했다.


독일의 히틀러도 이 영화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949년에 <철완 아톰>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메트로폴리스>라는 작품을 발표했고, 이를 원작으로 2001년 <은하철도 999>의 감독인 '린 타로'가 애니메이션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애니는 미국 개봉 당시 9.11 이 벌어졌고, 영화 속에 무역센터와 비슷한 빌딩 붕괴 장면이 있어서 흥행에 참패했다고 한다.


최초의 안드로이드, 마리아


영화에서 지하 세계의 성녀 마리아와 비슷한 스파이 로봇을 만드는데, 사지와 머리가 인간과 같은 휴머노이드 형태이다. 여기에 외관을 사람 마리아와 똑같이 만들어 노동자들이 실재 마리아로 착각하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로봇은 안드로이드라고 하는데, 우리가 <블레이드 러너>에서 보았던 그런 로봇이다. 주인공조차 자기가 안드로이드인 줄 모른다. 영화가 만들어진 1927년에 그러한 설정이 가능했다는 것이 놀랍고, 거의 100년이 지난 현재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것을 당시에 표현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메트로폴리스>는 SF 영화의 시작이지만 결코 초보적인 작품이 아니다. 많은 영화에서 <메트로폴리스>의 영향을 볼 수 있고 앞으로도 인용될게 분명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우리는 영화에서 그린 100년 후의 세계인 현재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요즘 논의 되고 있는 메가시티도 어떤 모습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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