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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May 11. 2024

24년 5월 둘째 주 감사일기

5월 6일 월요일 / 봄비가 쏟아진 날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은 또 다른 부정적 에너지를 낳는다. 최근에 부쩍 사람을 미워하는 일이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부터 시작해 나와 잠깐 스쳐 지나간 인연까지 상대방을 대하는 무례한 행동 때문에 나는 그 사람들을 미워했다. 이렇게 미워하면 보통은 얼굴을 안 보면 그만이었다. 내가 왜 그 사람들을 보면서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그거마저도 스트레스였기에 아예 인연을 끊으며 나와 더는 마주칠 사람이라고 생각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가진 미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상대방이 나한테 했던 순간은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 응어리로 담겨있어 보지 않는다고 해도 가끔 생각이 난다. 그러면 다시 또 그 당시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늘도 그랬다. 일하면서 얼마 전에 있던 일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니 나도 모르게 화나고 미운 감정이 치솟으니 몸으로 표출이 되어 굳이 격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미운 마음이 내 몸을 감싸니 내 몸에 맴도는 에너지는 분노로 가득했고 하루 중 반절을 나는 분노 에너지로 일을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내가 너무 격하게 행동한 것을 인지했을 때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나 싶었다. 이걸 인지한 건 다름 아닌 사람들의 태도였다. 같이 일하다 보면 내가 불편하게 보이는 행동들이 있다. 왜 이렇게 하는지 의문을 두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는데 생각을 해보니 나도 오전에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며 나 또한 내가 불편하게 여긴 행동을 똑같이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했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꼈을 거란 것인데 나는 오늘 미운 생각에 빠져 너무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더는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나는 이 말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이 죄를 저질렀는데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니. 왜 이 말이 나왔을지 궁금했는데 오늘 난 사람을 미워함으로써 그 말의 속 뜻을 깨달았다. 사람을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부정적인 에너지는 내 안에서만 맴돌 뿐 결국에는 나만 스트레스받고 자해할 뿐이다. 그래서 더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미워해도 죄를 미워하며 사람을 향한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해보려고 한다.


정말 사소한 일이기도 하며 조금의 신경만 써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일들인데 그 하나가 어려워서 결국 나는 안 가져도 되는 미운 감정을 가졌다. 어쩌면 너그럽게 넘길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한 내 마음의 그릇이 작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해보자. 오늘은 미움이란 감정으로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되어 감사한 하루다.



5월 7일 화요일 / 비가 내린 후 쌀쌀


피곤한 몸을 이끈 오늘 아침.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축축 처졌다. 누군가의 슬픔이, 누군가의 아픔이 잔뜩 하늘에서 내린 것인지 우울한 비가 하늘 가득히 내려와 나의 하루에도 영향을 주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몸에 피곤함이 묵직하게 담아졌다. 점심에 밥도 시원찮게 먹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오늘은 평소의 텐션보다 더 축축 처진 하루.


이런 날에는 억지로 기분을 올리는 것보다는 그냥 이 우울한 감정을 그대로 내버려 두며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오는 것을 굳이 밀어내면 더욱 거세게 저항해서 나를 떠나려고 하지 않을 텐데 굳이 이렇게 멀리 밀쳐낼 필요가 없던 것. 사실 우울함이 오면 좋지 않게 생각했다. 당연히 온통 우울한 생각에 빠져 부정적인 시선으로 가득 차고 그래서 이 우울한 감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내가 얼마나 힘들면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인가 무조건 좋은 감정만 느끼면 그거 또한 불행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다양한데 무조건 좋은 것만 느낀다면 그 감정은 조만간 빈 껍데기가 될 거 같았다. 감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고 또 해보니 결국에는 이 우울한 감정 또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걸 느꼈고 나는 이 우울한 감정도 내게 있어 꼭 필요한 감정으로 여겼다. 우울함은 활기찬 에너지를 표출하기 전 잠깐의 휴식하는 시간. 그러니 오늘 하루는 나에게 다가올 활기찬 날을 위한 휴식의 날이라 생각한다.


