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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an 02. 2024

1월 1일 일어난 일본 레이와 6년 노토반도 지진

생활 속 지구과학 이야기

이시카와현(石川県, いしかわけん, Ishikawa-ken)은 일본 본섬(혼슈)의 중부, 동해안에 접해 있는 현이다. 인구는 111만 명(23.11. 기준)이며 면적은 4,186 km²(충남의 절반), 인구밀도는 265명/km²로 경북 칠곡과 비슷하다. 위도는 대략 서울 남부와 경기 남부와 비슷하다. 섬유산업이 유명하다. 태평양 전쟁 중 유일하게 미군의 폭격을 받지 않은 현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幻の光)>(2016)에 나오는 도시가 이시가와현 최북단 노토반도에 있는 와지마시(輪島市)이다.


제공: 씨네룩스


2024년 1월 1일 현지시간 오후 4시 10분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6km이고 노토반도 지역의 진도는 최대진도인 7을 기록했다.  진도 7은 일본 진도기준 중 가장 큰 것으로 ‘서 있을 수 없고, 무엇인가를 붙잡지 않고는 이동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본에서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관측된 것은 2018년 9월 홋카이도 이부리 동부지진 이후 처음이다.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진 시에는 규모 9.1, 진도 7을 기록했다. 


이번 지진 규모(M7.6)는 2011년 3월 도호쿠 대지진(M9,사망·실종자 1만8000여 명)보다는 약하지만 1995년 1월 한신대지진(M7.3, 사망 6300명)보다는 크다. 두 지진 모두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3)에 나온 지진이다. 그만큼 일본 사회가 느끼는 충격은 심각하다. 또하나의 오래 기록될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대피를 강력히 독려하였다. NHK에서는 당시에 "TV 보지말고 뛰어 대피하라"고 했을 정도다. 2시간 후 동해 묵호에서 67cm의 해수면 상승이 기록됐다. 


레이와 6년 노토반도 지진(M7.6)의 진앙 dnlcl(노란별), 출처: USGS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 10분쯤 강진이 덮친 이후에 약 9시간 동안에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무려 90회 이상 발생했다. 지진발생 후 기상청과 지진 전문가들은 “2~3일 내에 진도 7의 강진이 다시 덮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일 새벽 1시 현재,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시카와현, 니가타현 등에서 총 5명으로 확인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을 ‘레이와 6년 노토반도 지진’이라고 이름을 정했다. 레이와는 일왕의 연호로, 레이와 6년은 2024년이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지진 간의 구별을 위해 지진이름을 정확하게 정하는 게 관례이다. 


노토반도 지진의 진도분포, 출처: 일본 기상청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국토지리원에 따르면, 이번 이시카와 노토 지방 군발지진은 단층 길이 5.6km(±0.4km), 단층 폭 10.6km(±0.2km)의 지역에서 군발성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노토반도 지하에는 2천만 년 전 활동했던 거대 칼데라가 잠들어 있다고 하는데 보통 칼데라가 이후의 화산 분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바 이와 관계가 있는지도 추후 연구되어야 할 것 같다.


지진, 쓰나미 긴급방송 출처: NHK


노토반도 북부에선 2020년 12월쯤부터 지진 활동이 활발해져 지난해 말까지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506회 발생했다. 이번 레이와 6년 노토반도 지진은 현재시각(1월 2일 오전 11시)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규모가 살짝 낮아지는 모습이다. 


일본 수상의 대책 발표 회견 중 긴급지진속보, 출처: NHK


이번 지진은 군발지진


이시카와현 노토(能登) 지역은 예전부터 군발지진이 발생하던 지역이다. 군발지진(群発地震, Earthquake swarm)이란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비슷한 규모의 지진의 군집을 뜻한다. 한번 일어나면 정신없이 계속 일어난다.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지진이 발생한다. 군발지진은 지진이 계속 일어나므로 전진, 본진과 여진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군발지진은 보통 분화 직점의 화산 밑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마가 올라오는 과정에서 주변 지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65년 8월 3일부터 1970년 6월 5일까지 무려 4년 10개월 2일 동안 총 71만 1341회의 지진이 났던 마츠시로 군발 지진(松代群発地震)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2020년 5월 전남 해남에서 미소지진(사람이 체감하기 힘든 지진)을 포함하여 33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가 있다. 2023년 5월 15일에는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일어났는데 1월 1일부터 일어난 같은 지역의 44회의 지진 중 가장 큰 지진이었다.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진에 따른 쓰나미, 원전 사고로 악몽에 시달린 일본은 마침 다수의 원전이 위치한 이시카와현의 지진에 매우 놀란 반응이다. 이시카와현에는 시가원전 1·2호기, 니가타현에는 가시와자키 가리와원전, 후쿠이현에는 오이원전·다카하마원전·미하마원전 등 6개의 원전이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 당시처럼 큰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번 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추이를 모두 심각하게 지켜봐야겠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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