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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an 29. 2024

쿨렁거리는 전기차, 출렁거리는 리튬시장

생활 주변 과학 이야기

호들갑 떨다가 이럴 줄 알았다.

순식간에 온 세상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뀐다고 난리가 났었다. 이제는 전기차가 대세이고 냄새나는 기름차 타는 사람은 구석기인처럼 신석기인들에게 무시됐다. 전기차가 지구를 지킨다는데 그 전기는 여전히 석탄, 가스로 만드는데... 하지만 맹추위가 며칠 지났을 뿐인데 전기차 주인은  충전소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설을 앞두고 고향에 전기차를 끌고 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 거린다. 충전은 어디서 할지 차가 막히면 길바닥에서 서버리는 건 아닌지... 배터리 출력은 떨어지고 충전 속도로 따뜻한 날 같지 않았다.


전기차  가격 인하 전쟁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인 중국의 바이드(BYD)와 미국 테슬라가 연초부터 판매 가격을 인하하면서 가격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 3과 모델 Y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을 각각 5.9%, 2.8% 인하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델 Y 롱레인지, 모델 Y 퍼포먼스 가격도 5000유로(약 731만 원) 내렸다. 가격 인하율은 각각 9.0%, 8.1%다. 테슬라에 앞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BYD는 독일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 인하했다. BYD의 주력 차종인 아토(Atto) 3의 시작 가격은 4만 7000유로(약 6800만 원)에서 4만 유로(약 5800만 원)로  7000유로 낮아졌다.


어마라의 법칙(Amara's Law)이 있다. 미국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로이 어마라(Roy Amara)에 따르면, 신기술은 처음 소개될 때 많은 기대를 받지만, 그 후에는 오류와 시행착오로 그 영향력이 대단치 않은 것으로 대중의 관심이 식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완성도가 높아지며 결국 세상을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별것도 아닌 것을 법칙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을 보니  놀랍다.


현재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기차 대두  --> 보조금 & 무역장벽 문제 --> 가격 인하 치킨 게임 --> 메이커의 수익성 악화  --> 부품사에 부품원가 압박 및 배터리 수요 감소  --> 리튬 재고 증가  --> 새 광산 투자 주춤


테슬라  저조한 실적 발표


테슬라가 2023년 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냈다. 테슬라는 24일(현지시각) 실적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4분기 매출 251억 6700만 달러(약 33조 616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2022년 4분기(243억 1800만 달러)와 비교해 3%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256억 달러(34조 원)를 밑도는 실적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967억 7300만 달러(129조 2790억 원)를 기록했다.


Tesla Y, Tomaszów Mazowiecki, Poland, Source: wiki. comm. by WrS.tm.pl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더 크게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Income from operations)은 20억 6400만 달러(2조 7568억 원)로 나타났다.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39억 100만 달러(약 5조 2130억 원)와 비교하면 47%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감소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가격을 낮춘 영향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2024년 실적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테슬라는 “판매 성장률은 2023년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양산차 업계에선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BYD 등이 전기차 시장에서 맹렬히 추격하는 것도 테슬라에게 위기다. BYD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생산량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1~11월 점유율은 20.6% vs. 12.9%이다.  참고로 2023년 우리나라의 전기차 판매는 15만 9693대로 지난해에 비해 1756대 줄었다.


2차 전지도 실적 하락 중


Lithium Iron Phosphate LiFePO4 Cells 700Ah, source: wikimedia commons by Yo-Co-Man


테슬라의 2023년 4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탓에 최근 2차 전지(충전가능한 전지) 관련주들은 동반 약세를 보였다. 2023년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등 2차 전지 대형주들의 2023년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성장성에 의문이 생겼고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꾸준히  회자되며 2차전 지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셀업체에서 관련업체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 침체의 양상은 더욱 분명해진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서 상위 50위 안에 드는 2차 전지 9개 종목의 시가 총액 합산은 2024년 308조 6084억 원에서 1월 26일 259조 7224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한 달도 안 돼 48조 8860억 원이 감소했다. 9개 종목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LG화학, 삼성 SDI,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티가 포함됐다.