우울한 휴식이여 오늘 하루 나에게 휴식을 줘서 고맙다.


몸은 힘드니 맛있는 걸로 보충

5월 8일 수요일 / 선선한 바람이 분 맑은 날


참 운이 좋은 것인지 방송국에 나오고 나서 곧바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대학로 극장에서 조명오퍼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었다. 다시는, 아니 한동안 이 공연 쪽으로는 쳐다보지 않겠다고 했는데 방송국에서 잠깐 일하는 동안 어쩌다 관객석에 앉아 쉬며 무대를 보다가 수많은 조명과 음향 그리고 무대가 들어왔다. 저 위에는 이제 많은 개그맨과 가수들이 올라와 녹화방송을 하겠지 싶어 구경을 하는데 참 이상하게 나는 계속 이 무대 연출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어떤 식으로 조명을 활용할지 어떻게 이 무대를 채울지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 그러더니 갑자기 공연 쪽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참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다. 그 잠깐의 시간이 공연계로 마음을 돌리게 하다니. 그래서 지원하게 된 조명 오퍼. 그리고 오늘 면접을 보러 갔다. 여기를 지원한 이유, 나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방송국에서 일하거나 유튜브를 한다면 예능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을 보고 즐거워해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일의 만족도도 높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시절 연극을 했을 때도 코미디가 있는 장르를 골라했다. 그만큼 나는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는 진심이었다. 그런데 딱 이 극단에서 하는 공연들이 장르가 코미디이며 내가 원하는 공연들이었다. 게다가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공연도 보여주는데 얼마나 좋은가. 학생들과 소통하며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문화생활의 즐거움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건 나로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지원하게 된 이곳에서 오늘 면접을 봤고 담주부터 공연 연습에 들어가기로 했다.


면접 보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말이 술술 나왔다. 그만큼 나는 공연과 웃음을 주는 일에 진심이었다. 큰돈은 받지 못하지만 돈보다 웃음을 주는 것을 생각하니 심장이 떨린다. 나는 돈보다 꿈을 선택했다. 언젠가 이 꿈이 내게 큰 복을 가져다 줄거라 믿고 나는 이 순간을 맡기기로 했다.


꿈을 놓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놓지 않은 나. 그 꿈을 놓지 않아 줘서 고맙다.


뭐든 밥을 잘 먹고 다녀야 할 수 있다.

5월 9일 목요일 / 일교차가 심했던 하루


어제의 우울함은 내 에너지를 쉬게 해 줘서 그런지 오늘의 난 아주 생생한 모습에 활기찼다. 지친 느낌도 없고 열심히 일하면서 여유롭게 콧노래도 부르니 정말 어제 느낀 우울함은 오늘의 에너지를 위해 잠시 쉴 시간을 준 거였다.


저녁이 되어서도 내 눈은 아주 초롱초롱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고 그랬다. 왠지 모르게 생생하고 기분이 좋았던 하루. 마치 곧 다가올 운을 위해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나에게 어떤 운이 찾아올 것인가.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에너지를 잊지 않고 항상 준비해야겠다.



식후 빙수는 꿀맛

5월 10일 금요일 / 맑은 하늘


불금. 그것은 불타는 금요일. 금요일은 불태우는 날이라 그런지 오늘 일거리도 무진장 불타오를 정도로 많았다. 모두들 녹초가 될 정도로 쉴 틈 없이 움직였고 끝끝내 모든 일거리를 끝마쳤다.


오늘 같은 날에는 정말 맛있는 걸 먹으면서 몸보신을 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치킨. 오늘은 특별히 양념 치킨으로 나의 몸을 즐겁게 해 줬다. 달달한 양념이 온몸을 돌고 돌아 피로감을 싹 날려주고 부드러운 고기기 입맛을 살려주는데 이거만큼 큰 행복이 또 어디 있는지.


역시 치킨은 양념인가. 치킨이 잘 되어있는 나라에서 사는 건 정말 축복임을 느낀 하루였다. 힘들고 지칠 땐 치킨이 나를 위로한다!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던 것은 그만큼 오늘 하루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그런 의미로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다.


나에게 보상으로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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