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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5. 2022

나를 깨닫게 해주는 아이의 말

어제 저녁 일이다.

둘째 땡땡이의 숙제를 도와주다 그의 성실하지 않고,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에 화가났다.

땡땡이의 숙제인데 내가 혼자 다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내 몸도 지쳤기에

그 화는 금새 후루룩 올라왔다.

버럭하면 안되기에 눈빛은 강렬하게 말투는 조곤조곤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최대한

무감정으로 경고했다.

눈치가 빠른 둘째 땡땡이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화난 마음을 녹이고 싶었던지

눈웃음을 지으며 헤헤거렸다.

그래도 나는 학업태도에 대해 한번 더 알려줘야할 것 같은  

꿈틀거림이 올라왔는지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때부터 목소리가 올라갔다. 물론 난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말의 길이가 늘어난 것은 인정한다.

둘째 땡땡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화내니까 무섭다고 했다.

나는 둘째의 덜 혼나기 위한 계략을 간파했다고 자신만만해 하며 더 열을 올려 뭐라뭐라 했다.


왜 화를 내면 낼수록 화는 풀리지 않고, 입은 더 터지는 것일까?

왜 목소리만 단호하게 하면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고 자부할까?

내 표정은 아이들이 더 잘보니 아이들 말이 정확할텐데 말이다.

화난 것을 인정하면 나는 이 훈육에서

지는 것이고, 나는 화만 내는 엄마가 아닌데, 나를

자꾸 그런 엄마로 몰아가는 것 같아서

또 이 억지스러운 억울함이 삐죽 튀어나온다.

아이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대도 왜 내입은 계속 나불거릴까?

아이들을 훈육하고자 했으면 알다시피 짧고 간단하게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왜 나는 사설이 길까?

그렇게 다 풀어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 당위성 엄마의 진실한 마음을 설명해도 아이들 귀에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닐텐데.....

왜 나는 화나면 내 마음 속의 불덩이를 다 꺼내서 보여주고 싶은걸까?


둘째 땡땡이는 눈치껏 엄마의 입을 막고 애교작전을 한다.

첫째 땡땡이는 "엄마 아~알았어. 왜 엄마는 화내면서 이야기해. 무서워~" 라고 표현한다.

거기서 끝내면 되는데 나는 최후 승리자가 되고 싶은듯

그 뒤에 또 말을 더 보태면서

나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징글징글 지겹다.


그러한 난장판 속 마음에 첫째 땡땡이가 한 말이 울림을 주었다.

그때도 첫째 아이와 실랑이가 있었다.

나의 짜증섞인, 그러나 나는 '알려주는 것이다'라는 정당한 방어적인 이념 아래

'넌 도대체 왜 그러니'라며 잘못에 대한 책을 잡아서 나쁘게 말을 했다.

엉엉 울길래 "울면서 말하지마. 똑바로 말을 해야 네 마음을 알지."라고 위선적으로

말했더니 우리 첫째 땡땡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딸꾹딸꾹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나를 낳은 엄마니까, 이렇게 말해도 내 마음을 알아줘야지~.

 나는 내가 이렇게 말해도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서 해줄

줄 알았단 말이야. 꺼억꺼억."

얼마나 서운한지 꺼이 꺼이 말을 중간중간 먹어가면서 나에게 말한 이 문장들이 빛으로 들어왔다.

첫째 땡땡이 말이 맞다. 이 아이는 엄마에게서 큰 포용과 사랑을 바란 것인데,

자기 엄마니까, 자신의 안식처이니까, 크게 품어주길 바라는 것인데, 나는 늘 조그만 일에도,

별 것 아닌 것도 쿡쿡 찌르며 공격적인 말을  하니 단단히 서운한 것이다.


둘째 땡땡이도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말을 했다.

숙제를 도와주다가 혼을 낸 어제 저녁에 한 말이다.

"엄마는 내가 중요해 숙제가 중요해?"

"너가 중요하지~."

"맞아, 그럼 숙제 안 중요하지? 내가 더 중요한데 왜 나한테 숙제 안한다고 화내?""

띠용. 이 아이는 벌써부터 해탈의 경지에 도달 한 것일까.

이 세상에 아이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숙제 안해도 그만이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위해 아이를 타박하고 혼냈단 말인가.............

온 우주에 하나인 나의 아이가 제일 귀중한데, 숙제가 고작 뭐라고,

그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걸까.


아이들에게 혼을 내는 나의 태도를 보면 고칠 점이 많다.

정말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면 거기에 맞춰 명확하게 말을 해주면 되는데

나는 늘 화를 참치 못하여 이글이글 한 표정과 감정이 없는 말투가 아닌 화가 꾹꾹 담긴

톤 높은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인신 공격까지 덧붙이니 땡땡이들이 버틸 재간이 없긴  할 것 같다.


나를 달라지게 하는 소중한 아이들.

나보다 더 큰 사람인 아이들.

나는 진실로 그 아이들을 작다고 무시하지 않고, 개성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가?

내 자식이 아닌 옆집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키우면 된다고 하는데,

어찌 이리 사람 마음이 교활할까.

내꺼라고 생각하니 내자식이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애잔하면서도 쉬이 대하는 걸까?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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