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뜰에바다 Aug 24. 2024

생각하는 사람

노년에 접어들면서  자살한 남성을 본 일이 있다. 그는 아버지요, 할아버지였다. 아내와는 십수 년 전에 사별했다. 멋쟁이였던 신체가 약해지고 소변 문제가 생기자, 어느 날 자녀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일념 아래 자살다. 그러나 자살이 죄라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 가족들이 받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이 알까, 쉬쉬했으며, 마음대로 슬퍼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죽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현재 20년 차 세계 1위다. 지난 2024년 1월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긴급 성명서에 의하면, 자살률이 작년 대비 32%가 늘었다. 《한 번뿐인 인생》(라원기. 페스트북, 2023)에서, 저자는 자살하지 말아야 할 7가지 이유를 소상히 밝힌다. 당연히 가장 큰 이유는, 천국과 지옥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1) 상황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 지금 속고 있기 때문이다. 3) 죽음 뒤에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4)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5)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6) 삶은 명령이기 때문이다.


람은 생각하는 존재다. 생각이 그 사람됨을 결정한다. 그럼에도 '정보 공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생각할 새가 없다. 하루만 폰을 닫아도 처리해야 할 정보들이 산더미를 이룬다. 진실로 현대인들은 정보 홍수에 떠밀려 도무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자유를 빼앗겼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을, 사람의 운명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그저 인플루언서들이나 유튜버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따른다. 팩트보다는 다수가 하는 이야기와 잘 들리는 말을 듣고 결정할 때가 많다.

"지옥은 헛소리다. 선한 신이 무시무시한 지옥을 만들 리가 없다."

"사람이 죽으면 그만이지, 무슨 사후 세계가 있나?"


세계적인 조각작품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의 문 앞에서, 사람이 옷을 다 벗은 채,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지옥에 몸을 내던지기 직전, 자기 삶과 운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내면세계를 잘 표현했다. 오귀스트 로댕(프랑스 예술가, 1840~1917)이 단테의 《신곡》 중, '지옥의 문'을 조각하는 중에, 지옥의 문 한가운데 시인을 등장시키려는 시도로 1902년에 완성했다.


단체의 《신곡》은 대 서사시다. 인류에게 천국과 지옥을 보여주는 작품 중의 작품이다. 세기마다 수많은 예술가가 《신곡》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전해진다. 차제에《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단테 알리기에리. 이선종 편역. 미래타임즈, 2018/2020)을 훑어보았다. 크게 1부, 2부, 3부로 나뉘었다. 1부는 지옥 편이다. 2부는 연옥 편이다. 3부는 천국 편이다. 그중 지옥 편은 종교와 현세를 넘나들면서 많은 인물들을 중심에 세웠다. 단테 등 당시의 지성인들은 천국과 지옥에 대해서 전연 의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관이 바뀐 지금, 수많은 이들이 너털웃음을 웃을지라도, 당시 중세 사회에서는 당연지사였다. 여러분들이 그 시대에 살았다고 하더라도 똑같았을 것이다. 왜? 그것은 당시의 세계관이니까. 여러분들이 21세기 지금 여기 사는 이유로, 21세기 현세의 세계관에 깊이 영향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당시의 세계관은 성경으로부터 왔다. 그것은 대부분 시대의 사조나 세계관이 사람의 추출물이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연 '지옥이 헛소리일까?' 지옥은 헛소리가 아니다. 단테가 《신곡》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옥과 천국이 분명히 존재한다. 더욱이 지옥은 우리 삶에서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앞에, 옆에 존재한다. 육체가 생을 다하는 순간, 미처 준비하지 않은 이에게 어김없이 열리는 곳, 그곳이 지옥이다.

'선한 신이 무시무시한 지옥을 만들 리가 없다?' 아니다. 선한 신이므로 지옥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양과 염소가 있는데, 양과 염소를 한 장소에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랑하므로 양과 염소를 따로따로 두어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그만이지, 무슨 사후세계가 있나?' 아니다. 분명히 있다. 지옥에 대해서 가장 많이 가르친 분이 예수다. 예수는 사람이 영원히 형벌을 받는 장소로서, '지옥', '꺼지지 않는 불', '맹렬한 불', '바깥 어두운 곳' 등으로 다양하게 가르쳤다.


여러분 가운데는 요행을 바라기도 할 것이다. '만인 구원론'이나 '영혼 소멸론'을 믿고 싶을 것이다. 만인 구원론에서는 신이 모든 사람에게 사후에도 구원의 기회를 주어, 결국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게  것이라고 하니까. 영혼 소멸론에서는 구원받은 신자가 마땅히 영생을 누리지만, 구원받지 못한 자도 궁극적으로 존재가 소멸하니, 누구든지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그것들은 요행이고, 이상일뿐이다. 일찌감치 정통 기독교에서 폐기했다.


다행인 것은, 아직 기회가 있다. 이 땅에 살고 있으니. 저 이슬람 문화권에 태어나지 않았으니. 저 자유 없는 북한이나 이상한 정령술에 빠지지 않았으니. 은총의 기회, 잡자. 소확행을 위하여.


이전 07화 니체의 초인들, 신의 자리에 앉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