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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May 18. 2024

043 이기는 방법

Jailbreak

"If you don't have a competitive advantage, don't compete." (Jack Welch)


고객이 무엇을 얼마큼 원해야 지갑을 여는지 알아내야 한다. 


LG전자에서 오랫동안 기술전략, 신사업전략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McKinsey나 BCG, Kearny 등과 같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와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들의 프로세스와 노하우, 방법론 등을 배울 기회도 있었고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들을 깨달으며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혼란스러웠던 것이 하나 있는데

점점 불확실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이기는 방법'에 관한 거였다.


일반적인 대기업이든 컨설팅이든 그들의 기본 논리는
환경과 경쟁, 고객을 분석한 후 우리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짜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차별화 포인트가 중요하다고.

어떻게 남과 다르게 만들고 다르게 제공하는가가 성패를 가른다고.

경쟁 관점에서 차별적 우위가 분명해야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컨설팅회사 모니터그룹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5 Forces 모델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말했다.

"차별화 전략이라는 것은 경쟁자가 제공하고 있지 않거나 제공할 수 없는
제품, 서비스, 기능들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한 전략은 회사에게

경쟁자들이 오랫동안 따라올 수 없는 직접적인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다."

맞는 말이었다.

반면에,
Apple, Amazon 등 세게 적으로 큰 혁신을 이룬 기업들은 말한다.

경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경쟁자를 이기려 하는데 시간을 쓰지 말고 절대적 고개 가치에 집중하라고.


Amazon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말했다.

"경쟁사들은 샤워하면서 어떻게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만

우리는 샤워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을 대신하여 뭔가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영혼의 파트너라고 칭찬했던 Apple의 디자이너 조너던 아이브도 말했다.

"왜 경쟁자들이 Apple을 이길 수 없는가? 그들은 본질적으로 더 좋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들보다 조금 나아 보이거나 새롭게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그건 완전히 잘 못된 목표다."


이 모든 말들이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어쩌라는 건지...
각자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이해했지만 서로 Mixed Message를 주었다.


결국 내가 기준을 잡아야 했다. 내 생각이 중요했다.

수많은 경험을 거치며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균형'이었다.

두 생각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균형의 핵심은 늘 고객 가치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서가 중요했다.


출발.

가장 먼저 절대적 고객 가치의 Threshold(임계점)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Threshold라 함은 고객이 그 가치의 차별성을 확실히 느껴서

이 정도면 기꺼이 지갑을 열겠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도화선 포인트를 말한다.

아무리 더 좋더라도 그 Threshold를 넘기지 못하면
기존의 방식을 바꾸기가 귀찮고 돈내기가 아까워 무시하게 되지만

그 Threshold를 넘기는 순간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로 생각이 바뀐다.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다.

고객 조사를 하든, 과거의 경험으로 또는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확신을 하든

절대적 고객 가치의 Threshold를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거기엔 시간과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모든 혁신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내가 믿는 절대적 고객 가치의 Threshold를 찾았다면

그다음엔 내가 만들려고 하는 차별화의 객관적인 위치가 어딘지 파악해야 한다.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째, 경쟁사의 현 수준과 내 차별화가 모두 Threshold에 못 미치는 경우.

둘째, 경쟁사의 현 수준과 내 차별화가 모두 Threshold를 넘긴 경우.

셋째, 경쟁사의 현 수준은 Threshold 밑에 있고 내 차별화가 그 Threshold를 넘긴 경우.


첫 째, 절대적 고객가치의 Threshold에 못 미치는 차별화.
경쟁사 대비 차별적 우위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차별화된 결과 역시 고객이 원하는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를 말한다.
가령, 오래전에 크게 유행했었던 Activity Tracker를 생각해 보자.
당시 헬스케어, 웰니스의 붐에 편승하여
Fitbit, Jawbone 같은 스타트업이 나타나 니치 마켓을 만들어 냈다.
나중엔 소니, 삼성, LG 같은 전자회사와 Nike 같은 스포츠 회사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독립 제품으로서 뭔가 불편하고 사용성도 모호했다.
신기해서 산 고객들을 빼면 절대적인 고객가치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때 Misfit이라는 스타트업이 나타나 기존 제품들보다 훨씬 더 작고 예쁘며
충전과 Data 전송이 획기적으로 쉬운 Tracker를 만들어 차별화했다.
기술과 기능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며 고객의 Threshold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Mega Hit는 아니었지만 혁신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운 좋게 Fossil이라는 글로벌 패션 그룹에 인수까지 될 수 있었다.

니치마켓에 불과한데도 이런 차별화를 가지고 먼저 출시하는 게 맞을까?
그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규모 측면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 때까지 버티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나
지속적으로 빠르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업종,
네트워크 효과가 큰 플랫폼 서비스 업종,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라서
잠재 고객들이 이를 인지하고 적응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
이런 경우에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먼저 출시하고,
고객 피드백을 통해 작은 차별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Divide & Conquer 전략을 써야하는 것이다.
단 서비스 업그레이드처럼 어설프게 출시하면 기존 브랜드를 헤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후발주자라서 확실한 고객 가치를 줄 수 없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서둘러 출시하는 위험 대신 완벽을 기하며 타이밍을 기다리는 전략도 좋다.