폭락하는 리튬 가격


파라핀에 보관 중인 리튬, source: wiki medi. by Tomihahndorf, public domian


전기차와 와이어리스 세상이 면서 리튬(Lithium, Li)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한때는 '백색 석유'라는 등 하면서 사업계획서에 리튬만 들어가면 주식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하지만 이제 리튬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으로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리튬 가격이 2023년 11월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들어섰다. 그것도 1년간 80%인 폭락 수준으로 말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중국상하이금속거래소 기준 탄산리튬의 가격은 2023년 1월 초 kg당 474.5위안에서 1년 만에 81.8% 폭락한 86.5위안을 지록했다. 리튬은 중국이 좌우해서 시장가격이 위안화기준이다. 물론 중국의 리튬 매집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가격하락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세가 꺾인 시장 흐름은 추가 투자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99.2% 탄산리튬의 가격 동향,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rea.net)



하지만 리튬 광산 발견 소식을 줄이어

맥더밋 칼데라, 출처: Techspot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네바다 주에서 세계 최대로 추정되는 리튬 광산이 발견됐다는 논문이 '사이언스 어드밴스'를 통해 발표됐다. 네바다주 맥더밋 칼데라에서 2000만~4000만 t 규모의 리튬 점토층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기존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는 볼리비아 염호로 2300만 t 규모다.


맥더밋 칼데라에 매장된 리튬의 가치는 최대 1조 4800억 달러(약 1900조 원)에 달한다. 탐사팀은 붕괴된 화산 분화구에 깔려 있을 수 있는 리튬까지 더하면 매장량이 최대 1억 2000만 t에 달할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 새겨들어야 한다. 미국은 이미 2023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솔턴 호수에도 1800만 t의 리튬이 매장된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월 18일 태국 정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천연자원환경부 보고서를 인용해 리튬 1,480만 t이 발견됐다며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태국이 세계 3번째 리튬 보유국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하루 만에 번복됐다. 랏끌라오 수완키리 정부 부대변인은 전날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남부 팡 응아주에서 1천480만 t 규모 리튬 매장지가 발견됐다는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정정했다. 전문가들이 1,480만 t이라는 수치는 리튬을 포함한 암석 전체를 의미한다며 실제 리튬양은 0.45%인 약 6만 6,600t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었다. 정부가 가짜 뉴스를 발표한 것이다. 리튬이 얼마나 급하고 핫한 뉴스 소재인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다음날에는 중국 쓰촨 성 야장현에 중국 내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100만 t)의 리튬 매장지가 발견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앞서 중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쓰촨 성 자지카 지역, 네팔 국경 인근 등 세 곳에서 대규모 리튬 광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리튬매장량은 전 세계의 7% 정도인 것으로 USGS는 밝혔다.


볼리비아 유우니 염호, source: wiki. com. by Luca Galuzzi


리튬은 다른 자원과 마찬가지로 생산지가 한정되어 있다. 나라별로 보면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호주 순이다. 리튬은 보통 광물이나 염수 상태로 존재한다. 현재 매장 추정치는 1132만 t 정도인데요 그중 대부분이 남미 지역에 분포돼 있다. 특히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 국경지역에 있는 염수호들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73.5%를 차지하고 있어 '리튬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잘 아는 유우니 호수도 볼리비아에 있다.


하지만 리튬은 매장량이 문제가 아니라 제련이 문제다.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환경 이슈에 대해 중국 말고는 당해낼 수 있는 나라가 세계에 어느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제련시장 기준 중국의 리튬 점유율은 65%에 달한다. 중국이야 환경이고 법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나라니까 그렇다. 그게 중국의 경쟁력이다. 이런 경쟁력을 선진국은 갖출 수 없는 게 문제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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