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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Feb 10. 2024

지금 점집은 성수기

생활 속 과학이야기

2024년 갑진년 (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

그런데 난데없는 이야기가 보도에 나오고 있다.


중국, 올해 결혼하면 과부가 된다?


2024년은 봄이 없는 해라고 한다. 그래서 올해 결혼하면 과부가 된다는 말이다. 중국 이야기다.


우리나라, 일본도 그렇지만, 중국도 결혼의 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런 뉴스가 출산율 저하를 부추기지 않을까. 무슨 근거일까(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미신이다).


중국 청두 식물원에서 웨딩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들, Source: wikimedia commons by Daderot


절기상 입춘이 설 전이면 음력 새해가 된 뒤 입춘이 없으므로 ‘무춘(無春)’이라고 한다. 올해 입춘은 2월 4일이었고 설날은 2월 10일이다. 2025년 설날은 1월 29일이고 입춘은 2월 3일이다. 즉 설날 사이에 입춘이 없다.


따라서 음력으로 2024년에는 봄(春)이 없어  ‘무춘년’이라는 것이다. 중국 고대인들은 봄의 시작을 다산과 연결 지었고, 반대로 봄이 오지 않으면 만물이 번성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에 ‘무춘년에는 아이가 없다’는 미신이 생겨났다고 한다.


무춘년은 ‘과년’(寡年)이라고도 하는데, 이 때문에 ‘과부의 해’라고도 불린다. 민간에서 무춘년을 결혼하기에도, 아이 낳기에도 불길한 해라고 말하는 이유다. 미신이다. 이런 이야기가 중국 민정부(행정안정부 격) 홈페이지에 올라가서 당국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중국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도 다를 바 없다.


2007황금돼지띠에는 태어나면 다산과 풍요의 화신인 돼지답게 잘 산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2005~2007년의 출산율을 보면 1.09명 -> 1.13명 -> 1.26명 -> 1.19명으로 나타났다. 하나 더 낳던지 늦둥이를 갖은 경우도 많아 보인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 수학능력평가 대상자가 약 5만 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과밀학급 등 여러 문제가 일어났다.


한 해는 백말띠해에 태어난 여성은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이 돌았다. 그래서인지 백말띠였던 1990년에는 출생 남녀의 성비(여성 백명당 남성의 비율)가  116.5:100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다(요즘 평균 성비는 105 정도임). 실제로 태어난 여성이 적었던 것인지 전해와 이듬해와 연결된 시기에 출생 신고일을 조정했는 건지는 조금 더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신적인 속설에 대한 반응이었던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신, 점술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다.


얼마 전 유명 영화배우가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큰 이슈가 되었다. 결국 비극적인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당시 올마이티 TV에서 방영된 3년 전 금화당(2년 전 사망)이라는 점술사의 발언이 다시 소환되었다. 수갑 찬 게 보이고 주사기가 보인다, 남에 의한 것이라는 등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리고 알려진 사실들과 비슷했다. 이 말을 한 금화당과 언급된 배우가 모두 세상을 등져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물론 전체적인 점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고 편집한 부분이 얼마나 있는지 등 분명하지 않은 내용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라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매우 많다. 점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례를 자신들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일 년 중 업종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다. 항공권, 호텔처럼 말이다. 점집도 그렇다. 새로운 한 해가 돌아오는 지금이 성수기다. 또한 올해는 국회위원 선거도 있고, 의대입시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 입시의 큰 변혁이 발표되고 있다. 그야말로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다 끌어모아야 하는 시기이다.


타이완의 길거리 점술사, source: wikimedia commons by public domain


누구도 안 좋다고 하는데 일부러 하고 싶지는 않고, 좋다고 하는데 미룰 배짱이 없을 수도 있다. 살다 보면 무수히 만나는 불확실성에 개인마다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인간이 길흉화복을 알고자 하는 것은 태생적인 욕망이다. 비록 머리로는 잘못됐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만은  미혹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당당히 점집에 가고 미신에 혹한다.


“인간의 어리석은 소망과 바보 같은 믿음의 합작품이 미신이다” (철학자 베이컨)


신점이든 사주, 관상이든 타로카드, 점성술이든 아직도 당당하게 광고하고 손님 받는 곳은 성업 중이다. 예전에 서울에서는 도봉산 밑, 미아리 등에 성업했으나, 이제 점술의 메카는 역삼동을 중심으로 옮겨왔다. 물론 온라인상에도 많이 있다. 주변에 오피스텔이 있다면 간판을 살펴보면 잘 알 수도 있다. 얼마나 우리 주변에 많은지.


인도의 새점, source: wikimedia commons by nevil zaveri from navsari (guj), india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예지력(?), 판단력을 높이려고 뭔가를 하거나 의지하려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그래서 명상도 하고,  기 받기 좋은 곳으로 여행도 고 절, 교회, 성당 등에도 간다. 아무쪼록 선거의 해에, 미혹의 해에 광고, 선전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우리 사회, 개인의 미래를 잘 만들어야겠다. 미래는 남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모든 독자분들, 갑진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참고문헌

한동원, 2014,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웅진지식하우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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