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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Feb 06. 2024

고객님, 뇌에 칩을 심으시지요

생활 속 과학 이야기

2024년 1월 2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ueralink, https://neuralink.com)가 처음으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했다고 머스크가 자신의  X를 통해 밝혔다. 물론 머스크의 머리에 넣은 것은 아니다. 그는 뉴럴링크에 돈만 넣었다.


머스크 엑스

이번에 이식된 장치의 이름은 텔레파시(Telepathy)라고 하는데, 머리에 구멍을 뚫고 동전만 한 크기의 장치를 피질에 심는 방식이다. 여러 다발의 전극이 달려있어서 환자의 뇌에 찔러 넣어 뇌파를 읽어 외부로 전달한다고 한다. 현재는 뇌에서 기기로의 일방통행만 되는 셈이다.

써로게이트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장치를 BCI(Brain-computer interface)라고 한다. BCI는 크게 침습형(invasive)과 비침습형(non-invasive)으로 나눈다. 침습적은 뇌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영화 <아바타>(2009), <로게이트>(2009)에서 보는 방식은 비침습형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뇌를 건드리지 않아 안전하고 필요 없을 때는 제거도 용이하다. 두 방식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침습적 및 부분적 침습적 BCI, source: wikimedia commons by Amcclanahan


지난 2016년 7월에 캘리포니아주에서 창업한 회사인 뉴럴링크는 주정부에 '의학 연구 기업'으로 등록했다. 신체 손상을 입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각종 전자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임플란트)를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미 동물 실험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2023년 5월에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간 임상시험을 허가받았다.


스티븐 호킹이 말문 터지는 게 목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발표회에서 배우들과 스티븐 호킹, 제공:  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머스크는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2018년에 타계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예로 들었다. 20대 초반부터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축삭경화증, ALS)을 앓기 시작해서 76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휠체어와 눈동자 입력장치를 사용했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에 그의 이야기가 잘 그려져 있다.


머스크는 "스티븐 호킹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천적으로 맹인으로 태어나 눈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사람도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까지가 그의 주장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중국


이 기사가 나오자 바로 2월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홈페이지와 중국 위챗 계정을 통해 ‘무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임플란트’인 ‘신경 전자 기회’(Neural Electronic Opportunity·NEO)를 개발했고, 벌써 첫 환자에게 이식한 결과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12월 19일에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두 번째 환자에게 NEO를 이식했다고 주장했다. 대국굴기인 것처럼 보인다.


출처:  칭화대

첫 번째 NEO 이식 대상은 14년 전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되면서 사지가 마비된 환자다. 칭화대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24일 이식을 진행한 결과 석 달간의 자택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가 의수로 병을 잡을 수 있게 됐으며, 혼자서 먹고 마실 수 있다고 밝혔다. 신경세포 손상 위험 없이 이 같은 성과를 달성했다고도 주장했다. 


동전 두 개만 한 크기의 NEO는 뇌 조직에 직접 이식하는 뉴럴링크 칩과 달리 두개골에 장착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비침습적이란 이야기다.  또 배터리 없이 고주파 안테나를 활용해 인근 무선 전력을 이용하여 원격 충전된다고 설명했다. 생각한 해도 찌릿하다.




뇌파를 읽어 외부 기기를 움직이는 BCI 기술은 이미 20년 전에도 가능했다. 미국기업 사이버키네틱스(cyberkinetics)는 2004년에 침습형 기기인 '브레인게이트(braingate)'를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연결해 환자가 생각만으로 e메일을 확인하게 했다. 


이후 사이버키네틱스의 자산을 인수한  블랙록뉴로테크는 유타 어레이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다. 호주의 기업 싱크론도 2년 전 이미 중증 마비환자의 뇌에 '스탠트로드'로 불리는 칩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뉴럴링크가 비록 동종 업체보다 늦었지만 일부 부분에서는  진보적인 기술을 갖췄다고 본다. 뉴럴링크는 유타 어레이처럼 단순히 전극을 뇌에 꽂는 방식 대신 얇은 전극실을 뇌 표면에 재봉틀처럼 박아 뇌손상을 줄이는 기술을 도입했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맥거번 뇌연구소의 로버트 데시몬 소장은 1월 30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가 전극실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면 뇌손상 위험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WSJ는 뉴럴링크의 칩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뇌에서 정보를 읽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에 이식된 뉴럴링크의 임플란트가 부작용 없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뇌세포가 자라며 전극을 덮을 경우 뇌파 감지가 힘들어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SF영화의 단골 주제인 BCI는 어떤 식으로든 진행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돕는 도구로 시작될 것이고 지금 실험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된다.  점차  물리적인 신체의 움직임, 느낌을 기계로 대처하여 입력받게 것으로 보인다. 나는 편안하고 안전한 집 침대에  있고 아바타들만 돌아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욕심은 결코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분명히 다른 분야로 전이될 이다. 결국 내 기억이 저장장치로 옮겨질 텐데, 그러면 나는 어디 있는가? 우리 신체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사라지고 재생된다. 태어났을 때의 몸은 없다. 그럼 나를 형성하는 것은 기억 아닐까?

내 기억이 복제되어 온라인을 떠돌면 누가 나인가? 죽음은 무엇일까?




사실 인간배아 제 문제나 뇌-칩이식 등은 기술이 누가 뛰어난가의 문제도 있지만, 윤리적인 문제의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문제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큰 틀에 발목을 잡힌 자유선진국들은 인체실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희유원소의 개발은 환경문제, 유인우주선의 문제도 인권의 문제가 걸려 있다. 인류가 공유하는 가치를 무시하며 기술만 개발하고 적용하는 나라가 지구 한 구석에 있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담해질 수도 있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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