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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Apr 22. 2024

호랑이 '태백'의  부고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과천 서울대공원은 2024년 4월 19일 시베리아 호랑이(Panthera tigris altaica) 태백(수컷, 2018~2024)의 부고를 띄웠다. 태백은 지난 2월부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더니 먹이 섭식량도 줄고 갑자기 활동량이 떨어지며 쇠약해졌다고 한다. 4월 15일 전신마취를 한 후 건강검진을 하였지만, 담도계 및 간기능 저하로 확인되었고 별다른 치료의 효과도 없이 사흘 만에 하늘나라로 갔다.


태백이의 부고, 출처: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다소 억울해하며 귀여운 외모와 비상한 머리를 가진 태백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물과 공놀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형인 백두와 얽힌 사연이 많이 전해진다. SBS 동물농장에 출연하여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맹수사 앞에는 4월 22일(월)부터 28일(일)까지 7일간 추모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한다. 죽기 전까지 생존한 호랑이 중 두 번째로 몸집이 컸다고 한다.


생전의 태백이의 모습, 출처: 서울대공원


태백은 지난 2018년 5월 2일 서울대공원에서 백두, 한라, 금강과 함께 아빠 조셉(독일)과 엄마 펜자(러시아) 사이에서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순혈 시베리아 호랑이다(국제 호랑이 혈통서 No.6406). 한라는 2022 일본으로 이주했다. 전체 형제가 무려 17마리였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호랑이 아종 중 몸집이 가장 크다. 이는 추운 곳에서 생활을 하기 위해 열손실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서식 영역도 가장 넓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에 350여 마리가 야생 개체로 살고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동물(CITES) 1등급이다. 에버랜드 주토피아에 있는 백호는 엄밀한 의미의 시베리아 호랑이는 아니다.


줄잇는 호랑이의 폐사


자연계에서의 호랑이와는 달리 동물원의 호랑이의 죽음은 기사를 탄다. 자연사이거나 사고사 또는 질병사라도 인간이 관여했기 때문에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많은 호랑이가 폐사했지만 최근의 폐사는 그 사유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어 특별하다.


2023년 5월 시베리아 호랑이 ‘파랑’이가 돌잔치 2주 만에 고양잇과 동물에게 나타나는 바이러스 감염성 장염인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Feline panleukopenia)’ 질병에 걸려 폐사했다. 이 질병은 고양이 흑사병으로 통하는 백혈구 감소에 따른 질환이다.  어린 고양이가 걸리면 치사율이 90%에 이른다. 5개월령 이하는 치사율이 이보다 조금 더 높다. 임신한 고양이에게 발병하면 유산될 수 있다. 다른 개체 6마리도 감염됐지만, 파랑만 회복되지 못했다.


8월에는  ‘수호’(2013~2023)가 돌연 폐사했는데, 폐사 직전에 맹수사 관람객들 사이에서 열사병으로 폐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뙤약볕에서 헉헉거리며 기운이 없어 보였다”는 목격담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서울대공원 측은 “호랑이들은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는 개체이고 방사장안에 연못과 음수대가 있었다”며 “수호의 건강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폐사한 지 한 달 만에 “시베리아 호랑이 수호 폐사 원인은 “심장 질환과 고온 노출에 따른 열사병”이라고 밝혔다.


서울공원에 현재는 남아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9마리라고 한다.




서울대공원은 요즘 수난을 맞고 있다. 지난 2021년 남미관에 인수공통전염병인 우결핵이 돌아 남미관이 폐쇄했다.  우결핵은  야생동물에 흔한 질병인데, 호흡기나 배설물 등을 통해 감염되고, 증상 발견 및 치료도 어렵다. 2021년 5월 남미관에서 폐사한 동물 사체에서 우결핵 균이 나온 뒤 22년 9월까지 총 44마리가 우결핵 양성 혹은 위험으로 안락사됐다. 2022년 9월 29일 하루에만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모두 7종, 27마리를 대규모 안락사시켰다. 이 가운데는 거래 가격이 1억 원 넘는 개미핥기도 포함됐다.


동물위령제, 출처: 서울대공원


한편 서울대공원은 동물의 생명의 존엄성과 소중함을 알리고자 서울대공원에서 지내다 폐사한 동물을 추모하는 '동물위령제'를 매년 개최한다. 올해 30회를 맞는 동물위령제는 11월 1일(금) 동물원 내 남미관 뒤편 위령비 앞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죽은 동물을 위한 위령제이다.


위령비에는 전 동물부장인 오창영(부장재직 1983~1989)의 시구인 "오는 세상은 천국에서 누리거라, 가련한 넋들이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참고로 오창영은 유명한 동물박사 '김정만'의 선임 동물부장이다.


날개 없는 동물원의 추락


서울대공원 동식물원 입장객 연도별 추이, 출처: 서울특별시 서울 데이터광장


2022년의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입장객수는 154만 9955명으로 집계 됐다. 2014년 282만 명에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46%나 감소했다. 2021년에는 조류독감(AI)이 돌아 1/1~3/29까지 전체를 폐쇄하기도 했다. 8년 만에 거의 100만 명의 관람객이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적자도 심각하다.  2014년에는 148억 원이던 것이 2022년에는 178억으로 늘어났다.




동물원에 안 가는 이유에는 물론 코로나19 여파가 컸겠지만, 도시에 갑자기 나타나는 얼룩말 '세로', 타조 '타돌이'를 보면서 왜 동물원을 가야 하는지 이유가 없어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동물원이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물원 폐지론은 궁극적인 해답이 아니기에 관계자들은 선뜻 이야기하지 못한다.


서울대공원에는 (원래) 푸바오도 없었고 이제 태백도 떠났다. 동물원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사람도 동물도 무탈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참고문헌


1. 나무위키

2.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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