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없이 인도여행을 논하지 말라. 내가 지은 말이다. 인도의 문화를 알고 싶다면 기차를 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동일한 좌석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현지인과 마주보며 있어야 하는 어찌보면 흥미롭고, 고통스럽기도 하며, 신비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차에서 매우 수 많은 형태의 인도인들을 목격할 수 있다. 몸이 불편하여 구걸하러 다니는 구걸인에서, 비밀 주문인 만트라를 말로 읊는 듯해 보이는 ‘짜이 짜이’ 짜이 판매원들, 다양한 모습의 승객들, 스트레스에 쩔어 보이는 관료들에서 부터 정말 각양각색의 인도인들을 목격할 수 있는 장소가 인도의 기차안이다.
덤이라면 인도는 기차 노선이 매우 잘 갖추어진 국가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매우 빠른 최첨단 기차가 눈에 띄기도 한다. 거대한 인도의 영토에서 거의 모든 지역을 기차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북쪽 히말라야 일대의 지역을 제외하면 말이다. 무엇보다 인도의 물가가 저렴하므로, 기차 운임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또한, 선택의 범주도 다양하다. 일반 좌석에서 부터 슬리퍼 (침대 칸), 에어컨 침대 등으로 다양한 종류의 좌석을 선택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입석도 가능하다. 정말 돈이 없으면 입석을 하면 된다. 조금은 고생은 하겠지만 말이다. 입석은 주로 하층민이 이용하는 자리다. 하층민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이렇게 선택의 범주가 다양한 기차 좌석은 얼핏 인도의 전반적인 문화를 잘 드러낸다고 느껴진다. 모든것이 가능하다는 인도를 잘 보여준다.
뭄바이를 떠날 때가 되었다. 오랜시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 영향으로 인해 서양의 문물이 비교적 잘 융합이 된 고아로 가기로 하였다. 물론, 나의 주요 목적은 아람볼 비치였다. 다양한 영적인 워크샵들이 열리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우선은 아람볼 비치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역으로 표를 구매하였다. 표를 구매하고, 표를 자연스레 옷 주머니에 막 꾸겨 넣었다. 당시, 바지 주머니 두 개, 그리고 상위 티셔츠 주머니 두 개, 총 네 개의 주머니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정신 없이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러곤, 나중에 티켓을 다시 꺼낼 일이 생겼다.
티켓을 찾으려 하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티켓을 찾으려 하니 티켓이 하나만 있는 것이아니었다. 내가 찾으려 했던 기차표는 이전 기차표들과 함께 섞여 있었던 것이었다. 필요없으면서도 티켓을 모두 가지고 있다가 결국 버리는 걸 잊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쌓이고 섞인 기차표 속에서 내가 정말로 필요한 기차표가 무엇인지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은 그렇게 특별할 일도 아니었다. 그냥 지나쳐 버리면 될 사소한 이슈같아 보였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그날따라 유독 그 섞이고 섞인 쌓이고 쌓인 기차표가 나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느꼈다. 이것이 인도를 여행하는 매력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평소에는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할 것들이 인도에서는 종종 의식속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리고 나는 추후에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 천개의 읽지도 않은 에미엘들이 수북히 쌓여 있던 것이었다. 쌓고 쌓아 올리는 습관이 전반적인 나의 행위와 활동에 잠재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채울 줄은 알지만, 잘 비우지는 못하는 것.
넣는 줄은 알지만, 잘 내보내지는 못하는 것.
계속 채우고 넣기만 하니, 계속 쌓여만 갔던 것이다.
불필요한 티켓을 모두 잘 비우고 나니, 드디어 필요한 티켓을 잘 찾을 수 있었다. 불필요한 것들이 모두 사라진 후에 해야 할 일이 아주 분명해졌다.
노자가 도덕경에 이런말을 남겼다. 학문은 날로 더하는 것이고, 도를 닦는 것은 날로 비우는 것이다. 학문은 지식의 영역이고 도는 지혜의 영역.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꼭 지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많이 공부했지만 결코 지혜롭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