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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그 문이 열리면..

두려움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라.

by 파리외곽 한국여자

아이와 유튜브로 종이접기 영상을 보면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했다.

아이가 행복해 보였다.

더 자주 같이 함께 놀아줘야겠다.

나도 아이와 종이접기를 하면서

또 다른 의미의 평온함을 만끽했다.

더 자주 같이 함께 놀아야겠다.


내일부터 기온이 완전히 떨어진다.

거리의 고집 센 노숙인들이 쉼터로들 좀 들어가고

거리의 고양이들과 동물들도 아지트를 찾아 들어가

습하게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버텨내기를 바란다.


프로덕션 방문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추가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캐스팅 디렉터는 최대한 많은 이들을 보기를 원하고 인터뷰를 녹화했다.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수많은 이야기를 수집하는 부분도 있어 보였다, 물론 극 중 인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여튼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 사이 1차 면접 현장에서 만난 이의 연락은 왔으니, 이렇게 또 결이 비슷한 사람 하나를 알아가는 건가.. 싶다가도 인연을 다시 맺어가는 것이 왠지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여튼 이 또한 급할 것 없이 천천히 자연스럽게 지켜보기로 한다.


55.7킬로그램.

일 년에 한두 번 몸무게를 잴까 말까 하는 나

오늘 아침, 몸이 너무 무거워서 욕실에 있는 전자식 저울 위에 올라서보았다.

아이를 출산하던 시점, 인생 최고 몸무게 갱신 시점에 저 정도였었는데, 수동차를 운전하면서 그리고 날이 추워지면서, 걷는 일이 줄어들면서 살이 지속적으로 찌고 있다.


에스테틱의 문제가 아니라, 신진대사가 문제인 듯

나이가 들면서 원래 살이 찌는 건가..

‘원래’라는 것은 말이 안 되지..

마음가짐의 문제인 듯.

어제저녁 난 수영예약해 둔 것을 취소했다.

일요일 오전 9시 수업.

아이들 수업처럼 재미있는데..

취침시간도 늦었고,

아침을 여유 있게 먹고 싶었고,

갑자기 오랜만에 운동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운동, 해야 한다

아픈 날이 더 많아지기 전에..


결국은, ‘건강‘일 것이다.

몸도 정신도 온전해야

뭘 하든, 할 엄두가 날 것이다.


오전 외출하고 집에 돌아와서

엄마의 부재중 전화를 봤지만

시차도 그렇고 점심식사도 준비해야 해서 패스했다.

별일 없을 것을 확신하며 내일 통화해 봐야겠다.

두 노인네가 몸도 마음도 따스히 잘 지내길 바란다.


크리스마스장식도 보고

예쁜 트리도 오늘 아이와 보고 왔지만,

이제 나는 ‘Love Actually’류의 영화는 보지 않는다.

‘최대한 건조하게, 최대한 평범하게 ‘ 사는 것으로

급선회한 내 감정은 이제


이도 저도 아닌 곳에

정박한 것도 아닌 것도 아닌 그런

부유물과도 같다. 하지만 적어도

끈이 떨어진 상태가 아님에, 감사한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가고 봄은 오고

또 그렇게

여름과 가을이 순서대로

혹은 뒤섞여서 오더라도 결국은

나름의 질서를 잡아갈 것임을 믿는다.

Love Actually, Karl


내일 아침에는 좋은 우유를 사러

조금 더 멀리 운전해 가봐야겠다.


20개월 내 젖을 먹이고

또 20년을 그렇게 우유를 먹일테고

우유를 더 이상 챙겨 먹이지 않을 그즈음엔

내 아이가 내 품을 떠나서 훨훨 날아가겠지..

그때,

늙은 어미가 너무 비실대지 않도록

우리 딸내미가 엄마 걱정 않도록

지금이라도 운동과 음식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 해 한 해가 다름이 느껴진다.

세월에 붙는 가속도란 것이 이런 건가보다.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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