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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May 09. 2023

희망은 해롭다

‘구의 증명’을 읽고

이토록 빛하나 없이 깜깜한 벼랑에 몰린 청춘의 자화상은 처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슬펐다. 

젊은 시절 읽은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가 떠올랐다.

‘아담이 눈들 때’가 ‘반항’이었다면 ‘구의 증명’은 ‘바닥이 없는 절망’이다.

무섭도록 어둡고 습하고 절망적인 문장.


소설을 쓰는 작가도, 작가가 쓰는 작품도, 그것을 읽는 독자도 함께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 

    

_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근데 여긴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이 아닌 세상 아니냐고.

_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_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신기루 같은 거니까. 

    

소설이 처음 나온 것은 2015년이니 8년 전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에게 잠겨있던 깊은 어둠이 조금은 가셨기를 바라면서, 조금 더 밝아진 다른 소설을 보았으면 싶다.


어둡고 깊은 절망이 안개처럼 자욱한 이 소설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많이 읽힌 것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아파온다. 희망 없는 절망이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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