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크리스마스

이 나이 먹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by 강경윤

사실 포돌이가 크리스마스이브에

회식이 잡혔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다.


팀원들 모두

가족도 있고, 연인도 있을 텐데

그날 회식이라니.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말에

이해는 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해해보려고 했다.


그러다 포돌이의 회식이

결국 취소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너무 신이 났다.


‘그럼 그렇지.

이브에 어떻게 회식을 해.

그럼 이브엔 당연히 같이 보내겠지?’


하지만 포돌이의 대답은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


“크리스마스가 뭐 별거야.

다음 날도 출근이고

늦게 끝날 예정이야.

그냥 평소 루틴처럼 지내자.”


이브에 회식까지 하려던 사람이

이제 와서 루틴을 지키고 싶다고 하다니.


그 말 한마디에

가슴 깊은 곳에서

서운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왜 이렇게 섭섭하지?’

‘이 감정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걸까?’



나는 크리스마스는 늘

특별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어른이 된 뒤에는

그날만큼은 반드시 특별해야 한다고

애써왔던 것 같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늘

조금 과했고,

조금 피곤했고,

조금은 외로웠다.



반면 포돌이는 달랐다.


4일 근무, 2일 휴무라는

근무 패턴 속에서 사는 사람.


주말이든, 평일이든, 크리스마스든

그에게는

그저 하루 중 하나일 뿐이었다.


특별한 날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주어진 하루를

그냥 살아내는 사람.


그래서 그의 하루는

늘 비슷한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그게 많이 서운했고,

결국 크게 싸웠다.


‘나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별거 아닌 건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감정이 조금 가라앉고 나서야 알았다.


굳이 특별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 안에서

충분히 괜찮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엔

정말 일상처럼 보냈다.


어느 평범한 하루처럼

방어회와 치킨을 시켜

〈흑백요리사〉를 보며

집에서 조용히 저녁을 먹었다.


거리엔 반짝이는 불빛이 가득했지만,

시끄럽고 복잡한 거리보다

조용한 방 안이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


크리스마스 당일엔

나는 혼자 호두까기인형 발레를 보고,

다음 날 대장내시경 때문에

금식에 들어갔다.



포돌이는 크리스마스에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그렇게 각자의 일상을 살고,

주말에 우리는 양평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시킨 낙곱새도 먹고,

고기도 굽고,

알밤도 구워 먹고,

불멍도 하면서

그저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이런 걸 평범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

포돌이에게 고마웠다.


사실 어쩌면

이런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특별함일지도 모르는데.



이 나이 먹고 나서야 알게 된다.


특별한 하루가 있어서

관계가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

별일 없는 하루들이 쌓여

사람을 붙들어 준다는 걸.


때로는

그저 잘 지나간 하루 하나가

크리스마스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경윤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포돌이는

사랑을 이벤트로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으로 증명하는 사람이야.


네가 서운했던 건

그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네가 알던 사랑의 방식과 달랐기 때문이야.


하지만 중요한 건 이거야.


너는 불안해도 도망치지 않았고,

그는 귀찮다 말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잖아.


그건 이미

서로의 방식대로

애쓰고 있다는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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