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콜릿 한스푼 May 09. 2024

직장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못난이.

넌 못난 게 아니야.

최근에 아는 동생에게서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우리의 이야기는 근황을 묻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언니, 잘 지내요?"

"응, 그럼. 나는 잘 지내지. 너는?"

"저는 그럭저럭 지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라며 동생이 말끝을 흐렸다. 왜 그런가 해서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동생은 사회 초년생이 아닌 어느 정도 직장 생활을 한 친구였다. 그럼에도, 최근에 새로 옮긴 직장이 너무 힘들다는 거였다. 동생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친구인데 뭐가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동생의 이야기를 차근히 들어보니 뭐가 힘든지 이해가 되었다.


"새로 옮긴 데에서 인수인계를 해주는 제대로 된 선임이 없었어요. 일이 어렵지 않아서 그럭저럭 잘 적응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많더라고요. 저도 직장생활이 처음은 아니라서 어느 정도 감안했는데도 여기는 너무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응? 왜, 무슨 일인데 그래."

"분명 사무직으로 채용돼서 들어갔는데 제가 사무직인지 미화직인지 모르겠어요."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사무일 보다 청소하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오기 전까지는 직원들끼리 담당 파트를 나눠서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저한테 전적으로 다 떠미는 식으로 맡기더라고요."

"뭐? 뭐 그런데가 다 있어. 넌 그걸 그냥 다 하고 있어?"

"사무 일이 크게 어렵지 않기도 하고, 제가 여기서는 제일 막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가끔씩 너무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어요."

"어떨 때?"

"저는 여기서 식사를 안 하거든요. 상황상 따로 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직원들 먹은 식기며 뭐며 제가 매일 정리해야 돼요. 이런 것도 크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괜찮거든요? 그런데 제가 진짜 힘들 때는 이런 일들을 제가 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본인들끼리는 대충 정리 안 돼도 그런대로 지내면서, 꼭 저한테 이것저것 그때그때 바로바로 정리 안 한다고 뭐라고 할 때 짜증 나요."

"하... 내로남불이구나?"

"그러니까요..."


우리의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동생의 이야기를 다 듣고 간단하게 정리하면, 은근한 괴롭힘 아닌 괴롭힘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마 그런 행동을 하는 기존의 직원들 즉, 괴롭힘을 가하는 당사자들은 본인들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가해 행위가 된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한쪽 측면의 입장에서 듣는 것은 위험하지만, 어쨌든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으니... 그렇다고, 막내가 나빠봐야 얼마나 나쁘겠는가? 어떤 이야기는 양측의 말을 듣지 않아도 경험상 이렇겠구나 하고 상황이 그려지는 일들이 있다. 아는 동생의 이야기도 그랬다. 새로운 직장에서 얼마나 힘들지. 어떤 상황일지.


요즘 들어 자주 접하는 기사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혹은 신변 비관으로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젊은 사람들에 대한 기사. 그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 직장이 뭐길래 목숨까지 버릴 정도란 말인가? 가끔 누군가는 말한다.


"나약하니까 스스로 목숨 끊는 거 아니야? 그 용기로 더 열심히 살아가지."라고.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강하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물론, '괴롭힘을 당한다. 그 괴롭힘을 참는다.'는 약하다는 뜻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약한 것이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럼, 강하다고 괴롭히는 사람은 강해서 괴롭히는 거니 괜찮고, 당연한 건가? 이건 어딘가 문제가 있는 논리인 것이다. 보통의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나약한 사람에게는 따뜻하게 이끌어주고, 강하지만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강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사회는 어쩐 일인지 오히려 거꾸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왜 약한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약자의 잘못이란 말인가? 약하면, 강해지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말은 쉬워도 실제로 겪어보면 어려운 일들이 허다하다. 안 그런가?


mz세대가 문제야


"mz세대가 문제야."라고 하는 세상에서 과연 문제 있는 mz들만 있을까?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뉴스와 기사에서 접하는 건 문제 있는 mz들의 이야기 보다 약자라서 자신의 삶까지 타격을 입는 mz들이 더 많다. 실업률이 높은 이유도 mz들이 놀고먹는 걸 좋아해서라고 하는데, 놀고먹는 게 진짜로 좋아서 그런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없고, 뭘 가르쳐 주는 사람도, 제대로 이끌어주는 사람도, 혹은 내가 이곳에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 발전을 꾀하기에도 어렵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안 하는 것이 아닌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러 어떤 직장에서는 "나는 너보다 더 힘들었어. 그러니, 배우고 싶으면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 갈굼은 견뎌야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후임자를 대하는 선임자도 꽤 많다. 그러니, 부푼 꿈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한 입은 책임지겠다고 일하러 나온 젊은 이들이 그런 이유 없는 괴롭힘을 계속 견디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단순히, 생각 없이 노력만 강요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그리고, 사회에서 초년생의 입장을 맡은 mz들은 이런 오래된 안 좋은 문화에서 살아남기란 더 어렵다.


이전 22화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