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영식 Dec 25. 2023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의 유래

우리 주변의 과학 이야기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남쪽으로 360 km 정도(서울에서 목포 정도 거리) 가면 크리스마스 섬이 있다. 그 섬은 언제나 크리스마스가 아니고 산타클로스가 사는 곳도 아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전나무도 없고 루돌프 순록이 있을만한 곳도 아니다. 단지 부지런한 동인도회사 선장이던 월리엄 마이너스가 발견한 때(1643.12.25)가 크리스마스여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크리스마스 섬의 위치, 출처: Wiki. medi by TUBS



크리스마스 섬 이야기

크리스마스 섬에서 6인치 해안포를 노획하고 좋아하는 일본군, Source: wiki. medi. by Showa era Japan (1930s-1940s)

1888년 영국에 합병되었고, 1900년 영국 직할 식민지로 편입되었다. 2차 대전이전에 영국은 이 섬에서 인산염을 채굴하였다. 1942년 일본이 자바섬을 점령한 후 'X작전'이란 이름으로 크리스마스 섬을 공격하기로 했다.


3월 1일 일본군은 850명의 병력을 동원하고 폭격기 공격을 시작으로 요란스럽게 공격했는데, 섬은 이미 퍼자브 인도계 사병의 반란으로 영국군 4명이 모두 살해된 뒤여서 무혈 입성한다. 이후 인산염을 조금 캐가다가 수송선이 미국 잠수함에 격침되면서 그나마도 중지했다. 뼈다귀 같이 생긴 섬 모양처럼 수탈할 것도 없었다.


1945년 10월 중순경 다시 영국군이 점령했는데, 범인들은 인도의 분리 과정에 정치적 문제로 처벌받지 않고 파키스탄으로 이송되었다. 크리스마스 섬은 싱가포르로 주권이 넘어갔다가 다시 1958년 호주로 주권이 이관됐다. 영연방끼리 주고받은 것이다. 까다로운 이민정책으로 악명 높은 호주 정부는 2003년 이 섬에 난민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 시절, 격리대상자를 이 섬에 가둬 놨었다.


면적은 대전광역시만 한데 인구는 2,072(2011년)명이라고 하고, 인구보다 훨씬 많은 홍게가 있고 우기가 시작하는 10~11월 교미와 산란을 위해 바다로 이동하는 장면이 다큐멘터리에 많이 나와 유명하다. 홍게와 관련해서는 생태계 교란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크리스마스섬의 홍게 이동, 2009. 12.12. source: wikimedia commons by Ian Usher


크리스마스의 유래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Christmas)이고 성탄절이다. 크리스마스는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와 '모임(massa)'의 합성어다. 풀어 읽으면 '그리스도 모임'으로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으로 모여 예배(미사) 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작 성경에는 예수가 언제 태어났는지 기록이 없다.


우선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것은 313년(밀라노 칙령)이다(380년 테살로니카 칙령으로 국교화 됐다). 사두정치로 엉망이 된 로마를 통합한 콘스탄티누스(Constantine I, 272~337)가 정치입지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당시 농경신 사투르누스를 기리는 '사투르날리아(Saturnalia)' 축제가 동지에서 한 달간 열렸다. 그리고 미트라교(Mithras)의 태양신 축일이 12월 25일이었다. 그래서 336년부터 축제 기간 동안인 12월 25일로 그리스도 탄생일도 정했다고 한다.


로마제국이 채택한 율리우스력(기원전 45년)에서 12월 25일은 동지에 해당한다. 1582년 그레고리력이 새로 제정되면서 동지는 12월 22일로 당겨졌다.  현재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의 차이는 13일이다. 그래서 콥트교가 많은 이집트나 그리스 정교, 러시아 정교는 아직도 1월 7일을 크리스마스로 지킨다.


수태고지일은 춘분


성경에 나오는 날짜 중 비교적 정확한 날짜는 수태고지일(受胎告知日, Annunciation)로 본다. 천사 가브리엘(이슬람에서 무함마드에게 알라의 계시를 전한 천사다)이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예수를 임신했음을 알려준 수태고지일은 당시 춘분에 해당하는 3월 25일이다.  9개월간의 임신 기간을 따져보면 12월 25일쯤 출산이 타당해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태고지, 패널에 템페라와 유채, 98x127cm, 1472~1475, Uffizi,  Source: Wiki. com. by public domain


이는 3세기 활동한 초대교부이자 대립교황인 엄격주의자 히폴리투스(Hippolytus, 170~235)는 수태고지가 있던 날이 춘분이고 그 9개월 뒤인 12월 25일 예수가 탄생했다면서 ‘1월 첫날로부터 거꾸로 8번째 날’이란 표현을 최초로 사용했다. 이 주제로 프라 안젤리코, 로베르 캉팽, 레오나르도 다빈치, 카라바조, 필리프 드 샹파뉴,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등 수많은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예수는 몇 년에 태어났나?


