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mmy Park Mar 15. 2024

언제 마지막으로 오열해 보았는가?

Jailbreak

“Tears for fears are my ultimate passion." (Curt Smith)

나도 덩달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난 2021년 여름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유래 없이 1년이나 늦게 열렸다.
감염을 우려하여 최초의 무관중 올림픽으로 치러졌다. 
시작 전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으나, 우려했던 것 치고는 성공적이었다.
 
도쿄올림픽을 보다가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왜 그렇게 많이 눈물을 흘릴까?
이런 국제대회에서의 눈물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이 번에는 유독 선수들의 눈물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는 금메달 땄다고 감격해서 울고.
결승전에서 지는 바람에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고 울고.
노메달일 줄 알았는데 극적으로 이겨 동메달이라도 땄다고 좋아서 울고.
예선에서 실수로 지는 바람에 몇 년간의 땀방울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울고.

그런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따로 있었다.
메달권 순위에 못 들었지만 그래도 지난 대회보다 3등이나 올랐다고,
다음 올림픽에는 꼭 메달을 따겠다고 웃으며 인터뷰하던 그 선수.
경기가 끝나서 후련한 듯 매우 밝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끝마치며 리포터가
"그동안 대회 준비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니
그 한마디에 순간 감정이 북받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 말이 뭐라고...
순간 나도 덩달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 눈물 뒤에 숨어있을 수많은 땀방울과 인고의 시간들.
그 간절함과 절실함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 터져 나오는 눈물은 뼈를 깎는 과정을 견딘 사람만이 안다. 

이쯤 되면 승패와 관계없이 스스로를 토닥이며 더 성숙해질 수 있다.
보는 사람도 괜히 가슴이 뜨거워진다.
눈시울 붉히며 감동을 받는다. 
 
문득 궁금해졌다.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내 동료들은 과연 언제 저런 눈물을 흘려 봤을까?
 
우리도 프로페셔널이다.
운동선수들은 운동이 일이라서 연습으로 하루를 채우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이 있다.
아침마다 출근을 하고 내가 맡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
매일 어떤 성과를 위해 달리고 있으며
무엇이 이루어지면 감격하여 눈물을 펑펑 쏟을 것인가?
 
처음부터 간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조직이 커지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며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도 있다.
선수들의 뜨거운 눈물 앞에
더 이상 울지 않는 우리 삶이 부끄러워졌다.

 
충분히 크게 꿈꾸지 않는 사람에게 열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멤버들이 충분히 큰 꿈을 꾸게 해야 한다.
더 큰 대의를 간절히 소망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날마다 하는 일이 그 꿈과 어떤 관계가 있고, 그들이 오늘 또 얼마큼 전진했는지 알려주는 것.
그래서 내일 다시 힘내서 앞으로 달려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
그게 리더의 가장 큰 소명이 아닐까...
 
최고의 리더는 
더 큰 꿈을 꾸게 하고, 더 간절히 바라게 하는 사람이다.

동료들과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이다.
 


PS. 

회사를 그만두던 날,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 물건과 쓰레기를 버리며 방에 있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있었다.

팀장 하나가 노크를 하더니 빼꼼 문을 연다. 손에는 와인박스가 들려있었다. 


"어 왔어? 들어와 들어와..."

"상무님, 정리는 좀 되어 가세요?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희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에이 아니야. 변팀장이야 너무 잘해 줬지. 내가 부족했던 걸 뭐..."

"정말 잘해보려고 했는데 저희가 본의 아니게 사고도 많이 치고... 맘대로 잘 되지 않았네요."

울먹이며 금세 눈시울이 빨개졌다.

"에이 아니야. 정말 왜 그래? 내가 너무 고마워. 그 마음이야 내가 잘 알지...

변팀장 우는 거 보니까 그만큼 최선을 다한 거다. 
열정적으로 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눈물이 나지 않아.
그동안 진심 고마웠다."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Athelet in tears, powered by DALL.E3)


이전 18화 그만둘 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