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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Feb 07. 2024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원은?

만득이는 꿈도 크지


"저, 계세요?

아주머니~. 엄마가 이거 갔다 드리라고 해서요."


"아이구, 이게 누구여~ 선아 아닌겨. 니 설이라고 내려왔구나.

에유, 날씨가 솔찬히 춥다야. 어여 방으로 들어가자."


"네, 아주머니. 건강은 좀 어떠세요."


"에이구, 나야 뭐 인쟈 늙었응께 여기저기 삭신이 쑤시지.

요기 아랫목이 뜨끈하니까 이리로 앉어라.

그나저나 니 서울서 핵교 나와 직장도 번듯한 거 잡았다고 니 엄마가 보통 좋아하는 게 아녀. 그려 서울 생활은 할만한겨?"


"네, 그럭저럭요."


"야, 근디 선아야, 남들은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두만 내가 만득이 자랑을 안 할수가 없네.

그래두 선아 너는 서울서 대학 나왔응께 니한테 물어볼 것두 있고 해서.

어, 거 뭐냐, 그려~ 내가 뭐 배운 게 있냐, 아님 가진 게 있냐. 만득이 아부지도 농사짓고 돼지만 키웠지 도통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일자무식, 까막눈 아니냐. 아, 근디 이 만득이 놈이 월매나 똑똑한지. 허허. 어떻게 우리헌테서 이런 복덩어리가 나왔다 모르겄다~야."


"만득이가 이제 중학생이라고 들었는데 무척 똑똑한 가 보네요. 아주머닌 좋으시겠어요."


"고람. 좋다마다냐. 내가 이 놈 덕에 살 맛 나지.

요 녀석이 아주 어릴 때부터 싹수가 보였당께. 책을 어찌나 좋아하던지 늘 책을 손에서 놓치를 않았다, 야. 근디 책이란 게 보통 신통한 게 아녀. 우리 만득이가 글쎄 공부를 아주 많이 하고 싶다고 하네. 거 뭐냐, 대학교 나와서 또 가는 데 있쟎어. 박사님 소리 들을 수 있는 거 말여 그게 무슨 핵교라고 하던데..."   


"대학원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 맞어. 대학원. 대학원까정 가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아, 몇 년 전에 니가 우리 읍에서 대학까정 갔다고 마을잔치가 열렸었쟎냐. 그래서 나도 만득이에게 물어봤지. 니도 선아마냥 대학 갈 거냐고. 고놈이 글쎄 지는 대학뿐만 아니라 더 어려운 것도 공부해서 더 높은 사람 될 거라고 하지 뭐냐. 에고~ 신통한 녀석."


"그래요? 기특하네요. 그럼 만득이는 대학에서 뭘 전공하고 싶대요?"


"전공? 글씨~?. 그게 뭐냐? 그런 건 내가 잘 모르겄고 그놈이 가고 싶다는 최고로 높은 대학원은 알지. 우리 만득이는 '동대학원'에 갈 거구먼. 한 글자로 되어 있응케 이건 내가 잘 기억하지. 흐흐 그리고 사실 '똥'처럼 들리니까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가 없지. 히히."


"동대학원이요?"


"응, 그려. 동대학원. 우리 만득이가 그러던데. 아. 갸갸 책을 엄청 읽쟎어. 우리 아들이 제일로다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책 읽을 때 그 책 쓴 사람 소개를 유심히 읽는다고 하두먼. 지도 유명한 사람이 되려면 책 쓰는 훌륭한 사람들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하면서. 들어봉께 서울대가 최고로 좋은 대학이고 그다음이 뭐라더라. 여러 개 있었는디 어, 그려~ 연세. 요거 연세우유 땜에 잘 기억하고 있지. 그리고 또 고...고구려댄가? 고려댄가 조선댄가? 옛날 나라 이름이었는데."


"고려대학교요?"


"응, 그려. 고려대학교.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서울대도 연세대도 고려대도 그다음엔 모두 동대학원을 간다는 걸 이 녀석이 눈여겨본겨. 아니 그 잘난 대학들을 졸업하고 너도나도 죄다 동대학원을 으니 월매나 동대학원이 유명하면 그리한댜. 거기가 바로 우리 만득이가 공부할 대학원이구먼. 거기를 가야 남들도 다 알아주는 최고의 박사가 되는 것 아니겄냐."


"?"


"동대학원에 가야 유명한 박사선생님이 된다니께 난 반드시 만득이를 그리 보내야 쓰겄다. 그런데 너 혹시 동대학원이 어디 있는 건 줄 아냐? 우리 만득이도 그게 어디 있는 건 줄 잘 모르겠다고 하대. 그리 유명한 대학원인디 서울에 있겄지? 근데 어째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죄다 모른다고 하더라구. 다들 거기까정은 공부를 안 하니까 관심들이 없는 건지... 혹시 니는 동대학원이 어딨는지 아냐? 너는 서울 사니께 잘 알 거 아녀."


"아~! 동 대학원(同大學院)을 본 거군요.

저, 아주머니~ 그건..."


"오~ 그려 너는 아는 겨?"


"어... 제가 이번에 서울 올라가면 한번 알아볼게요."





참고:  동 대학원 (同大學院) - 대학을 졸업한 후 같은 곳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할 때 그 학교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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