둘째,  절대적 고객가치의 Threshold를 넘어선 차별화.
경쟁사의 기존 제품 역시 현재 고객이 원하는 수준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위에 새로운 걸 더해 경쟁적 우위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령, 오래전에 삼성, LG가 만들었던 커브드 TV를 생각해 보자.
당시 삼성, LG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 중국 기업 등과의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했고
급기야는 TV를 가로로 휘고, 휴대폰을 세로로 휘어 신모델을 출시했다.
다른 경쟁사들이 쉬이 따라오지 못하는 차별화 기술이었다.

고객들에게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몰입감'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주는 감동은 미미했고, 결국 그 모델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 전의 TV 모델들은 이미 충분히 크고, 선명하며, 얇고, 가격도 감내할만했다.
TV는 이미 고객들의 Threshold를 훌쩍 넘긴 제품이었던 것이다.
그 위에 억지로 차별화를 하자니
고객이 스스로 느낄 수 없는 절대 가치가 무엇인지를 쥐어짜서 만들어내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써가며 애써 교육시켜야 했다.
교육되지 않은 차별화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탁월하더라도
반올림하면 같아져 버리는 반올림 오차와 같았다.

알면서도 회사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당시 전 세계 100조 TV시장의 경쟁이 매우 과열되고 헤게모니가 이동하고 있었다.
일본 회사들 중심이었던 브라운관 TV가 얇은 플랫 패널 TV 시대로 변하며
삼성, LG 등 한국 전자 기업들이 헤게모니를 잡기 시작했고,
2010년 전후로 LCD TV, PDP TV를 넘어 3D TV, 스마트 TV, 커브드 TV까지
지속적으로 화두를 바꿔가며 기술적 헤게모니 경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경쟁에서 이기면 고객이 알아주지 않을까 막연히 바랐지만
애초에 내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고객은 없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가치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경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알면서도 자꾸 반복하게 되었던 것이다.


셋째, 절대적 고객가치의 Threshold를 가운데서 가르는 차별화.

현재 경쟁사의 제품이 고객의 니즈를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차별화된 기능이나 성능으로 고객의 Threshold를 넘긴 경우를 말한다.

가령, Apple AirPods을 생각해 보자.

그전에는 사람들이 선이 주렁주렁 달린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모두 그렇게 음악을 들으니 고객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줄이 꼬이고, 연결부위가 끊어지고, 보관도 귀찮고... 사실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선을 없애자니
이어폰에 노래 음원 연결은 어떻게 하고, 배터리 충전은 어떻게 하며,

양쪽 이어셋에 들리는 소리 Sync는 어떻게 맞추며...

기술적으로 해결할 엄두가 안 났을 것이다.

하지만 Apple이 그걸 해냈다.
자체 Chipset을 만들고, 배터리 충전 케이스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구현했으며

안테나를 작은 이어셋 안에 최적화시켜 넣고 디자인으로 커버했다.

직접 경험을 해보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콩나물 같이 못생겼다, 한 짝만 잃어버리면 어쩌냐, 자꾸 빠질 것 같다,
무선 연결 전파가 건강에 안 좋을 것이다 등등 온갖 조롱의 말들이 난무했지만
결국 몇 년 만에 유선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게 이상해 보일 정도로
새로운 게임룰을 만들며 33조 무선 이어셋 시장을 만들어 냈다.  

이런 게 바로 고객가치의 Threshold를 가르는 차별화다.

고객의 삶을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가장 폭발적인 차별화다.

혹시 Apple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먼저 무선 이어셋을 만들었다면
이 정도의 Impact를 세상에 주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음질이 탁월하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훌륭하며,
신경 안 써도 될 만큼 부드럽게 연결되고, 배터리도 충분히 오래간다.
게다가 Apple이라는 브랜드로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여
하얀색 무선 이어셋을 꼽고 다니는 것 자체가 힙하게 보이게 문화를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고객가치의 Threshold를 넘겼다.
단순히 아이디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승부는 총체적인 구현 완성도의 Detail에서 난다.


따라서
우리가 고객의 Treshold를 가르는 차별화를 통해 고객의 삶을 바꾸려면  
스스로에게 순서대로 아래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차별화하겠다는 포인트가 진정한 Core Value인가?
고객이 정말 반할만한 핵심 가치인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가치인가?
그것 때문에 지갑을 열 사람이 충분히 많을까?
정말 그런가?


우리가 차별화하겠다는 수준이 고객 Threshold를 넘기는가? 

고객이 정말 반할만한 수준인가?

아주 쉽게, 자주 사용될만한 시나리오인가?

한번 써본 후 멈추면 불편한 수준인가?
정말 그런가?


고객 관찰을 하든, 고객 조사를 하든, 직접 체험을 하든, 어떻게 해서라도
집요하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자기 확신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그래야 끝까지 해낼 수 있다.


(Airpod,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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