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은 "나이테"이고 싶다.
나무를 베어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짓말처럼 그 나무가 살아온 시간이 펼쳐진다. 나는 내 글이 꼭 그런 나무의 속살을 닮기를 바란다.
비가 많이 오고 볕이 좋아 쑥쑥 자란 시절은 희고 무른 살로 남지만, 가뭄이 들고 눈보라가 몰아친 혹독한 겨울은 짙고 단단한 선으로 남는다. 나무를 지탱하는 힘은 그 무른 살이 아니라, 시련을 견디며 몸을 움츠렸던 그 짙고 억센 띠에서 나온다. 나는 내 문장에 바로 그 '겨울의 시간'이 박히기를 원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평온했던 날보다 비바람에 흔들리던 날이 더 많았다. 거친 파도처럼 밀려오던 시련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고난의 계절들.
나는 그 아픈 기억들을 회피하지 않고, 내 글 속에 촘촘하고 단단한 나이테로 새겨 넣고 싶다. 겉만 번지르르한 문장이 아니라, 그 안에 내가 버텨낸 시간의 밀도가 꽉 들어차 있기를 소망한다.
편안한 계절에만 자란 나무는 덩치는 클지 몰라도 속이 무르다. 조금만 비틀어도 금세 갈라진다. 하지만 나는 모진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낸 옹골찬 나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도끼날이 튕겨 나갈 만큼 질긴 고집과 내공이 서린 그런 글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 몸통을 갈라 그 안의 무늬를 보여주는 일이다.
부끄러운 흉터도, 감추고 싶은 옹이도, 글이라는 톱날 아래서는 숨기지 않을 것이다. 그 흔적들이야말로 내가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는 증거이자, 내 삶이 찍어낸 가장 정직한 기록이 될 테니까.
오늘도 나는 묵묵히 한 줄의 나이테를 감는다.
이 계절이 아무리 춥고 혹독하더라도, 훗날 내 글 속에서 가장 짙고 선명하게 빛날 한 줄이 되리라 믿으며.
나는 견디고, 또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