조금 우문으로 들릴 질문이다.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BC와 AD로 나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에 나와 있는 정황 증거는 분명하지 않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담긴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의 공통 기록은 헤롯대왕(BC73~BC4, 제위: BC 37 ~ BA 4)이 다스리던 시대라는 점이다.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것이다. 따라서 베들레헴의 영아살해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


누가복음(3장 1~22절)에는 예수가 복음을 펼치기 시작한 서른 살 즈음이 로마황제 티베리우스(Tiberius, BC 42~AD 37, 재위: 14년~37년)의 치세 15년에 해당한다(본디오 빌라도가 총독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기원후 28년에 해당한다. 이에 따르면 예수는 기원전 2년 경 태어났다는 소리(기원후 28년 - 30세 = 기원전 2년)가 된다. 정확하지 않지만 현재의 AD 1년보다 몇 년 앞서 태어났단 얘기가 된다.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2년 펴낸 ‘나자렛 예수 : 유년기(바오로의 딸, 2012)’에서 ‘예수는 서기 1년보다 몇 해 전에 태어났다’고 분명히 밝혔다. 525년 교황 요한 1세의 지시에 따라 전례용 연도를 기산 하는 기준으로 기원전(B.C.)과 기원후(A.D.)를 도입한 수도사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 470~544)의 계산 착오로 예수의 탄생 연도가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부활절은 며칠?


참고로 부활절은 복음서 기록에 따르면 예수가 처형된 날은 이집트인에 대한 하나님의 저주를 피하고자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른 것을 기념하는 유월절(逾越節, Passover, 그레고리력의 3월 또는 4월에 해당) 첫날인 금요일이고 이틀 뒤인 일요일에 부활한다. 그래서 오늘날 부활절은 유대력에 입각한 유월절 이틀 뒤가 된다.


오늘날 지키고 있는 부활절은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소집한 제1회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춘분(春分:3월 21일경) 후의 최초의 만월 다음에 오는 첫째 주일이다. 따라서 매년 날짜가 다르다.


2012년 디스커버리 뉴스는 미국과 독일의 지질학자들이 예수가 사망한 날짜가 기원후 33년 4월 3일이라고 국제적인 지질학 학술지 ‘International Geology Review’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Source: Jefferson Williams et. al. 2011

미국 슈퍼소닉 지오피지컬의 제퍼슨 윌리엄스 (Jefferson Williams), 독일 지구과학 연구소의 마커스 슈밥 (Markus Schwab)과 아킴 브라워 (Achim Brauer)는 예수의 죽음을 묘사한 성경구절에 나온 ‘땅이 흔들렸다’는 문구(마태복음 27:51~52)를 지진이라고 가정하고 예루살렘에서 13마일(약 21㎞)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해 근처의 엔게디 스파(Ein Gedi)에서 토양을 채취하여 지질활동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결과 퇴적물층에서 두 번의 지진활동의 증거를 찾아냈다고 한다. 하나는 기원전 31년에 발생했고 두 번째 것은 기원후 26~36년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한 유대지역의 제5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폰티우스 필라투스)의 재임기간인 기원후 26~36년와 비슷한 시기라는 것이다.


여기에 예수의 사망 날짜가 금요일(유대인의 안식일 하루 전)로 추정된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연구진은 예수가 기원후 33년 4월 3일, 금요일에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기사에는 쓰여 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까지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성경에 나온 지진이 이 기간의 지진 기록과 맞을 수도 있다고만 이야기되어 있다. 신문기사는 조금 과장된 듯하다.


이 연구가 맞다면 3일 후에 부활하셨다고 하니 4월 6일 경이 부활절로 보아야 하니 오늘날 지키는 부활절 주간과 유사한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과학과 종교가 만나는 부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모든 독자분들, 메리 크리스마스!


참고문헌


1. 크리스마스는 예수 탄생일이 아니라 예수탄생기념일, 주간동아, 2017.12.21

2. 예수 사망일은 기원후 33년 4월 3일 금요일...美··獨 지질학자 조사결과, 뉴스투데이, 2012. 5.29

3. 위키백과, 크리스마스 섬 전투

4. 논문참조:  https://doi.org/10.1080/00206814.2011.639996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매거진의 이전글 전보는 사라져도 전봇대는 남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