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행기

by 나루터


요가에서는 구루 (guru)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인도에서는 종종 구루 (guru)를 ‘어둠 혹은 무지를 제거해 주는 자 (the remover of darkness)’라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구루 의 ‘구 (gu)’는 어둠 혹은 무지, ‘루 (ru)’는 제거하는 혹은 끝내는 등의 의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 아쉬람에서는 종종 자신의 어둠을 제거할 혹은 무지를 제거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잠재의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공포심이나 두려움 등을 목격하기도 한다.


요가 지도자 과정인 TTC 가 진행이 될 케랄라는 인도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케랄라는 또한 아유르베다 (Ayurveda)로도 유명하다. ‘아유르’는 삶, 그리고 ‘베다’는 지식 혹은 앎을 의미한다. 삶의 지식이라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건강하게 사는 방법 (몸, 마음, 그리고 더 깊은 측면의 조화)을 배울 수 있다. 즉,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생활할지 등에 대한 실용적 지식을 다루기도 한다. 케랄라의 지역 자체가 다양한 허브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 한다. 이는, 열대 기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케랄라주에 있는 말라바르 해안이 후추 (black pepper)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아유르베다는 사람의 특성을 세 부류로 나눈다. 이를 도샤 (Doshas)라 하고, 바타 (Vata), 피타 (Pitta), 그리고 카파 (Kapha) 로 나눈다. 바타는 공간과 공기, 피타는 불과 물, 그리고 카파는 물과 땅의 특성이 강하다고 한다. 즉, 바타 타입의 사람은 공간과 공기가 주 특성이므로, 주로 이동을 많이 하고 몸이 가벼운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이러한 신체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적합한 처방 (허브 등)을 하는 것이 아유르베다 방식으로 이해했다. 매우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케랄라에는 아유르베다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수 많은 장소들이 있다. 한 인도 친구에 따르면,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신 중 하나인 원숭이 모습의 하누만이 약초 산을 통째로 옮기는 도중에 많은 약초들이 케랄라 주변에 떨어졌다고 한다.


요가 프로그램은 케랄라에서도 트리반드럼 (Trivandrum)이라는 도시 부근에서 진행 되었다. 코친에서도 약 5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거의 최남단이다. 그리고 트리반드럼에서도 로컬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고 가야 했다. 어느덧 정글같이 푸르른 곳에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20분 정도 걸어가니 그제서야 그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곳에 머물고 조금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요가 아쉬람 리셉션 근처에 한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엔 다양한 종교적 심벌들이 인상 깊었다. 힌두교의 옴 (ॐ), 이슬람의 초승달, 기독교 십자가, 불교의 법륜 심벌 등 다양했다. 또한, 한 요가 연습장 (1 층 위치)에는, 다양한 구루들의 사진과 그림이 나열되어 있다. 시크교의 구루 나낙 (Gurū Nānak) 에서부터, 기독교의 예수, 그리고 불교의 붓다 등이다. 전통적인 요가 아쉬람이라면, 보수적일 것 같지만, 이 곳은 인도 내에서도 매우 개방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고치 (Kochi)출신의 한 인도인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나의 구루는 예수 (Jesus)다.”


그의 말은 인도의 세계관을 잘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인도에서는 종교란 삶 그 자체와도 같을 것이다. 인도인들은 종교가 없는 것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종교는 그들의 삶에 기본적인 토대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구루가 크리슈나가 되었든, 붓다가 되었든, 예수가 되었든, 구루 나낙이 되었든, 자신들의 내적인 여정을 안내해 줄 안내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또한, 구루의 지도아래 경건한 영적인 삶을 사는 것을 매우 소중하고 귀한 삶의 형태로 여긴다고 느꼈다.


그러므로, 인도에서는 구루꿀라 (gurukula) 시스템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루꿀라란 스승과 제자가 한 공간에 함께 머물고 생활하며 그 연결성을 긴밀히 유지해 나아가는 교육 방식이다. 깨달은 혹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구루와 함께 생활한 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구루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제자의 허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좀 더 효과적으로 제자의 어둠 혹은 무지를 제거해 줄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 곳에 있으면서 특별히 힘든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종종 에너지가 고갈된 것 마냥 지치곤 하였다. 에너지가 고갈이 된다면 다시 보충을 해주면 될 것이다. 보통 에너지 (요가 전통에서는 프라나)는 음식을 통해 채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먹는 행위는 우리가 생존을 하는 다양한 활동 중 일부일 뿐이다. 요가와 명상은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호흡이 마음과 긴밀하게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화가난 사람을 보면 호흡이 거칠어 지는 것을 종종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마음이 평온한 사람은 호흡도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편이다.


나는 그 당시에 한 인도 북부출신 인도인을 알게 되었다. 그는 특히나 내 바로 옆 침대에 머물렀으므로 자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매우 들 떠 있고 신나 보이던 대부분의 참석자들과는 다르게 그 친구는 매우 조용하고 진중해 보였다. 나는 잠들기 전 뿐만이 아니라 종종 그 친구와 대면하여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졌다.


프로그램이 말미에 접어 들던 어느 때, 그 친구와 외부에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잠시 에너지가 고갈되어 피곤한 기색이었던 나는 그 친구와 대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세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꼈다. 예전에 스리랑카에 명상 수행 중, 한 스님의 출현 후 무언가 몸에 쑥하고 들어온 그런 기분과 흡사하였다. 아마도, 이것을 치유일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친구가 의도적으로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말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그러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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