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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ul 08. 2023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

영화지질학

거긴 왜나라에요 거기는 청나라... 대체 몇명의 임금을 섬기는거요~


사도세자와 혜경궁의 회갑을 맞아 정조가 화성행궁과 현륭원 행차를 하던 1795년(정조19년), 한때 왕의 특명을 받던 밀사였던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은 외딴 섬에 유배되어 지루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곁에는 파트너 서필(오달수 분)이 항상 붙어다니며 티걱태걱하고 허당끼 어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동생을 찾아 달라고 다혜라는 소녀가 찾아 오는데 자신의 처지가 어쩔수 없어 꾸짖고 내치지만 다혜의 주검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이때 조선 전역에 일본의 불량 은괴가 유통된다는 정보를 듣고 유배지를 탈출하여 불량은괴와 소녀의 동생을 찾기 위한 수사에 나서게 된다. 미모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히사코와의 썸라인이 형성되면서 영화는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KBS PD, JTBC 부장 출신인 김석윤이 감독하고 김영민, 오달수 콤비가 출연하여 3편까지 찍은 역사코메디물이다. 이야기로만 전해오는 세계최초의 비행기인 '비거(飛車)'도 등장하고 야광염료, 비격진철뢰 등 다양한 볼거리가 나온다. 물론 고증은 무시하고 만든 즐거운 볼거리다. 흥행도 어느 정도 성공한 영화다. 사극이다보니 지금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잘 만든 영화다. 


1편과 3편은 소설가 김탁환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으나(1편은 열녀문의 비밀, 3편은 방각본 살인사건), 2편은 자체 시나리오로 제작되었다. 부제 <사라진 놉의 딸>에서 놉은 품팔이, 일꾼을 지칭하는 우리말이다. 영화에서 자꾸 사라지고 주검으로 돌아오는 서민 여자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 중 빌런인 맹인 악사역할로 가수 조관우가 나오는데, 그 뛰어난 연기력에 진짜 배우인 줄 알았다. 조관우는 실재로 고등학교때 가야금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필자는 연기를 전공한 줄로만 알았다. 


불량은괴 이야기


정조 당시에 우리가 사용하던 화폐는 상평통보이다. 은괴는 부유층, 정부기관과 무역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금이 흔하지 않은 시절에는 은이 국제적인 화폐의 역할을 했다. 청나라는 은본위제도로 운영되고 있었다. 


일본은 당초에는 은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1526년 이와미 광산이 발견되면서 세계 제2위의 은생산국으로 올라섰다. 당시 제1의 은생산국은 포토시광산이 있던 포르투갈 식민지 볼리비아 였다. 1540년경 부터는 일본은이 조선에 유입되어 시장에 가득했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하고 있다. 


불량주화나 괴들은 정상적인 주화나 괴의 유통이 정점에 이르러 시중의 욕심이 과도하게 넘치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오게 마련이다. 가짜 괴를 만드는 것은 진짜 괴에 섞여야 유통이 되기 때문이다. 진짜가 없는데 가짜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은광산이 제법 있었는데 세종때 명나라에서 조공을 요구할까봐 광산을 열지 못하게 했고 명나라에 조선에서는 은이 안나온다고 속여 조공을 안바쳐도 되게 하락받고 좋아했다. 조공은 안받쳐 좋았지만 우리 광업은 지리멸렬했으며 우리가 보유하던 세계 최고의 제련기술은 일본으로 넘어가 이 때문에 일본은 세계 제2위의 은생산국이 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된다. 물론 일본은 이 은을 이용하여 국력을 키우고 무기와 병력을 보강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7년간의 피비린내나는 임진왜란이다. 물론 이 전쟁에서 왜는 패퇴하지만 400년 뒤 다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이 흐름은  아직도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은광산과 지질학



1526년 큐슈의 하카타의 상인 이었던 카미야 쥬테이(神屋壽禎)는 혼슈의 시마네현에서 이와미(石見)광산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제련기술이 없어 정련된 은광석을 조선으로 실어와서 제련을 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조선에서 전래된 '회취법'이라는 제련법을 받아들여 은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와미광산은  그 경제적 가치 때문에 군벌들간에 서로 뺏고 뺏기는 각축전이 벌어졌다. 결국 광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받쳐지게 된다. 막대한 경제력을 갖게 된 도요토미는 중국정복을 꿈꾸게 된다. 이 광산은 1923년까지 400년 동안 운영되었다.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와미 은광, Source: Wikimedia commons by Naokijp

일본은 지질학적으로 4개의 판(plate)이 만나는 지역이다. 아래 그림에서 오호츠크 판(okhotsk plate)은 원래 북미판의 일부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독립된 판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판은 대륙판인 유라시아판(Eurasia plate), 해양판인 태평양판, 필리핀 판이 만난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만나면 해양판이 대륙판의 밑으로 침강되게 되고, 이때 어느 정도 깊이가 되면 마그마가 형성된다. 이러한 판구조 환경에 따라 일본에는 지진이 빈발하고 화산이 많이 있다.

일본 근처의 판의 경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Mikenorton


하지만 화산을 만드는 마그마가 지각내에서 냉각되는 경우, 고품질의 금속광물을 갖은 광산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북미나 남미의 서해안 쪽의 대규모 구리광산과 은광산 등이 이러한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매커니즘으로 일본에도 금속광산이 많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중 하나가 이와미 광산인 것이다. 불행 중에도 좋은 일은 있는 법인가 보다.


매우 간략하게 역사와 지질학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들은 많이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더 찾아 보시길 바란다. 역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지구가 우리에게 배픈 것의 한계 내에서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지구를 알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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